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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베이징모터쇼 7신 - 짝퉁이 있어 즐거운 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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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0-04-26 06: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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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베이징모터쇼 7신 - 짝퉁이 있어 즐거운 모터쇼

베낌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괴롭겠지만 보는 사람은 즐겁다. 더 이상 중국에서의 짝퉁차는 거부만 할 게 아니다. 하나의 정식 장르라 보고 즐기는 게 현실적이다. 중국에는 롤스로이스부터 미니, 마티즈까지 그레이드별로 다양한 짝퉁이 존재한다. 베이징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짝퉁이다. 중국 메이커는 법 없이도 장사한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짝퉁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문제의 대부분은 중국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마티즈 짝퉁 체리 QQ 이후 중국제 짝퉁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와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 짝퉁은 외부로 알려진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보면 QQ 보다 죽여주는 짝퉁이 훨씬 많다.
중국 짝퉁은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베끼는 수법이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아예 통째로 따라하는가 하면 엠블렘이나 로고만 훔치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 일부 짝퉁들은 2년 사이 업그레이드도 됐다. 짝퉁도 모델 체인지가 되고 이어 모델이 나오는 나라다. 명색이 국제 모터쇼인데 이런 짝퉁들이 버젓하게 나오는 건 정말 신기하다 못해 경이로운 일이다. 내가 중국인이라면 얼굴 들고 못 다니겠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으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자 그럼 명품(?) 짝퉁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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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C의 C70이다. 얼굴을 보면 쏘나타 트랜스폼의 흔적이 있는데, 어떤 구석은 그랜저의 필링도 난다. 알로이 휠은 기아의 최근 신차 디자인과 무척 닮았다. 그럼 결국 아우디와도 비슷하다는 결론? 출력이 81마력 밖에 되지 않는 전기차에 19인치 휠을 단 것도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BAIC는 현대와 합작하고 있으니 독자 모델에 디자인을 살짝 훔친 것 정도는 애교스러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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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C는 오펠을 찌르다 실패하자 사브로 눈을 돌렸다. 사브의 구형 9-5와 9-3에 관한 자산을 인수한 것. 여기에는 구형 9-5와 9-3의 플랫폼, 2가지의 파워트레인이 포함돼 있다. 총 지불 비용은 2억 달러이다. 즉, 선진적인 기술을 사들여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나온 C60이 바로 구형 사브이다.
구형 9-5는 BAIC 덕분에 새 삶을 살 수 있다. 이름도 C60이라는 BAIC 고유의 네이밍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생김새는 얼마 전 나온 신형 9-5와 흡사하다. 구형의 틀이지만 외양은 신형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구형의 자산을 인수하면서 보너스로 신형 디자인도 조금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엔진은 175마력의 2.0 터보이고 최고 속도는 220km/h이다. BAIC C60은 올해 말부터 중국에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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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화타이의 C9은 현대 싼타페를 빼다 박았다. 실내 디자인도 똑같다. 현대는 공식적으로 중국 합작은 BAIC 뿐이라고 말하고, 화타이는 이전에 현대를 수입했고 아직은 라이센스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화타이 엠블렘은 현대와도 상당히 흡사한데, 2년 전에는 BMW와 비슷한 엠블렘을 사용했다. 보닛을 열면 현대 마크가 선명하고 엔진은 현대에서 사다 쓴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모델은 미쓰비시 엔진을 사용한다.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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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이 바로 옆에는 2년 전 큰 화제를 모았던 후앙하이가 있다. 재작년의 랜드스케이프는 앞은 싼타페, 뒤는 쏘렌토였다. 올해는 앞이 벤츠가 됐다. 그릴을 비롯한 디자인은 벤츠 SUV의 최근 요소와 대단히 흡사하다. 뒤는 여전히 구형 쏘렌토의 향기가 짙다. 실내로 들어서면 중국 냄새가 작렬해 잠시도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다.
그리고 랜드스케이프의 V3 버전은 렉서스 RX와 정말 닮았다. 얼핏 보면 왜 RX가 여기에 있나 싶을까 하는 정도다. 그만큼 제대로 베꼈다. 자기들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V3만은 줄을 쳐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돈 없어 RX 못 탄다면 랜드스케이프 V3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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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워렌 버핏이 투자하고 중국 메이커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개발하는 등등. 꽤나 멋져 보이는 소식이 많이 들리는 메이커이다. 그러나 사실은 부스 가득 짝퉁을 전시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벤츠 SL을 꼭 닮은 F8으로 인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는데, 올해에는 S8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뽐내고 있다. 땅콩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는 영락없는 벤츠이다. 아쉬운 것은 이왕 베끼는 거 완전 똑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다. S8은 명색이 ‘자체 개발’ 전동식 하드톱 모델이다. 2년 전에는 전동식 하드톱을 시연하다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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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뒤에는 F0이라는 작은 차가 수줍게 서 있다. F0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데 다름아닌 토요타 iQ이다. iQ만큼 귀엽긴 하고 엔진도 알루미늄 알로이 재질의 67마력 1리터가 올라간다. 미니밴 M6의 앞은 토요타 에스티마와 아주 닮았다.
짝퉁하면 솽환 노블을 빼놓으면 섭하다. 체리 QQ는 그래도 중국에서만 팔렸지만 솽환은 밖으로 유출되기까지 했다. 유럽에서 스마트와 X5를 꼭 닮은 노블과 CEO를 팔아 문제가 많았다. 솽환도 양심이 있었던지 아니면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느꼈던지 디자인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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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포투를 닮은 노블은 2010년형이 나왔는데, 여전히 비슷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포투보다 차체도 더 크고 엔진도 1.1리터라는 대배기량(?)을 얹어 차급이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마트 ed를 의식해서인지 전기차 버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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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앙하이의 랜드스케이프가 현대에서 벤츠로 신분상승을 노렸다면 솽환의 2010년형 CEO는 BMW에서 쌍용으로 겸손해졌다. 전면 디자인은 쏘렌토의 느낌이 나고, 사이드미러는 렉스턴과 똑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릴에 달린 엠블렘이 쌍용이다. 엠블렘만 보면 영락없는 쌍용차다. 쌍용 엠블렘의 줄 몇 개를 대충 지운 정도로 닮아 있다. CEO만 이 엠블렘을 쓰는 건 솽환의 고급화 전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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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M 미니 오토의 K07은 BMW의 상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을 이식했다. 경 미니밴에 달린 키드니 그릴은 자못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그릴만 베낀 건 그래도 양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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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베이징 모터쇼에는 짝퉁의 최고봉이 등장했다. 질리 자동차의 GE는 지금껏 나온 중국제 짝퉁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 질리에게 팔린 볼보가 GE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질리 GE는 작년에 나온 프로토타입에서 디자인이 변경됐다. 롤스로이스 팬텀과 너무 닮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에 나온 양산형은 그릴의 디자인이 확 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텀과 비슷하다. 덩치도 거의 엇비슷하다.
파워트레인은 미쓰비시의 4G24 엔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고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 변속기도 6단이다. 그래도 독창적인 구석은 있다. 넓디넓은 2열에 시트 하나만 놓았다. 마치 옥좌와도 같다. 중국 메이커가 아니면 시도할 수도, 생각지도 못한 창조적인 발상이다. 물론 옵션으로 2인 시트도 주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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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시발점과도 같았던 체리 QQ는 다양한 버전이 나온다. 이번에는 감각적인 페인팅을 채용한 QQ me가 출시됐다. 체리는 QQ 때문에 국제적인 망신은 당했을지언정 실리는 챙겼다. QQ는 꽤나 잘 팔린다.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중국차가 바로 QQ이다. 마티즈다 싶으면 모두 QQ다. 중국에 마티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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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인민을 위한 미니가 있다. 미니가 비싸다면 리판 320을 사면 된다. 디자인이나 엔진 배기량이나 비슷하다. 하얀색 지붕의 도색이 벗겨지는 것은 애교로 봐주면 된다. 그래도 미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헬로 키티’ 시트 커버도 있고 색상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핑크색이다. 핸들 커버도 있으니 별도의 튜닝도 필요없다. 헬로 키티 방향제로도 잡지 못하는 실내의 냄새가 흠일 뿐이다. 헬로 키티가 진짜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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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은 쇼장 밖에도 있다. 바로 대형 상용 트럭이다. 쇼장 밖에 전시된 대형 트럭은 벤츠, 볼보 같은 유럽 트럭은 물론 미국의 켄워스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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