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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해결, 이제는 발등의 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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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07-10-08 06: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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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해결, 이제는 발등의 불(3)

아이러니한 것은 날로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공해를 내뿜는 차가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SUV와 MPV의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승용차 보다 많은 배기가스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수요가 있으니 많은 메이커들은 이런 차종에 집중했고 한때 좋은 시절을 보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온실 가스가 극적으로 늘어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일각에서는 자동차 메이커와 소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에 있는 SUV와 트럭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그 즉시 전체 배기가스는 1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앞으로 배기가스를 많이 내뿜는 차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 것이 자명하다. 규정은 해가 다르게 엄격해지고, 배출량과 관련된 세금도 강해지고 있다. 많은 메이커들이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획기적인 신기술을 발명하는 것 보다 기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현재로선 훨씬 쉽다. 이번 IAA가 좋은 예다.

올해 들어서는 조금 주춤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트렌드 중 하나가 고출력이다. 고출력은 필연적으로 많은 배기가스를 의미하지만 메이커들은 이미지 메이킹의 한 방법으로 고성능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 제정되는 새로운 규정은 고출력 차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수퍼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조차 앞으로는 배기량을 줄이고 바이오연료를 사용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메르세데스의 AMG, BMW의 M, 아우디의 S 라인 등도 변화가 요구된다. 이들은 평균 CO2 배출량을 높이기 때문이다.
고출력이 운전의 재미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CO2 배출량 307g/km의 포르쉐 911 터보가 254g/km의 카이맨 S 보다 반드시 운전이 즐거운 것은 아닐 것이다. 196g/km의 로터스 엘리제 S나 183g/km의 마쓰다 MX-5는 말할 것도 없다. 가벼운 차는 저출력으로도 충분한 동력 성능을 제공하고, 핸들링 역시 좋다.

미래의 생존 조건은 역시 기술이다. 얼마나 효율 좋은 친환경 기술을 상용화 시키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렇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따라서 자본력이 따라주는 메이커만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 투자를 할 수 없는 소형 메이커는 다른 회사와 손을 잡아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부지런히 준비 중인 토요타나 BMW 또는 피아트나 스즈키처럼 긴밀한 협력 관계가 한 예다. 미쓰비시와 프로톤 같은 협력 관계는 큰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현대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없다. 판매가 안팎으로 부진하고 무엇보다도 친환경 차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포르쉐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하는 포르쉐는 어느새 연간 생산 대수가 10만대에 육박하고 있어 면제 대상이 아니다. 포르쉐가 폭스바겐 지분을 자꾸 늘려가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미 EPA에 따르면 2006년 팔린 자동차의 평균 무게는 1987년의 1,460kg에서 1,878kg로 늘어났고 출력은 118마력에서 219마력으로 100마력 넘게 높아졌다. 반면 연비는 21.0 mpg에서 22.1 mpg로 조금 상승해 메이커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U는 최근 2012년까지 CO2 배출량을 120g/km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고 불평이 대단해 과연 저 규정이 실제로 적용될지 조금 늦춰질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2005년 유럽 평균 CO2 배출량은 160g/km이었다.
유럽자동차제조연합 ACEA(Europe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의 회장을 맡고 있는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2012년 CO2 배출량은 120g/km으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책임을 자동차 회사에만 요구할게 아니라 정유회사와 정책 결정자, 그리고 운전자가 모두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입법자들은 이 기준은 이미 1995년에 제안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부시 정부도 그동안 연비나 환경에는 미적지근한 입장이었지만 올해부터 갑자기 규정 강화에 나서 자동차 메이커와 마찰을 빚고 있다. 얼마 전에는 GE와 듀폰, 알코아 등 10개의 미국 회사들이 탄소산화물의 저감에 나섰다. 재미있는 것은 이 10개 회사 중 자동차 회사는 없었다.

미국 빅3와 6개의 수입 메이커는 미국 내 승용차가 방출하는 온실 가스는 전체의 0.13%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공장과 실내 히터, 발전소, 그리고 자동차를 모두 합쳐야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회사는 다른 업계보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회사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연간 지출하는 돈은 미국에서만 연간 15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39억 달러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사람 그 자체가 환경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화석 연료를 태웠을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가 가장 나쁘다고 말한다. 가솔린 1갤런을 연소할 경우 대기 중에 9kg의 CO2가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WRI(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온실 가스의 25%는 전기 생산과 자동차의 운행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2006년 4월에 나온 DAA(David Gardiner & Associat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는 세계 탄소산화물의 12%를 발생하고 미국 CO2의 20%를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도 되지 않지만 전체 탄소산화물의 30% 가깝게 배출한다.

2050년이 되면 지구의 자동차 숫자는 2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3배에 가깝다. 그때까지 배기가스는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평균 연비는 60mpg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03년 4만 1,000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AGU(American Geophysical Union)는 한 성명을 통해 과학적인 증거만 갖고는 지구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화가 가속되면서 교통과 전기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지구온난화는 어느덧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자동차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화가 불가피한 미래, 우리의 자동차, 우리의 운전 습관은 어떤 방식으로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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