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현대의 독자 엔진 스토리, 17년 만에 풀 라인업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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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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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4-27 12:1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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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의 행보를 보면 엔진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정평난 실내 공간부터 섀시, 그리고 품질까지 전반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엔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최근에 나온 현대 엔진은 효율이 높고 발전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 출시 예정인 신형 엔진들에는 직분사와 터보도 더해진다. 현대는 91년의 알파 이후 2008년 출시된 타우까지 17년 만에 독자 개발 엔진의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내연기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신기술은 비싸기 때문이다. 당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나와도 내연기관 모델만큼의 가격과 편의성을 만족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무리 연비가 좋아도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 힘들 만큼의 가격이 책정된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다. 거기다 운행에 필수적인 인프라의 구축도 1~2년 안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연기관의 성능 향상이 더욱 중요해지고 빨라지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현대 엔진들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라이센스 엔진이 주류를 이뤘던 것을 생각할 때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이며 이제는 상황이 역전 돼 엔진을 수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 몇 년 간 출시된 세타와 S 디젤, 람다, 타우, R 디젤 등은 세계 톱 클래스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알파로 독자 개발 시작, 이후 베타로 이어져
국산 최초이자 현대의 첫 독자 엔진은 1991년의 알파이다. 알파 이전까지 포니, 스텔라, 엑셀 등에는 기술 제휴선이었던 미쓰비시의 새턴과 오리온 엔진이 사용되었다. 스쿠프에 가장 먼저 올라간 알파는 배기량 1.5리터에 SOHC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통당 3밸브의 형식으로 미쓰비시의 뉴 오리온 보다 더 높은 출력을 발휘했다. 기본형 알파는 102마력, 터보 버전은 129마력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출력이었다.
알파는 현대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알파를 시작으로 현대는 기술 자립을 본격적으로 시도했고 이는 오늘날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80년 대 중반 현대에 기술을 공급하던 미쓰비시는 로열티 50% 인하를 조건으로 마북리 연구소 폐쇄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당장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잠재적인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미쓰비시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당시 현대 입장에서 로열티 50% 인하는 대단히 달콤한 조건이었지만 독자 엔진 개발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알파이고, 알파가 있었기에 그 후의 많은 독자 엔진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만약 눈앞의 이익을 보고 미쓰비시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대 설득에 실패한 미쓰비시의 구보 회장은 한 강연에서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현대에게 엔진을 사다 써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는데, 10여 년 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두 번째 독자 엔진은 1995년에 나온 베타이다. 현대는 2리터급으로 미쓰비시의 시리우스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베타를 개발하게 된다. 베타는 1.8리터와 2리터로 나왔으며 티뷰론과 아반떼에 가장 먼저 쓰였다. 베타 엔진은 출시 이듬해, 제 1회 장영실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출시된 베타 2는 신형 아반떼와 투스카니에 주로 쓰였고 차후 출시된 버전은 오일 팬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하는 등의 개선을 거쳐 정숙성이 한층 좋아졌다. 그리고 현대 엔진으로는 처음으로 CVVT가 적용되기도 됐다. 수출용에는 116마력의 1.6리터 버전도 올라갔다.
베타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튜닝 시장을 열었다는 의미도 있다. 베타 엔진의 티뷰론이 나오면서 애프터마켓의 볼륨이 커지기 시작했고 관련 튜닝 파츠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2리터 베타의 경우 자연흡기는 물론 과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선보였고 얼마 되지 않아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도 쌓였다. 특히 내구성 좋은 블록으로 인해 터보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베타만큼 마니아들에게 확실히 이름이 각인되는 국산 엔진은 현재까지도 드물다. 시간이 더욱 흘러 ‘베타 세대’가 나이가 든다면 미국인이 빅 블록을 회상하는 것처럼 베타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입실론이 나온 이듬해에는 현대의 첫 V6 델타가 선을 보인다. 델타는 중형과 준중형을 위한 엔진으로 쏘나타와 그랜저 XG에 첫 선을 보였고 싼타페와 트라제에는 LPG 버전이, 투스카니 엘리사에는 2.7리터 버전이 올라갔다. 두 버전 모두 75mm의 스트로크는 동일했다.
172마력의 델타는 성능 면에서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했다. 델타부터 현대 엔진은 정숙성 면에 있어서 톱 클래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VIS(Variable Induction System)를 적용해 저속 토크도 좋았다.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모두 알로이로 제작해 엔진의 자체 중량도 줄였다. 델타는 현재 단종된 상태이다.
98년에 나온 시그마는 준대형차를 위해 개발한 V6이다. 배기량은 2.5리터, 3리터, 3.5리터 3가지로 나뉘며 그랜저 XG를 비롯해 다이너스티와 테라칸 등에 쓰였다. 시그마 3리터는 SOHC 방식의 구형 V6를 대체하는 성격이었다. 시그마는 95년 1월부터 3년 7개월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총 1천억 원이 투자됐다. 전체적인 사이즈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출력은 196마력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VIS(Variable Induction System) 및 흡배기 효율을 향상시켰기 때문. 따라서 전반적인 토크 밴드도 더욱 넓어졌다. 시그마는 북미 2000년 배기가스 기준도 만족했다.
완전 알로이 쎄타 엔진, 새로운 획을 긋다.
시그마 이후 한동안 뜸했던 현대의 새 엔진 소식은 쎄타부터 다시 시작됐다. 쎄타는 베타에 이어 현대 엔진사에 한 획을 그은 엔진이며 현대의 3번째 올 알로이 엔진이기도 하다. 주철 블록의 쎄타와는 베이스가 자체가 다르며 성능과 배기가스 면에서도 큰 폭의 개선이 있었다.
출력은 2리터가 144마력, 2.4리터 164마력으로 기존 베타에 비해 각각 18%, 13%씩 높아졌고 연비도 5% 개선됐다. 그리고 2005년에 나온 쎄타 II는 흡기와 배기 밸브의 타이밍을 동시에 조절하는 듀얼 가변 시스템과 가변흡기기구 시스템 등이 적용돼 성능이 더욱 높아진다. 2리터의 출력은 163마력으로 동급의 어떤 자연흡기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2.4리터도 179마력으로 출력이 높아졌다.
크라이슬러는 2005년 10월부터 월드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쎄타를 생산했다. 현대는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함께 GEA(Global Engine Alliance LLC)를 설립했으며 두 회사에게 5,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하반기에는 더욱 성능이 높아진 쎄타 II 엔진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세타 II는 신형 YF 쏘나타에 첫 선을 보이며 직분사가 적용돼 성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4리터의 경우 출력이 180마력 이상으로 올라간다.
제네시스 쿠페에 올라가는 람다 RS의 출력은 일반 가솔린 기준으로 6,300rpm에서 303마력, 4,700rpm에서 36.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는 제네시스에 비해 각각 13마력, 0.3kg.m 높아졌고 발생하는 회전수는 100, 200rpm씩 높아졌다.
람다 RS는 출력만 높인 것이 아니라 제네시스 쿠페에 맞게 최적화 된 엔진이다. 우선 낮아진 보닛을 고려해 흡배기 시스템을 새로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엔진의 위치를 5cm 낮췄다. 또 배기 시스템의 저항을 줄여 고회전 파워를 살렸다. 배기음도 별도로 튜닝한 것이 특징이다. ETC(Electronic Throttle Control)도 직경을 넓혀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늘렸다. 그리고 각 실린더에는 별도의 피스톤 냉각 분사 시스템을 적용해 가혹한 상황에서도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흡배기 밸브를 관장하는 D-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의 프로파일도 좀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람다는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현대는 내년 말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시스템이 적용된 람다를 출시할 계획이다. 람다 GDI가 적용된 제네시스는 0→100km/h 가속 시간이 7초에서 6초 초반으로 줄어드는 한편 연비는 5% 개선된다. 최근의 가솔린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어 현대도 GD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감마는 흡배기 역전 방식으로 흡기 매니폴드를 뒤로 돌렸다. 따라서 촉매 활성 시간을 낮춰 배기가스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직접 구동되는 CVVT와 무소음 체인형 타이밍 벨트도 특징이다. 감마는 서펜벨트 방식을 선택, 하나의 벨트로 에어컨과 파워 스티어링, 알터네이트를 모두 구동해 정숙성을 높였다. 또 흡기 매니폴드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엔진의 무게를 줄인 것과 모든 부품을 국산화해 코스트를 낮춘 것도 장점이다. 현대는 감마 엔진에만 국내외에서 5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타우 엔진, 워즈 오토 베스트 10 선정으로 세계 무대 우뚝
타우는 국산 엔진 중에서는 처음으로 워즈 오토의 베스트 톱 10 엔진에 선정된 유닛이다. 현재로서는 4.6리터 하나뿐이지만 차후 5리터와 수퍼차저 버전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작년 SEMA 쇼에 나온 쇼카에서는 460마력 버전이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는 타우를 출시하면서 알파 출시 이후 17년 만에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출력은 380마력으로 리터당 출력이 81마력을 넘는다. 이는 비슷한 배기량의 타사 V8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는 효율이다. 타우엔진이 보유한 특허만 해도 국내 출원 177개, 해외 출원 14개에 이를 정도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카파 엔진은 경량화와 마찰 저항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 블록은 완전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무게 증가를 최대한 막았다. 현대에 따르면 카파 엔진의 무게는 82.4kg(변속기 포함)으로 유럽과 일본 메이커를 통 털어 동급에서 가장 가볍고 입실론과 비교해도 2.7kg 가볍다. 카파의 기본 블록은 사다리꼴 형상으로 높은 강성까지 확보했다.
피스톤 링의 크로뮴 코팅에 사용된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기술은 타우 V8에 처음 사용된 것이다. 카파는 현대 엔진으로서는 처음으로 자동 텐션 기능이 없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는 벨트의 장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기 때문으로, 16만 km까지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다.
R 엔진 세계적 수준의 디젤 엔진
현대의 승용 디젤은 2005년에 나온 S 엔진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베라크루즈에 처음 탑재된 S 엔진은 3리터 배기량으로 240마력을 달성한 동시에 1등급 연비까지 실현했다. 240마력의 출력은 V6 디젤로는 가장 높은 것이다. 3리터급으로서는 벤츠(224마력)나 아우디(233마력) 보다도 높아 S 엔진부터 현대의 리터당 출력은 본격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거기다 모하비에는 250마력으로 더욱 출력이 높아진다.
S 엔진에는 피에조 커먼레일 분사 시스템과 CGI 블록, 급속승온기능 등 최신 기술이 망라돼 있다. 그리고 자가 진단 기능이 내장된 전자식 VGT는 지체 현상을 최소화 하면서 전체적인 토크 밴드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거기다 예열 시간을 크게 낮춰 냉간 시동 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크게 낮췄다. 저소음형 타이밍 체인을 적용한 것도 정숙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R 엔진의 출력은 2.2리터가 200마력, 2.0리터는 184마력으로, BMW(177/204마력), 벤츠(170/204마력), 도요타(2.2리터 177마력)의 최신 유닛과 비교해도 대등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R 엔진에는 보쉬의 3세대 피에조 인젝터와 전자식 E-VGT, 산화촉매 및 디젤 매연필터, 급속 예열 기능 등의 신기술이 빠짐없이 적용돼 있다.
2007년, 현대는 F(4리터)와 G(6리터), H(10리터) 엔진을 출시하면서 상용 디젤도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새 상용 엔진들은 디젤 엔진까지도 완전하게 기술적으로 독립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대부분의 핵심 파츠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개발에는 39개월이 소요됐으며 총 6천억 원이 투자됐다.
신형 디젤 엔진은 연비와 출력, 내구성이 동시에 좋아졌으며 특히 최대 토크가 50%나 높아졌다. 개선된 연비는 경제성으로 이어져 연간 유류비는 엔진에 따라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절약된다. 거기다 내구성은 1.5배, 소모품 교환주기는 4배나 늘어났다. 3세대 커먼레일을 적용해 진동과 소음 수준도 승용차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인체에 유해한 NOx와 PM은 각각 30% 80%씩 줄어들어 유로 4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한다.
135~160마력 출력의 3.9리터 F 엔진은 마이티와 카운티 버스, 200~255마력 출력의 5.9리터 G 엔진은 5톤 메가트럭과 35인승 에어로타운 버스 및 글로벌900버스에 올라간다. 10리터 H 엔진은 300마력 이상을 요구하는 대형트럭과 시내버스, 관광버스에 탑재된다.
91년의 알파부터 현대의 독자 엔진을 살펴보면 점점 개발 주기가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84년 마북리 연구소를 설립하고 7년 만에 첫 독자 엔진 알파가 탄생했고 두 번째 베타는 다시 4년이 걸렸다. 하지만 베타 이후 거의 1년 단위로 신 엔진이 줄줄이 쏟아졌고 이 시기는 현대의 성장과 맞물리기도 한다.
2004년 쎄타가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공백이 있었다. 쎄타는 그 공백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줘 국산 엔진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쎄타 이후의 새 엔진들은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출시되고 있어 현대의 엔진 개발 노하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그 성능도 어느 메이커의 엔진과 견주어도 꿇리지 않는다. 쎄타 이전까지의 현대 엔진은 성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품성에서 한 발짝씩 뒤처지는 게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는 GDI와 터보 기술이 본격적으로 채용될 예정이어서 그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내연기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신기술은 비싸기 때문이다. 당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나와도 내연기관 모델만큼의 가격과 편의성을 만족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무리 연비가 좋아도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 힘들 만큼의 가격이 책정된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다. 거기다 운행에 필수적인 인프라의 구축도 1~2년 안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연기관의 성능 향상이 더욱 중요해지고 빨라지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현대 엔진들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라이센스 엔진이 주류를 이뤘던 것을 생각할 때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이며 이제는 상황이 역전 돼 엔진을 수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 몇 년 간 출시된 세타와 S 디젤, 람다, 타우, R 디젤 등은 세계 톱 클래스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알파로 독자 개발 시작, 이후 베타로 이어져
국산 최초이자 현대의 첫 독자 엔진은 1991년의 알파이다. 알파 이전까지 포니, 스텔라, 엑셀 등에는 기술 제휴선이었던 미쓰비시의 새턴과 오리온 엔진이 사용되었다. 스쿠프에 가장 먼저 올라간 알파는 배기량 1.5리터에 SOHC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통당 3밸브의 형식으로 미쓰비시의 뉴 오리온 보다 더 높은 출력을 발휘했다. 기본형 알파는 102마력, 터보 버전은 129마력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출력이었다.
알파는 현대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알파를 시작으로 현대는 기술 자립을 본격적으로 시도했고 이는 오늘날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80년 대 중반 현대에 기술을 공급하던 미쓰비시는 로열티 50% 인하를 조건으로 마북리 연구소 폐쇄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당장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잠재적인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미쓰비시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당시 현대 입장에서 로열티 50% 인하는 대단히 달콤한 조건이었지만 독자 엔진 개발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알파이고, 알파가 있었기에 그 후의 많은 독자 엔진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만약 눈앞의 이익을 보고 미쓰비시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대 설득에 실패한 미쓰비시의 구보 회장은 한 강연에서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현대에게 엔진을 사다 써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는데, 10여 년 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두 번째 독자 엔진은 1995년에 나온 베타이다. 현대는 2리터급으로 미쓰비시의 시리우스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베타를 개발하게 된다. 베타는 1.8리터와 2리터로 나왔으며 티뷰론과 아반떼에 가장 먼저 쓰였다. 베타 엔진은 출시 이듬해, 제 1회 장영실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출시된 베타 2는 신형 아반떼와 투스카니에 주로 쓰였고 차후 출시된 버전은 오일 팬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하는 등의 개선을 거쳐 정숙성이 한층 좋아졌다. 그리고 현대 엔진으로는 처음으로 CVVT가 적용되기도 됐다. 수출용에는 116마력의 1.6리터 버전도 올라갔다.
베타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튜닝 시장을 열었다는 의미도 있다. 베타 엔진의 티뷰론이 나오면서 애프터마켓의 볼륨이 커지기 시작했고 관련 튜닝 파츠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2리터 베타의 경우 자연흡기는 물론 과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선보였고 얼마 되지 않아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도 쌓였다. 특히 내구성 좋은 블록으로 인해 터보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베타만큼 마니아들에게 확실히 이름이 각인되는 국산 엔진은 현재까지도 드물다. 시간이 더욱 흘러 ‘베타 세대’가 나이가 든다면 미국인이 빅 블록을 회상하는 것처럼 베타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입실론이 나온 이듬해에는 현대의 첫 V6 델타가 선을 보인다. 델타는 중형과 준중형을 위한 엔진으로 쏘나타와 그랜저 XG에 첫 선을 보였고 싼타페와 트라제에는 LPG 버전이, 투스카니 엘리사에는 2.7리터 버전이 올라갔다. 두 버전 모두 75mm의 스트로크는 동일했다.
172마력의 델타는 성능 면에서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했다. 델타부터 현대 엔진은 정숙성 면에 있어서 톱 클래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VIS(Variable Induction System)를 적용해 저속 토크도 좋았다.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모두 알로이로 제작해 엔진의 자체 중량도 줄였다. 델타는 현재 단종된 상태이다.
98년에 나온 시그마는 준대형차를 위해 개발한 V6이다. 배기량은 2.5리터, 3리터, 3.5리터 3가지로 나뉘며 그랜저 XG를 비롯해 다이너스티와 테라칸 등에 쓰였다. 시그마 3리터는 SOHC 방식의 구형 V6를 대체하는 성격이었다. 시그마는 95년 1월부터 3년 7개월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총 1천억 원이 투자됐다. 전체적인 사이즈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출력은 196마력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VIS(Variable Induction System) 및 흡배기 효율을 향상시켰기 때문. 따라서 전반적인 토크 밴드도 더욱 넓어졌다. 시그마는 북미 2000년 배기가스 기준도 만족했다.
완전 알로이 쎄타 엔진, 새로운 획을 긋다.
시그마 이후 한동안 뜸했던 현대의 새 엔진 소식은 쎄타부터 다시 시작됐다. 쎄타는 베타에 이어 현대 엔진사에 한 획을 그은 엔진이며 현대의 3번째 올 알로이 엔진이기도 하다. 주철 블록의 쎄타와는 베이스가 자체가 다르며 성능과 배기가스 면에서도 큰 폭의 개선이 있었다.
출력은 2리터가 144마력, 2.4리터 164마력으로 기존 베타에 비해 각각 18%, 13%씩 높아졌고 연비도 5% 개선됐다. 그리고 2005년에 나온 쎄타 II는 흡기와 배기 밸브의 타이밍을 동시에 조절하는 듀얼 가변 시스템과 가변흡기기구 시스템 등이 적용돼 성능이 더욱 높아진다. 2리터의 출력은 163마력으로 동급의 어떤 자연흡기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2.4리터도 179마력으로 출력이 높아졌다.
크라이슬러는 2005년 10월부터 월드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쎄타를 생산했다. 현대는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함께 GEA(Global Engine Alliance LLC)를 설립했으며 두 회사에게 5,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하반기에는 더욱 성능이 높아진 쎄타 II 엔진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세타 II는 신형 YF 쏘나타에 첫 선을 보이며 직분사가 적용돼 성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4리터의 경우 출력이 180마력 이상으로 올라간다.
제네시스 쿠페에 올라가는 람다 RS의 출력은 일반 가솔린 기준으로 6,300rpm에서 303마력, 4,700rpm에서 36.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는 제네시스에 비해 각각 13마력, 0.3kg.m 높아졌고 발생하는 회전수는 100, 200rpm씩 높아졌다.
람다 RS는 출력만 높인 것이 아니라 제네시스 쿠페에 맞게 최적화 된 엔진이다. 우선 낮아진 보닛을 고려해 흡배기 시스템을 새로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엔진의 위치를 5cm 낮췄다. 또 배기 시스템의 저항을 줄여 고회전 파워를 살렸다. 배기음도 별도로 튜닝한 것이 특징이다. ETC(Electronic Throttle Control)도 직경을 넓혀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늘렸다. 그리고 각 실린더에는 별도의 피스톤 냉각 분사 시스템을 적용해 가혹한 상황에서도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흡배기 밸브를 관장하는 D-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의 프로파일도 좀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람다는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현대는 내년 말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시스템이 적용된 람다를 출시할 계획이다. 람다 GDI가 적용된 제네시스는 0→100km/h 가속 시간이 7초에서 6초 초반으로 줄어드는 한편 연비는 5% 개선된다. 최근의 가솔린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어 현대도 GD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감마는 흡배기 역전 방식으로 흡기 매니폴드를 뒤로 돌렸다. 따라서 촉매 활성 시간을 낮춰 배기가스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직접 구동되는 CVVT와 무소음 체인형 타이밍 벨트도 특징이다. 감마는 서펜벨트 방식을 선택, 하나의 벨트로 에어컨과 파워 스티어링, 알터네이트를 모두 구동해 정숙성을 높였다. 또 흡기 매니폴드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엔진의 무게를 줄인 것과 모든 부품을 국산화해 코스트를 낮춘 것도 장점이다. 현대는 감마 엔진에만 국내외에서 5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타우 엔진, 워즈 오토 베스트 10 선정으로 세계 무대 우뚝
타우는 국산 엔진 중에서는 처음으로 워즈 오토의 베스트 톱 10 엔진에 선정된 유닛이다. 현재로서는 4.6리터 하나뿐이지만 차후 5리터와 수퍼차저 버전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작년 SEMA 쇼에 나온 쇼카에서는 460마력 버전이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는 타우를 출시하면서 알파 출시 이후 17년 만에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출력은 380마력으로 리터당 출력이 81마력을 넘는다. 이는 비슷한 배기량의 타사 V8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는 효율이다. 타우엔진이 보유한 특허만 해도 국내 출원 177개, 해외 출원 14개에 이를 정도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카파 엔진은 경량화와 마찰 저항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 블록은 완전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무게 증가를 최대한 막았다. 현대에 따르면 카파 엔진의 무게는 82.4kg(변속기 포함)으로 유럽과 일본 메이커를 통 털어 동급에서 가장 가볍고 입실론과 비교해도 2.7kg 가볍다. 카파의 기본 블록은 사다리꼴 형상으로 높은 강성까지 확보했다.
피스톤 링의 크로뮴 코팅에 사용된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기술은 타우 V8에 처음 사용된 것이다. 카파는 현대 엔진으로서는 처음으로 자동 텐션 기능이 없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는 벨트의 장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기 때문으로, 16만 km까지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다.
R 엔진 세계적 수준의 디젤 엔진
현대의 승용 디젤은 2005년에 나온 S 엔진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베라크루즈에 처음 탑재된 S 엔진은 3리터 배기량으로 240마력을 달성한 동시에 1등급 연비까지 실현했다. 240마력의 출력은 V6 디젤로는 가장 높은 것이다. 3리터급으로서는 벤츠(224마력)나 아우디(233마력) 보다도 높아 S 엔진부터 현대의 리터당 출력은 본격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거기다 모하비에는 250마력으로 더욱 출력이 높아진다.
S 엔진에는 피에조 커먼레일 분사 시스템과 CGI 블록, 급속승온기능 등 최신 기술이 망라돼 있다. 그리고 자가 진단 기능이 내장된 전자식 VGT는 지체 현상을 최소화 하면서 전체적인 토크 밴드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거기다 예열 시간을 크게 낮춰 냉간 시동 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크게 낮췄다. 저소음형 타이밍 체인을 적용한 것도 정숙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R 엔진의 출력은 2.2리터가 200마력, 2.0리터는 184마력으로, BMW(177/204마력), 벤츠(170/204마력), 도요타(2.2리터 177마력)의 최신 유닛과 비교해도 대등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R 엔진에는 보쉬의 3세대 피에조 인젝터와 전자식 E-VGT, 산화촉매 및 디젤 매연필터, 급속 예열 기능 등의 신기술이 빠짐없이 적용돼 있다.
2007년, 현대는 F(4리터)와 G(6리터), H(10리터) 엔진을 출시하면서 상용 디젤도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새 상용 엔진들은 디젤 엔진까지도 완전하게 기술적으로 독립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대부분의 핵심 파츠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개발에는 39개월이 소요됐으며 총 6천억 원이 투자됐다.
신형 디젤 엔진은 연비와 출력, 내구성이 동시에 좋아졌으며 특히 최대 토크가 50%나 높아졌다. 개선된 연비는 경제성으로 이어져 연간 유류비는 엔진에 따라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절약된다. 거기다 내구성은 1.5배, 소모품 교환주기는 4배나 늘어났다. 3세대 커먼레일을 적용해 진동과 소음 수준도 승용차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인체에 유해한 NOx와 PM은 각각 30% 80%씩 줄어들어 유로 4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한다.
135~160마력 출력의 3.9리터 F 엔진은 마이티와 카운티 버스, 200~255마력 출력의 5.9리터 G 엔진은 5톤 메가트럭과 35인승 에어로타운 버스 및 글로벌900버스에 올라간다. 10리터 H 엔진은 300마력 이상을 요구하는 대형트럭과 시내버스, 관광버스에 탑재된다.
91년의 알파부터 현대의 독자 엔진을 살펴보면 점점 개발 주기가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84년 마북리 연구소를 설립하고 7년 만에 첫 독자 엔진 알파가 탄생했고 두 번째 베타는 다시 4년이 걸렸다. 하지만 베타 이후 거의 1년 단위로 신 엔진이 줄줄이 쏟아졌고 이 시기는 현대의 성장과 맞물리기도 한다.
2004년 쎄타가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공백이 있었다. 쎄타는 그 공백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줘 국산 엔진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쎄타 이후의 새 엔진들은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출시되고 있어 현대의 엔진 개발 노하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그 성능도 어느 메이커의 엔진과 견주어도 꿇리지 않는다. 쎄타 이전까지의 현대 엔진은 성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품성에서 한 발짝씩 뒤처지는 게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는 GDI와 터보 기술이 본격적으로 채용될 예정이어서 그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