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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캐스팅/메가 캐스팅/하이퍼 캐스팅이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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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4-01-30 11: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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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들의 숙명은 비용 저감이다. 20세기 말 토요타의 혁신에 의해 세계화가 가능했고 21세기 초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한 시장 개방으로 중국과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큰 혜택을 보았다. 2015는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급작스럽게 전기차로의 전환이 화두가 되면서 배터리 비용이 40%나 차지한다는 점 때문에 생산 기술 혁신이 요구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가 캐스팅, 메가 캐스팅, 하이퍼 캐스팅으로 불리고 있는 기가 프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이다. 테슬라가 주도했지만 기존 완성차회사들이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다른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기가 캐스팅, 메가 캐스팅, 하이퍼 캐스팅. 캐스팅 앞에 '거대한'이라는 의미의 '기가'와 '메가'를 더한 합성 용어다. 기술적으로는 클램핑력이 큰 다이캐스팅 기계를 사용하여 금속 부품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클램핑력이 6000tf(약 58.8MN) 이상인 대형 다이캐스팅 기계를 사용하여 성형하는 경우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성형에 사용되는 재료는 강철이 아닌 주로 알루미늄 합금이다. 즉, 알루미늄으로 만든 대형 부품을 다이캐스팅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된 가공 기술이 기가 캐스팅이다.

 

기가 캐스팅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100개 이상의 판금 부품을 용접하는 복잡한 방법을 단순하게 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관련 업계에 가능성을 타진했고 그 중 이탈리아의 이드라(IDRA)가 높은 클램핑력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테슬라에 6000tf 다이캐스팅 기계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는 2020년 모델 Y의 리어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토요타는 기가프레스, 현대차그룹은 하이퍼캐스팅 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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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기가캐스트 프로토타입은 녹인 알루미늄을 흘려 섭씨 700도에서 250도까지 단번에 식히고 굳혀 꺼낸다. 이를 통해 86개 부품을 하나로 줄이고 33개 공장을 한 공정으로 해 차체의 후부 3분의 1을 생산한다. 공정을 약 3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6개로 나누는 테슬라와는 달리 토요타는 차체를 앞부분, 중앙부, 뒷부분의 3개로 나눠 앞뒤 부분은 기가캐스트로 성형할 방침이다. 모듈수를 줄여 보다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기가캐스트의 도입에 더해, 토요타 생산 방식(TPS)도 살려 공정의 낭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컨베이어를 없애거나 디지털 제조를 도입함으로써 개발비와 공장 투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앞부분은 91개 부품을 하나로 줄이고 51개 공정도 하나의 공정으로 줄인다. 토요타는 이를 자체 추진 조립라인이라고 명명했다. 자체 추진 조립 라인의 장점은 레이아웃 자유도 향상, 자본 투자 비용 절감, 대량 생산을 위한 시동 시간 단축이다. 금형 교체 시간이 기존 24시간에서 약 20분으로 줄었으며 이는 테슬라보다 앞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타는 2022년 9월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주조의 최적 조건을 해석하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내재화해 타사 대비 20% 향상이라고 하는 생산성 개선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연간 20만 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설 공장에는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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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기가캐스팅이 아닌 하이퍼캐스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멀티라는 개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고진공 다이캐스트와 압축 등의 공법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기가 캐스트보다 더 통합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테슬라나 토요타와 달리 차체를 6개나 3개로 나누는 것은 OEM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큰 틀에서 제조공정의 자동화가 중요한 것이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테슬라가 언급했듯이 궁극적으로는 무인 생산 시설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아직은 상상 속의 개념이지만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회사의 생산 공정은 크게 프레스와 차체, 도장, 조립 라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레스와 도장, 차체는 이미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다. 조립라인만 회사에 따라 70~95%까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테슬라와 토요타가 언급했듯이 그 조립 라인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이 없어지고 그에 걸맞은 생산 기술이 투입된다면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처럼 전체를 하나로 찍어내는 방식이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테슬라 모델Y의 앞바퀴 서스펜션 내 로어암 고정 볼트 체결 불량 등의 문제점이 기가프레스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조 과정에서도 문제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사후 수리 비용 등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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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 때문에 앞뒤 부분의 차체를 전체적으로 한 덩어리로 주조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볼트로 조립하는 방법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알루미늄으로 전체를 주조했을 때의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스틸 베이스 기술과 분리할 것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아직 확실한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토요타가 그렇듯이 그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최종 제품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가 캐스팅은 알루미늄 합금 재료를 용융 금속으로 가열하고 조인 후 고속 및 고압으로 금형에 붓는다. 용융 금속이 냉각되고 경화된 후 금형을 열고 꺼내면 대형 일체형 성형품을 얻을 수 있다. 성형 제품에는 EV 차체 하부, 2차 배터리 케이스, 전기 차축 케이스 등 차체 부품이 포함된다.

 

이는 복잡한 형상의 대형 부품을 한 번에 성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공수가 크게 줄어든다. 테슬라는 모델Y의 리어 모듈에 더해 프론트 모듈을 기가 캐스팅으로 전환해 기존 모델3의 171개였던 부품 수를 단 2개로 줄였다. 토요타도 리어 모듈을 86개에서 1개로, 프론트 모듈을 91개에서 1개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가 캐스팅은 일체형 성형품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강도와 강성도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차체의 주행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의 이점도 있다. 테슬라는 기가프레스 1대가 용접 로봇의 수를 300대 줄일 수 있어 공장이 더 작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20~40 %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가 캐스팅은 기가 프레스의 가격이 고가인 데다 그것을 실차 생산에 폭넓게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테슬라와 달리 오랫동안 자동차를 생산해 왔던 완성차회사들에 의한 것이다. 무거운 금형을 여러 대 준비하고, 바꿔가면서 제품을 성형하는 것은, 제조 비용의 면에서도 공장 스페이스의 면에서도, 그리고 현장의 오퍼레이션의 면에서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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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산 대수가 많은 특정 등급의 모델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체인지를 자주하거나 라인업 확대를 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또한 테슬라는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가 프레스에의 투자가 이득일 수 있지만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기가 캐스트의 이점을 얻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생산해 2023년 11월 중국 시장부터 기아 EV5를, 올해 초에는 유럽 시장용 EV4를 출시한다. EV5는 2만 2,000달러로 책정됐고, EV4는 3만 달러 이하의 가격이 예상된다. 이는 기가프레스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용 저감을 생산 기술이 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 절감에 대해 또 다른 방법으로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기가캐스트를 도입하면, 확실히 공수를 대폭 삭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재료비는 강판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변하기 때문에 높아진다. 게다가 실제로 제품을 성형하려면 기가 프레스 본체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용해로나 이형제를 분사하는 스프레이, 반송용 로봇, 금형 온도 조절기 등의 주변기기가 필요하다.

  

게다가 120톤이나 되는 금형을 기가프레스에 설치하거나 분리하기 위해 매우 튼튼한 천장 크레인도 필요하다.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아가 기가 프레스의 운영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를 위한 인원을 확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기가 캐스팅은 일체형으로 조립되기 때문에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전체를 교체해야 할 경우에 대한 대안이 아직은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다. 공정 효율 등 생산성 측면만 부각된 상황이다.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회사들처럼 모델 변경 시 차체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기가프레스 방식이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별도로 대량 생산 및 판매가 불가능해 기존 양산라인에서 생산할 수 없는 럭셔리 모델이나 한정판 모델 등 일부 차종의 개발 및 소량 양산을 위해 다기능, 다목적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퍼 캐스팅은 양산 모델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하이퍼 캐스팅을 2026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그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1년간 2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으면 기가 캐스팅을 도입해도 차체를 저 비용으로 제조하면서 투자도 회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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