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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단 24명뿐인 직업, F1드라이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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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0-10-22 12: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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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드라이버는 전세계에서 단 24명에게만 허락된 매우 특수한 직업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몇몇 국가만이 F1드라이버를 배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인 F1 드라이버가 등장한다면 월드컵 결승골 이상의 높은 가치로 평가될 만하다. 스포츠 귀족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선택 받은 일부의 전유물인 F1 드라이버의 세계를 알아본다.

꿈의 직업을 가진 극소수의 스타들
레이싱카의 격납고 역할을 하는 서킷의 핵심부 패독. 경주차 정비센터와 레이싱팀의 현장 본부가 되는 이 지역은 모터스포츠라는 거대 생명체를 가장 가깝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비교대상 조차 없는 최고봉 스포츠 F1 그랑프리가 열릴 때면 패독은 매우 특별한 마법에 걸린다.

예를 들어 이 곳에서 돌멩이를 하나 집어 던졌다고 해보자. 이 돌이 백만장자의 머리에 맞을 확률이 90% 이상이다. F1이라는 거대 산업의 종사자 대부분이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화로운 셀러브리티들 가운데서 유난히 빛나는 주인공은 바로 레이싱 드라이버다.
목숨을 건 스포츠로 알려진 카레이싱. 그 정점에 서있는 F1 드라이버의 세계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레이싱이라는 이름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죽음의 냄새와 본능적 짜릿함이 엑스터시 만큼이나 강력한 환각효과를 가져온 것인지도 모른다.

레이싱은 분명 스피드를 갈구하는 본능의 뼈대에 지적인 인류의 기계문명을 접목한 스포츠다. 그 주인공인 레이서들이 멋져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불행히도 팬이 아닌 사람들이 F1 드라이버가 얼마나 차를 잘 타는지 알아채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들의 엄청난 연봉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귀에 쏙 들어온다. 2010년 복귀하면서 다시금 화제를 뿌리고 있는 슈퍼스타 미하엘 슈마허, 전성기 때 그의 한 해 수입은 8,000만 달러 정도였다.
지구상에서 단 24명만 존재하는 직업적 희소성이 이들의 몸값을 올렸기 때문일까? 그 보다는 일한 만큼 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카레이싱은 인간이 생각해낸 스포츠 가운데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레이스 자체가 차의 성능을 견주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느 스포츠보다 강한 체력 부담을 요하는 F1 시트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사람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아무리 강한 차를 만들어도 이를 다룰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분명 시속 300km가 넘는 하이 스피드의 경지는 여전히 보통 인간들이 쉽게 넘을 수 있는 문턱이 아니다.

경주차가 점차 빨라지면서 차를 모는 인간의 신체적 능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궁금증은 ‘레이서’라는 아주 특별한 직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레이싱 드라이버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F1 경주차의 운전석은 누구나 꿈꾸는 자리지만 결코 안락하지는 않다.

콕핏(Cockpit)이라 불리는 F1 머신의 조종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의자 가운데 하나다. 드라이버의 등 뒤에 엔진이 있고 발 옆에는 1,000도 이상까지 뜨거워진 카본 브레이크가 달려있다. 더구나 뜨거운 아스팔트의 복사열은 낮은 차체의 경주차에 쉽게 전도된다.
이런저런 악조건들을 합하면 콕핏의 온도는 40도에서 50도에 달한다. 더구나 드라이버들은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불에 타지 않는 특수 소재(노막스)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한 여름에 내복과 오리털 점퍼 입고 한증막에 들어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드라이버가 느끼는 가장 큰 신체적 부담은 고속주행이나 회전 시 원심력에 의해 발생하는 중력가속도(G-포스)다. 이 때의 압력은 최대 5G에 이른다. 전투기 조종사처럼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3.5G면 바로 기절한다.

드라이버들은 중력의 4배의 힘을 온 몸으로 견디면서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듯 정밀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F1 중국 그랑프리의 경우 평균 1,500번 이상 기어를 바꾼다. 시속 300km의 속도에서 핸들을 조작할 때는 20kg의 물체를 드는 것과 같은 힘이 필요하다.

고도의 두뇌와 순발력을 요하는 직업
경기를 하는 사이 드라이버의 심장은 분당 185번 정도로 빠르게 뛴다. 전투기 조종사의 음속 비행 중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가 끝난 뒤 보통 3kg 가량 체중이 줄어든다.

다행히 일년 내내 이 같은 악조건 속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체도 따라서 진화한다. G포스를 집중적으로 견뎌야 하는 F1 드라이버들의 목근육은 봅슬레이 선수보다 20% 정도 발달했다. 시력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거리측정의 정확성, 명암구분 능력,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의 핀트를 순간적으로 정확히 맞추는 능력 등이 탁월한 경지다. 50cm앞 계기판을 보다가 갑자기 100m전방 상황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긴장의 순간 속에서 얻어진 능력이다. 미하엘 슈마허 등 경험 많은 드라이버들은 달리면서 대형TV에 중계되는 라이벌의 주행 모습과 자막으로 처리된 현재 기록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뛰어난 두뇌 능력도 레이서들의 기본 조건이다. 라이벌이 어디까지 따라 왔는지, 경주차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은 없는지, 혹시 비가 내린다면 타이어를 언제 바꾸는 것이 유리할지, 남은 연료량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를 끊임 없이 계산해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드라이버들은 체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도 필요로 한다. 페르난도 알론소나 루이스 해밀턴 등 유명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체지방률이 낮은 탄탄한 몸매에 얼음처럼 냉정한 성격을 갖고 있다.

남들에게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실제로 편안하게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거의 갖지 못한다. 이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시즌 중에는 평균 2주 간격으로 레이스가 반복되는데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비행기나 호텔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에 수입이 좋은 레이서는 전용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하는 것이 최고의 사치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생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슈마허의 경우 호나우두와 같은 유명 축구 스타들과 자선 대회를 개최할 만큼 수준급의 축구 실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2009 챔피언 젠슨 버튼이나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은 수준급 기타 연주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지금은 F1을 떠난 유명 레이서 자크 빌뇌브는 아예 자신이 노래하고 연주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F1 드라이버들은 다양한 능력을 바탕으로 인류에게 빠르게 성장하는 기계문명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인간과 기계의 가장 멋진 조합이 바로 모터스포츠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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