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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의 해법, 자동차 문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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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2-15 12:33:17

본문

현재 에너지 소비 열기는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2009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연간 자동차 등록 대수는 이미 미국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의 총 자동차 보유 대수는 인구 대비로 비교하면 미국의 약 20분의 1 수준이며, 보통 올림픽 개최 이후로 자동차 보유 붐이 일어나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석유 소비의 폭발적인 증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2005년 이후로 세계적인 원유 생산 능력은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으나 석유 수출 국가들의 석유 국내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므로, 세계적인 총 석유 수출량 즉 우리나라가 수입할 수 있는 석유의 총량은 이미 200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자원의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에너지 수급의 균형은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수요 억제를 통해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이것은 150년 석유산업 역사에서 인류가 처음 겪는 대 사건으로, 별로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나 가급적 빨리 받아들이고 그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현명하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로 보통 연료전지나 전기 자동차가 거론되곤 하는데, 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 수 십 년 앞선 아주 오래된 기술들이며, 기술의 발전 역시 상대적으로 신기술인 내연기관에 비해서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전기 자동차 대중화의 고질적인 걸림돌인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문제를 보면, 최근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약 150년 동안 겨우 3배 정도의 향상에 머물고 있으며 아직도 석유 에너지 밀도의 약 100 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소전지의 역사 또한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욱이 전기나 수소는 스스로 가용한 에너지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비로소 생성되는 즉 다른 에너지의 변환된 형태에 불과하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8년도 국제에너지기구 (IEA) 보고서에서 예측한 내용인데, 2030년도가 되어도 화석 에너지 의존도는 절대적이며, 소위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가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고유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은 석유를 덜 쓰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힘들다. 특히 세계적으로 전체 석유의 약 50% 정도가 운송 부분에서 소비되므로 이 부분에서의 소비 절약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자동차 연비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의 일등 공신은 단연 디젤 엔진이다. 과거 디젤 엔진은 소음과 매연이 심해서 상용차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유럽을 필두로 30여 년 간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서 승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과 가솔린 엔진 대비 약 30% 정도의 연비 향상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벤츠 S-class 급에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하여 시판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서유럽 전체로 승용 디젤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를 상회하며 특히 프랑스의 경우 약 80%에 이른다.

이처럼 쉽게 에너지를 절약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독 승용 디젤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 편 자동차 연비가 향상됨에 따라 자동차의 운행 거리는 비례해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에너지 과소비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 문화 그리고 정책적인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풀어 나아가야만 한다. 좋은 예로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의 자동차 연비는 승용차의 경우 56% 그리고 경트럭 (SUV)의 경우 무려 79%의 향상이 있었으나, 오히려 경트럭 차량의 시장 점유율이 5%에서 55%로 대폭 증가하는 등 자동차가 대형화 되고, 동시에 교외의 전원 주택형 거주 형태가 일반화함에 따라 차량의 운행 거리도 크게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차량 1대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감소는 겨우 9%에 머물게 되고 말았다.

그동안 연비 향상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한 시간과 이에 따른 자동차 가격의 상승을 생각하면 참으로 허무한 결과이다. 반면 현재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평균 연비는 미국의 약 2배 정도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 제작 기술의 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다만 연비가 좋은 소형 자동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형 자동차를 기꺼이 선택하는 이유로 남의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측면도 있으나, 높은 에너지 가격, 각종 세금 제도, 그리고 편리한 대중 교통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밀하게 계획된 국가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다.

위의 그래프는 나라별로 에너지 소비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 낭비가 매우 심한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경우도 에너지 소비는 소득 향상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다가 선진국 평균선 근처로 수렴함을 볼 수 있다.

유독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경우, 소득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이르지 못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선진국 평균치를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문화 역시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신분 과시 등의 영향으로 큰 차를 선호하다가 점차 실용 위주로 바뀌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큰 차 선호도에 변화가 없으며 최근에 와서 오히려 SUV 등 대형 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자동차의 경량 소형화는 연비 향상의 선결 조건으로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그 경향이 이미 오래 전부터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형차의 시장 점유율이 유독 적은 것은 국가 정책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차고지가 있어야 자동차 등록을 할 수 있으나 경차는 예외로 하는 등 강력한 경차 장려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차에 혜택이 일부 있으나 혜택은 크게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오히려 혜택은 자동차 혹은 엔진의 크기가 아니라 연비를 기준으로 재정립 되어야 한다. 또한 자동차의 운행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자동차 세금과 보험료를 연간 운행 거리에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정유한 경유는 남아서 수출하고 LPG는 모자라서 수입하는 등 세금 때문에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보다 잘사는 유럽에서는 아직도 자동 변속기의 보급률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인구 밀도도 높고 석유 공급도 대외에 의존하는 등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으므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방향 결정에 있어서 참고할 점이 많다고 하겠다. 7~80년대 오일 쇼크 이후로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 십 년간 꾸준히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비하는 에너지의 100%를 수입하고 있음은 물론, 절대 금액 측면에서도 GDP 대비 세계 최고로, 고유가에 매우 위험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갖고 있다. 유럽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막연한 대체 에너지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계속 시간을 낭비하면 정말로 파국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동안 주로 에너지의 공급 측면에서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왔고 소비 측면은 많이 간과한 경향이 있으므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절약 여지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희망적인 면도 있다.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 문화에 대한 각성과,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방향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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