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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절제된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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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6-22 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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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개봉되었던 영화 ‘드라이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영화이다. 제목만으로는 영화내내 치열한 자동차 추격전이 나오리라 생각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영화이다. 주인공은 뛰어난 운전실력으로 낮에는 스턴트맨으로 밤에는 범죄자들의 탈주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영화의 런닝타임내내 화려함 보다는 무서울 정도의 평온함이 흐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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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3번의 자동차 추격전이 나온다. 오프닝이 끝난 후 강도들의 탈주를 돕는 장면에서는 그간 봐왔던 추격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장면이 흐른다. 비명을 지르며 코너를 미끄러지는 모습도 없고 경찰차와의 과격한 충돌씬도 없다. 무대가 되고 있는 로스엔젤레스 시내 도로를 속속 들이 알고 있는 주인공은 어떻게 하면 조용히,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지를 알고 있다. 경찰의 무전을 감청하면서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풀스로틀로 거리를 달리고 있지만 일반적인 주행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영화 속의 카체이스는 숨이 막힌다. 화려함이 아닌 정적 속에서 보는 이를 숨막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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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를 돕는 차량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주인공은 ‘수수한 자동차’를 찾는다. 이러한 기준에 의해 선택된 차량은 ‘시보레 임팔라’. 무대가 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실제로도 흔하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차량이다. 앞서 말한대로 강도들의 탈주를 도우면서도 도시를 파괴하거나 폭주하는 장면은 없다. 사실 화려한 카체이스 장면은 보는 이들에겐 통쾌할지 몰라도, 리얼리티는 부족하다.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과도 같고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처하면 도망갈 수 있을리 만무하다. 속도보다는 어떤 길을 통해 이동하고 가장 빠른 루트를 치밀하게 계산해 움직이는 이 치밀하게 조립된 도주장면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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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는 액션이라기 보단 멜로물이자 느와르물이다.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이끌리게 된다. 옥살이 중인 남편을 대신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여성의 이름은 아이린(캐리 밀리건). 그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중반 이들은 함께 드라이브를 나간다. 이때 등장하는 차량은 70년대 출시된 ‘시보레 쉐빌’이다. 차 안에서 우연히 두 사람의 손과 손이 닿는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닿는다. 둘은 차 안에서 특별한 말을 주고 받지 않는다. 서로 교차되는 시선만이 나올 뿐이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대사가 적다. 그 빈 공간을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이 채우고 있다.

아이린의 남편이 출소하면서 영화는 하이라이트로 치닫는다. 출소한 남편을 그의 전 동료들이 위협하면서 그의 가족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을 돕기로 한다. 아이린과 그녀의 아이,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서... 하지만, 여기에는 그들을 위협하는 마피아의 다른 함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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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카체이스에는 ‘포드 머스탱’과 크라이슬러 300C’가 등장해 대결한다. 주인공은 머스탱으로 도망치지만 300C도 출력에서는 밀리지 않기에 곧 따라잡혀 버린다. 격렬한 충돌과 화려한 스핀턴 장면이 나오지만 최대한 억제된 모습이다. 대사도 음악도 최소한의 것이다.

영상자체도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장면 전후와 주변의 모습을 그리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화 후반에는 잔인한 폭력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최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피하고 있다. 주인공은 영화 ‘폭력의 역사’의 비고 모텐슨 처럼 폭력적인 충동을 안고 있지만, 이를 억누르며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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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항상 등에 전갈모양의 자수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다닌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드라이빙 장갑을 끼고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있다. 길에서 만난 운전자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면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겠지만 주인공, 라이언 고즐링의 모습은 내내 세련되고 절제된 케릭터를 잘 살리는 모습이다. 피플지에서 뽑은 가장 섹시한 남자 2위 (1위는 브래들리 쿠퍼)에도 올랐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영화 드라이버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카체이스 장면 하나 없이 출륭한 자동차 영화로 탄생했다. 한 가지 재밌는 부분은 덴마크 출신의 감독인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운전면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쩌면, 절제된 영상미를 연출하는데 운전의 유무는 상관없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흐르는 80년대 신시팝은 주인공의 자동차인 쉐보레 쉐빌과 함께 도시를 흐른다. 심플한 베이스음과 복고적인 감성이 가득한 음악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신시사이저음과 함께 'A real human being, and a real hero’ 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탐미적인 영상 만으로도 가치있는 영화, ‘드라이브’이다.

드라이브 (2011)
액션, 스릴러
감독 : 니콜라스 빈딩 레픈
출연 : 라이언 고슬링 (드라이버 역), 캐리 멀리건 (아이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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