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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승용차들의 복고풍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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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3-27 17: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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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승용차들의 복고풍 디자인

'Digital'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21세기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이제 그 물리적 기능에서는 사실상 거의 ‘평준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자존심이며 세계 최고급 승용차라고 자부해왔던 롤스로이스(Rolls Royce)가 독일의 BMW에 인수되어 버렸고, 롤스로이스와 함께 스포츠카의 귀족으로 받들어져 왔던 벤틀리(Bentley)마저도 독일 메이커, 게다가 어찌 보면 ‘귀족’의 스포츠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이는 브랜드 폭스바겐(VolksWagen;독일어로 ‘국민차’라는 의미이다)으로 합병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록 이렇게 국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귀족스러움’은 여전히 건재하다.

물론 독일인들이 귀족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일인들은 성능 좋은 자동차를 잘 만드는 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벤츠의 최고급 모델 S 클래스보다도 더 고성능의 고급승용차 마이바흐가 바로 그 예이다. 이제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는 모두 독일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 최고급의 승용차들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고급승용차에 대한 접근방법과 해석에서는 ‘독일기술’ 이라는 획일성은 보이지, 아니 느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원천이 어디냐 보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느냐 일 것이다.

롤스로이스 팬텀
대부분의 고급승용차들은 자신을 표시하는 상징물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후드의 앞쪽 끝 중앙에 달려 있는데, 이것은 옛날에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던 거대한 범선의 뱃머리에 붙어있던 조각품에서처럼 상징적인 것이어서 당연히 멋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롤스로이스」에서 볼 수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나이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엠블렘(emblem)이 바로 그 ‘조각품’인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꼭대기 한가운데에 약 10cm의 높이로 솟아있는 이 빛나는 여신상은 실제로도 예술품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바람결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날개처럼 보이는 옷자락과 아름답고 자신감에 넘치는 우아한 자태의 모습…. ‘승리의 여신’, 또는 ‘환희의 여신’ 이라고 불리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품위를 지닌 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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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신상이 롤스로이스에 부착되기 시작한 것은 1911년부터였다.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롤스로이스의 중역 끌로드 존슨은 롤스로이스의 이미지를 한눈에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1901년에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찰스 사이크스에 의뢰해 롤스로이스의 마스코트가 탄생한 것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나이키 여신상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이 마스코트는 그 뒤로 롤스로이스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롤스로이스를 인수한 BMW는 1998년부터 21세기를 대표할 새로운 롤스로이스를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은 BMW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최신의 최고급 롤스로이스를 기대했고, 마침내 2003년 1월 4일 새벽에 극적으로 등장한 롤스로이스 팬텀(Rolls Royce Phantom)은 5.8m가 넘는 길이를 가진 거대한 차체와 롤스로이스 고유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가장 롤스로이스다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여타의 평범한 고급 세단들과 달리 마차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문은 양쪽으로 활짝 열려 승객이 승?하차 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품위를 지켜주는 롤스로이스다운 귀족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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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형 팬텀의 실내에서 특히 뒷좌석은 오페라 극장의 왕실 전용좌석인 로열 카우치(Royal Cauch)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리고 측면과 뒤 유리창의 넓이를 줄여 최대한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확보하면서도, 한편으로 폐쇄된 듯한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C-필러 안쪽은 거울로 처리되어 있다. 한편 운전석과 계기판의 디자인은 스타일적인 처리가 그다지 가미되지 않은 가장 원초적인 원(圓)의 형태를 주제로 한 고풍스러운 스타일에 수공예로 마무리 된 마호가니와 호두나무, 단풍나무 등이 결합되어 롤스로이스가 전통적으로 써 왔던 계기판 제작의 재료와 방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밝은 색채의 가죽시트와 카펫으로 마무리 된 바닥과 화려한 대비를 이룬다.

신형 팬텀의 차체 디자인에서는 롤스로이스만의 전통적 특징(heritage)인 우아한 선(線)과 육중한 중량감을 동시에 가지면서, 차체의 형태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이미지를 주고 있는데, 이것은 2차 대전 후에 나타났던 신 대전 후 스타일(The New Post War Style)과 같은 맥락의 것으로, 이 때의 차들이 엔진의 대형화와 함께 나타났던 스타일 양식이다. 12기통의 대형 엔진을 가진 신형 팬텀 역시 그러한 양식을 따르고 있다. 차체의 폭(幅) 역시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보트 테일(boat tail)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클래식한 스타일 이외에도 실질적인 공력특성(空力特性) 향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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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팬텀은 BMW의 V형 12기통 엔진을 롤스로이스의 전통적인 엔진 배기량인 6,750cc로 맞추어 개발해 탑재해 동력성능에서는 어느 대형 승용차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달리기 위한 기능 뿐 아니라, 롤스로이스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치밀함 또한 빼놓지 않았다. 지름이 21인치(현재의 양산차는 물론이고 튜닝된 차량 중에서도 가장 지름이 클 것이다)에 이르는 거대한 알루미늄 휠의 중앙에 자리 잡은 롤스로이스의 배지는 바퀴가 아무리 빠르게 회전해도 항상 똑바로 멈추어져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정말 고급 승용차다운 면밀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귀족은 이름의 글자조차도 절대 뒤집혀서는 안 되는 가보다^^.

이러한 롤스로이스의 내,외장 디자인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다분히 우아하면서 낭만적이다. 마치 파티를 주관하는 주인 내외가 이브닝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타고 나가는, 그런 분위기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롤스로이스가 전통적으로 견지해 온 럭셔리 카의 귀족적인 모습일지 모른다.

마이바흐
한편 최초의 자동차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벤츠는 항상 최고의 기술을 가진 고급승용차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21세기가 온 지금, 벤츠는 1930년대 독일에서 가장 큰 고급승용차였던 전설적인 마이바흐(Maybach)를 부활시켰다. 그런데 이 이름 마이바흐는 벤츠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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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는 고틀리프 다임러(Gotlieb Daimler)가 창업한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 자동차」의 유능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최초로 다임러(Daimler) 자동차를 개발하였고, 1900년에 다임러가 사망한 뒤에도 다임러 자동차의 기술책임자로 활동하였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비행선으로 유명한 제플린(Zeppelin) 남작을 위해 엔진을 만들어 주다가, 1909년 아들 칼(Karl)과 함께 「마이바흐」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고급승용차 생산에 주력해 1929년에는 12기통 엔진을 얹은 승용차 제플린(Zeppelin)을, 1934년에는 6기통 모델인 DSH와 SW를 선보였으나, 1941년이 되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최고급 모델로는 1932년에 나온 제플린 DS8이 있었다. 이 차는 V형 12기통 엔진에 전장이 5.5 미터로 독일 최장의 승용차였다.

이렇듯 20세기 초반부를 빛낸 뛰어난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빌헬름 마이바흐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 고급승용차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마이바흐’라는 이름을 쓴 것이다. 물론 벤츠와 다임러는 각각 칼 벤츠(Karl Benz)와 고틀리프 다임러(Gotlieb Daimler)가 설립한 별개의 메이커였지만, 1925년에 두 회사가 합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고, 지난 1998년에 다임러 벤츠는 미국의 크라이슬러(Chrysler)를 합병하여 다임러-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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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마이바흐의 차체는 휠 베이스(wheelbase)의 길이에 따라 두 가지이다. 마이바흐의 기본형은 차체 길이가 벤츠 S클래스의 롱 휠 베이스 버전(long wheelbase version)보다도 40cm 긴 5.6m에 이르고, 마이바흐의 롱 휠 베이스 버전은 차체 길이가 무려 6.3m나 된다. 큰 덩치 때문에 차체 옆면이 단순해 보이지 않도록 두 가지 색의 페인트를 나누어 투 톤(two tone)으로 칠하고 색깔의 경계선을 크롬 몰드로 둘러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이러한 색채의 처리는 고전적인 공예방식에서 보여지던 특징이다. 각각의 마이바흐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완전한 수공업 방식으로 제작된다. 마이바흐는 2002년 가을부터 독일의 진델핑겐(Sindelfingen)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연간 1500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마이바흐의 생산은 오늘날의 자동차산업에서 보편화된 벨트 컨베이어(belt conveyer)에 의한 대량생산방식이 아닌, 고도로 숙련된 높은 수준의 기량을 갖춘 기능공들에 의한 코치빌딩(coach-building)방식에 의해 생산되며, 마이바흐를 주문한 사람은 자신이 주문한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1932년에 나왔던 제플린과 동일하게 V형 12기통 엔진으로 「Type12」라는 이름의 5,500cc 배기량의 새로 개발된 엔진이 장착되는데, 최고출력은 무려 550 마력이다.

마이바흐의 고급승용차로써의 진면목은 실내 디자인에서 나타난다. 마이바흐의 실내 디자인은 전통적인 럭셔리의 현대적 개념의 해석을 보여준다. 과연 전통적 럭셔리의 현대적 개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충실하고 다양한 기능의 반영으로 나타난다. 항공기의 1등석을 능가하는 좌석의 각종 기능은 이 차의 주 이용자가 될 최고경영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구성된다. 과거의 고급승용차들의 럭셔리 개념이 고급스러운 소재의 사용을 통한 시각적 화려함을 중심으로 추구한 것이었다면, 현대적인 개념의 럭셔리는 여기에 기능의 충실함을 동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져서 적극적인 거주성(居住性)의 확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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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이바흐가 추구하는 고전적 럭셔리의 현대적 디자인의 감성은 무엇일까? 그런데 어쩌면 마이바흐는 럭셔리의 감성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마이바흐는 앞서의 롤스로이스의 ‘낭만적’ 감성과는 전혀 다른 냉철하고 분석적인 인상으로 어필하고 있다. 기업을 이끌어 가는 최고경영자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과거에 마이바흐의 엠블렘은 둥그스름한 삼각형 안에 ‘M’ 자를 교차시켜서 최고의 자동차 기술의 정점을 상징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60년 만에 다시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의 새로운 고급차 브랜드로서 선보이게 되었다. 단지 이전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엠블렘 속에 들어있는 ‘MM’이 과거에는 “Maybach Motorenbau(마이바흐 자동차메이커)”를 의미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Maybach Manufaktur(마이바흐 생산본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고급승용차는 그 시대의 기술과 가치관, 그리고 미학의 총 집합체이다. 그것은 한 대의 고급승용차를 만들기 위해서 그 시대에 그 메이커가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고급승용차는 단지 값이 비싼,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재료들로 치장된 자동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동차는 기계(機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절대로 기계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좋은 자동차의 기준은 좋은 기계의 기준, 즉 가장 효율적인 기계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복고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 지고 있는 이들 21세기를 대표하는 럭셔리카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는 자동차가 발전되어 온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단순한 기계가 아닌, 자동차가 지켜 온 본래의 원형의 모습으로서 고전(古典;classic)을 보여주는 전형(典型)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복고(復古; retro)라고 불리기보다는 자동차 본래의 모습, 오리지널(original)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료제공 : 삼성교통박물관 (http://www.st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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