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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카레이싱 현장에서 활동한 모터스포츠 전문기자 출신이다. 그동안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뿐 아니라 F1 그랑프리, 르망 24시, 사막 랠리, 포뮬러 닛폰, F3, 카트 등 수많은 굵직한 이벤트들을 지켜봤고 포뮬러 르노, 랠리카 등 다양한 경주차들을 시승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겪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동차경주 안내서인 모터스포츠 단행본도 발간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할만큼 늘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카레이스는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1-09 17:01:32

본문

대부분의 스포츠종목은 선수의 근육이나 순발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자동차경주는 어떤가? 역도선수 같이 든든한 허리와 악력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아니면 마라토너 이봉주 같은 강철심장이 레이스를 우승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가정은 상당부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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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체의 비밀을 푸는 학문이 바로 스포츠과학이다. 생화학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과학은 다른 기술분야 만큼의 비약적 발전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동차경주를 치르는 드라이버들에 대한 관심은 소홀했다. 카레이스는 자동차라는 매개체로 승부를 가린다. 따라서 레이서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값어치가 경주차 발전사에 눌린 것이 자연스런 일인지 모른다.

그런 일부 과학자들은 드라이버가 레이스 중 겪는 신체적 시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로 육상선수나 테니스 선수들을 연구하던 스포츠 생의학자들이다. 비록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관심을 가진 일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레이서 신체의 비밀을 푸는 길이 곧바로 경기력을 높이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에서 순간적으로 정보를 읽어내는 눈, 체중의 4배에 가까운 압력을 이겨내고 핸들을 잡는 근력, 그리고 50℃를 넘는 콕핏 안에서 2시간에 걸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지구력과 집중력. 이것이 최고의 드라이버들에게 요구되는 신체적 능력이다. 그랑프리의 역사를 되집어 보면 끊임없이 속도를 줄이려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안전규정 강화로 과거에 비해 스피드가 줄어들기는 했다. 다운포스도 약해졌고 엔진파워의 제한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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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1의 컨스트럭터들은 규정의 틈을 비집고 속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찾아냈다. 결국 드라이버들이 견디어 하는 극한의 상황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첨단 기자재를 다루어야 한다는 부담이 늘었다.

레이스 중인 드라이버의 두 손은 아주 바쁘다. 핸들을 쥐고 기어를 조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밸런스와 댐퍼세팅을 수시로 조정하고 가끔씩 피트와 연결된 무전기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것도 초고속 추격전 중에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F1 드라이버들의 가장 큰 신체적 특징은 상체근육이 무척 발달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횡가속도를 견뎌야 하는 목근육, 다시 목을 지탱하는 배의 근육, 무거운 핸들을 돌리는 팔뚝과 아귀힘(악력)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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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인 힘을 1G로 보면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 코너링 때 드라이버의 몸에 전달되는 횡가속도의 압력은 3∼4G 이상이 된다. 일반승용차가 급코너에서 받는 횡가속도는 보통 0.7G 이하다. 이 정도라면 중력의 4배에 달하는 기압이다. 드라이버는 결국 신체 중 가장 약하다는 목으로 강한 압력을 막아야 한다. 일반도로를 운전할 때도 장시간 와인딩 로드를 지나면 곧 목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F1 드라이버는 스포츠종목 중 목근육이 가장 발달했다는 봅슬레이 선수의 평균값에 비해 20% 정도 강하다는 통계도 있다.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F1 드라이버의 특징은 바로 눈이다. 일반인에 비해 시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시야, 초점심도, 거리측정의 정확성, 명암구분능력 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한 빛을 쏘인 뒤 시력을 회복하는 능력은 경이적이다.

먼거리와 가까운 거리의 핀트를 순간적으로 맞추는 능력 또한 굉장한 것이다. 시속 300km의 레이스 중 먼거리의 전방을 주시하다가 불과 50cm 앞의 계기판을 읽고 다시 전후방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동물적인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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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포츠종목의 선수들은 시력이 좋아도 전체적인 눈의 능력면에서 F1 드라이버를 따라가지 못한다. 유일하게 접근하고 있는 종목이 바로 테니스. 눈앞에 있는 공과 먼 곳에 있는 상대선수를 동시에 쳐다보며 시속 100km 이상의 볼 스피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능력은 레이서의 날카로운 반사신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레이서들은 외부정보에 대한 반응속도가 다른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눈에 띄게 빠른 것은 아니다. 대신 규칙적인 반응능력을 장시간 지속하는 능력은 뛰어난 편이다. 근력과 지구력 등 신체적인 면보다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드라이빙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F1 드라이버들은 긴장을 풀고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독특한 심호흡법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드라이버들은 하체가 아주 약하다. 일명 헤비 레그(Heave Leg)라고 불리는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다리가 무거워지는 증상이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드라이버를 괴롭히는 이 증상은 급격한 브레이킹과 클러치 조작에 따른 압력으로 피가 하반신에 몰려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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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동맥으로 많은 양의 피를 펌프질할 수 있는 심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하체에 고여 있는 피를 빨리 순환시키기 위해서다. 심폐기능이 강한 드라이버가 레이스에 유리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드라이버들에게 특별한 체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신 군살이 많은 체질은 조금 불리하다. 즉 체지방률(체중에 대한 지방의 비율)이 높으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체지방률이 높은 드라이버는 경기 중 가벼운 탈수현상이 나타나 피로를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장거리 레이스를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큰 약점임이 분명하다.

레이서들이 가진 신체의 비밀은 바로 집중력이다. 그리고 강한 정신력을 실어 나르는 체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F1 드라이버의 신체를 조사한 외국의 자료들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말해 주고 있다. 바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체능력이다. 그랑프리 경력이 쌓이면서 다른 분야의 스포츠선수들이 같은 기간 끌어올린 육체적 발전도를 뛰어넘는 기록을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극한의 경쟁상황에서 육체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만큼 머신을 다루는 솜씨도 좋아졌다. 우리는 이 가정을 매우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은 드라이버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가 신뢰할 만큼의 평균값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성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한 노력이었다. 바로 카레이스는 또 다른 육체의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모터스포츠는 기계의 경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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