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지난 15년간 카레이싱 현장에서 활동한 모터스포츠 전문기자 출신이다. 그동안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뿐 아니라 F1 그랑프리, 르망 24시, 사막 랠리, 포뮬러 닛폰, F3, 카트 등 수많은 굵직한 이벤트들을 지켜봤고 포뮬러 르노, 랠리카 등 다양한 경주차들을 시승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겪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동차경주 안내서인 모터스포츠 단행본도 발간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할만큼 늘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레이스만큼 재미있는 경기장 색깔론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1-23 17:24:37

본문

드라이버가 경주차와 한 몸이 되어 필사의 도전을 하는 곳 서킷(Circuit). 자동차 경주장을 일컫는 말인 서킷은 모터스포츠의 우승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복잡한 변수다. 물론 지정된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나 오지에서 자동차를 모는 랠리도 있지만 오늘날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 모으는 경기들은 대부분 서킷을 무대로 한다. 관람객이 경주차를 맘껏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35388_1.jpg

한데 모든 서킷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서킷의 개성은 부대시설이 아닌 트랙의 성격에서 결정된다. 직선이 길어 속도를 낼 수 있는 서킷이 있는가 하면 구불구불한 코너가 많은 곳도 있다. 그래서 각 그랑프리마다 드라이버들의 공략방법과 팀의 전술이 달라지게 된다.

드라이버 위협하는 트랙

독일 호켄하임과 이태리 몬자는 경주차의 엔진 성능이 그랑프리의 성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두 서킷은 경주차를 거의 반쯤 죽여 놓는 곳이다. 평균시속 230∼250km, 최고시속 350km로 달리다 보면 갑자기 머신 뒷부분에서 뭉게뭉게 구름꽃이 피거나 불이 나면서 엔진들이 넉다운 되는 경우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킷은 브레이크와 타이어 시험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두 가지가 중요한 곳이다. 구불구불한 커브길이 많기도 하지만, 커브길 자체보다도 언덕이 더 위협의 대상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엔 보이지 않다가 내리막길로 들어서면서 갑자기 좌우로 나타나는 커브에서 드라이버들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35388_2.jpg

물론 F1 드라이버 정도 되면 모든 서킷을 눈감고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트랙의 커브 하나하나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다. 하지만 두세 시간 동안 정신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 0.1초의 판단착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바르셀로나의 언덕길처럼 모든 서킷은 드라이버의 순간적인 판단미스를 은밀하게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 실버스톤, 벨기에 스파프랑코르샹, 이태리 몬자, 독일 뉘르부르크링, 독일 호켄하임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서킷들은 경주차의 성능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모나코 몬테카를로, 말레이시아 세팡, 일본 스즈카 등은 드라이버의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드라이버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경기장은 커브가 많다.

관중의 입장에서 서킷을 평가하라면 말레이시아 세팡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그랜드스탠드의 관중들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트랙과 관중석에 일체감을 형성시킬 수 있는 서킷이기 때문이다. 스타트 직선구간 앞뒤로 180도 꺾인 커브가 있는 서킷은 그랜드스탠드의 관중들을 배려한 곳이다.

관중들이 가장 고급스럽게 그랑프리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모나코 몬테카를로다. 경기장이 시내 일반도로여서 도로와 인접한 어느 빌딩에서나 레이스를 볼 수 있다. 호텔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 밑으로 달리는 경주차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오후를 보내기 위해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랑프리가 열리는 날 몬테카를로에 있는 호텔의 전망좋은 방은 하루에 수천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35388_3.jpg

또한 서킷은 기후조건에 따라서 설계에 세심한 배려를 하기도 한다. 세팡 서킷이 대표적이다. 열대 몬순지역이어서 매일 최소 한 차례씩 퍼붓는 집중호우를 감당해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세팡 서킷은 설계 당시에 드레이니지 시스템(비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적용, 불과 몇 초 안에 27평방미터의 비가 트랙에서 신속하게 빠지며 폭우 10분 후엔 트랙이 말끔히 건조해질 수 있도록 하는 배수장치를 마련했다.

한편 각각의 그랑프리 트랙이 나름대로 개성을 갖고 드라이버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개별트랙에 없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곧게 뻗은 일직선 구간, 좌우 콤비네이션 커브, 완만한 커브 등이 그런 곳이다. 일직선 구간은 최고시속을 내면서 머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곳이며, 드라이버의 능력이 요구되며 추월의 가능성도 열어주는 커브도 있어야 한다. 추월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드라이버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브는 몇 가지 특성으로 나뉠 수 있다. 좌우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빠른 커브, 굼벵이처럼 속도가 푹 떨어지는 커브, 고속을 유지하는 완만한 커브, 그리고 일직선으로 뻗은 길 바로 앞에 있는 커브.

35388_4.jpg

커브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몇 가지 위험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커브가 시작되기 전에 드라이버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브레이크 타이밍이 빠르면 엄청난 시간적 손실에 추월까지 당하기 십상이며, 타이밍을 놓친다면 충돌 내지는 최소한 트랙 이탈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코너링 중에 머신의 흔들림이 심해지며, 미끄러짐 현상이 나타나므로 경주차의 안정성과 경주차에 대한 드라이버의 장악력이 요구된다.

빠른 커브와 느린 커브

대개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커브는 경주차의 순발력을, 시속 60∼70km 밖에 되지 않는 느린 커브는 드라이버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속도가 빠른 커브는 뒤에서 쫓아오는 상대방을 떨어뜨릴 때, 속도가 느린 커브는 쫓아오는 상대방을 제어할 때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지난 1999년 말레이시아 그랑프리에서 미하엘 슈마허가 미카 하키넨을 거의 넉다운 상대로 몰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세팡 서킷의 커브가 대부분 느린 코스였기 때문이다. 슈마허는 느린 커브에서 속도를 갑자기 예상보다 떨어드리는 방법으로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하키넨을 거의 패닉 상태로 빠지게 했다.

35388_5.jpg

커브의 가장 큰 묘미는 무엇보다도 긴 직선구간 후에 나타나는 첫 번째 커브이다. 이런 커브는 일반적인 위험성을 가장 극대화시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일본 스즈카의 1구간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커브는 관중들에게 별로 흥미를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고시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나타는 커브는 브레이크 시스템 상태, 브레이크를 밟는 드라이버의 타이밍, 경주차의 안정성, 기어의 상태, 드라이버의 시프트 업 다운 타이밍, 경주차의 에어로다이내믹, 타이어의 안정성 등 거의 모든 것을 체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코스에선 항상 트랙 바깥쪽으로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으며 추월도 번번이 일어난다. 독일 호켄하임과 뉘르부르크링, 이태리 몬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서킷에선 아무리 순위가 뒤처져 있다 하더라도 앞에서 달리는 경주차의 성능보다. 좋은 경주차를 갖은 드라이버이라면 순간적인 추월이 쉽다. 상대적으로 경주차가 좋지 않은 팀들은 상실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35388_6.jpg

영국 실버스톤은 그렇게 긴 일직선 구간은 아니지만 곳곳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이 길들이 막바로 급커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중들에게 독특한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다른 서킷에서 볼 수 있는 엔진 성능의 차이의 극단성을 좀 약화시키고 드라이버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키워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실버스톤에서는 거의 전 구간에 거쳐 추월 가능성이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모든 구간에서 트랙 바깥으로 미끄러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지난 1998년 슈마허와 하키넨의 대결이 좋은 예이다. 슈마허의 끊임없는 어택에 몇 번이나 위태위태한 장면을 연출한 하키넨이 결국은 커브가 시작되는 길에서 제대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트랙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슈마허는 하키넨을 추월할 수 있었다. 하키넨은 결국 이것 때문에 실버스톤 그랑프리 우승의 영광을 슈마허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