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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카레이싱 현장에서 활동한 모터스포츠 전문기자 출신이다. 그동안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뿐 아니라 F1 그랑프리, 르망 24시, 사막 랠리, 포뮬러 닛폰, F3, 카트 등 수많은 굵직한 이벤트들을 지켜봤고 포뮬러 르노, 랠리카 등 다양한 경주차들을 시승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겪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동차경주 안내서인 모터스포츠 단행본도 발간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할만큼 늘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예선 드라이빙을 잘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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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5-14 23:17:34

본문

예선 드라이빙을 잘하는 비결

결승에서 승리하면 폭발하는 환희에 휩싸여 자신을 잊게 마련이다. 그와는 달리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침착하게 승리를 축하할 수 있으려면 예선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그리드 포지션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결승성적이 말해준다. 예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건 결승에서 이기면 그만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레이스 관계자들은 예선결과를 기준으로 드라이버의 기량을 판가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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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첫째 예선 때는 가장 어려운 운전을 해야 한다. 고속에서의 자동차 컨트롤 기술을 극한까지 시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섀시, 엔진, 타이어 등의 하드웨어 특징을 100% 살려 달리는 것은 예선뿐이다. 결승에서는 한 바퀴의 승패가 가름되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에 걸쳐 승부를 가리게 된다. 레이스 중에는 섀시 밸런스, 타이어 성능과 코스 컨디션이 시시각각 변하게 마련이다. 그에 맞춰 세팅이 필요하다.

가령 뒷바퀴굴림차의 경우 종반에 뒷바퀴의 접지력이 크게 떨어진다. 기본으로 FF차는 오버스티어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레이스 초반에 완벽하게 중립적이었다고 해도 종반에 들어서면 점차 오버스티어가 심해져 고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반에 가벼운 오버스티어로 세팅해 두면 유리하다. 종반으로 갈수록 중립으로 바뀌기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전체적으로 접지력이 떨어지더라도 핸들링에 큰 지장이 없다. 이 방법을 쓰려면 세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의 변화를 충분히 계산에 넣어 치밀하게 운전해야 한다. 그러나 예선에서는 한 바퀴만 핸들링이 잘 들으면 되기 때문에 대단히 완성도 높은 세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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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에서나 예선에서나 한계주행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예선에서는 고도의 세팅을 한 다음에 도전한다. 따라서 평균속도가 올라가고 차를 컨트롤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예선에서는 결승보다 곤란한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 예선은 위험하다. 가장 빠른 기록을 위해 타임어택을 하는 랩에는 코스가 다소 혼잡하더라도 액셀러레이터를 늦추지 않고 무리하게 추월해야 한다.

타임어택을 하기 직전의 최종코너에서 멋지게 빠져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드라이버는 그 랩을 버리고 싶지 않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추월할 수 없는 위험한 장소에서도 다른 차를 앞지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큰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는 말이다. 한계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코스 오프하면 경주차의 손상은 크고, 드라이버도 중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둘째, 예선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수준이 가장 낮은 클래스의 예선일 때는 짧게는 10분, 길어도 20분에 불과하다. 1주 길이 2km인 서킷에서는 겨우 7∼8주를 도는 시간이다. 그래서 최고기록이 나올 때까지의 페이스를 다잡아야 하고 드라이빙 여유가 없어 초조해진다. 거기서 오는 압력에 눌려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타임어택을 할 때까지 시간을 지나치게 허비해 한계속도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예선을 마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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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압력에 약한 드라이버도 있다. 기록을 올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타입이어서 팀 감독의 질책을 자주 듣는다.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 막다른 단계에 가서 최고기록을 내는 버릇은 결코 권장할 것이 못된다. 예선이 반쯤 소화된 시점에 다른 차들이 엔진 고장을 일으켜 트랙에 오일을 쏟아 놓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 때는 이미 예선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타임어택 전략은 자명하다.
계측 1주째부터 풀 드로틀 주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차가 옆으로 돌아가도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고 나가야 한다. 운명을 건 전속주행을 할 때는 자신의 기량과 미캐닉의 세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대담하게 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전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저 코너에서 전속으로 달리자고 결심하지만 으레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떼게 마련이다. 모터스포츠에서는 하드웨어가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여기서 근성을 들먹이면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선에서는 대담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좋은 그리드 포지션을 따낼 수 없다. 예컨대 어떤 드라이버는 조용히 운전석에 들어가 전방의 한 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투지를 불태우고 집중력을 높인다. 한편 괴성을 지르면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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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예선에는 결승과는 다른 경쟁이 벌어진다. 예선기록 1초 사이에 수십 대가 경합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0.1초만 빠르면 5대를 앞서 그리드 포지션을 잡게 된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모두 전력을 다해 도전하기 때문에 보통 노력으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뛰어난 레이서는 이처럼 불리한 조건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피드가 올라가고 위험도가 증가하면 자기 방어기능이 날카로워지고 자기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 한계주행을 하면서도 결코 한계를 넘지 않는다. 머리는 냉철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를 일으키지도 않고 스무드한 운전이 가능해 언제나 좋은 성적을 낸다.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우수한 드라이버는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좋은 기록이 나오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가 제일이라는 자신을 드높일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누가 폴포지션을 차지했다고 하자. 그리드에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다보면 모든 라이벌이 뒤에 처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 선두주자가 맛보는 심리적 우월감과 긍지는 플러스적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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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폴포지션을 차지하면 레이스 이전에 라이벌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게 된다. 비가 올 때에는 앞차가 없는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라이벌들은 물보라가 치는 가운데 겁을 먹고 달려야 한다. 앞서가는 레이서는 세팅을 알맞게 결정한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할 때 차에 대한 신뢰감은 배가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이 붙으면 브레이킹 포인트가 점점 깊어지고 고속코너도 풀 트로틀로 돌아 나갈 수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스피드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고, 스무드하게 달려 기록을 올릴 수 있다. 컨디션이 좋다고 직감하는 순간부터 자신감을 플러스 요인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대시해야 한다.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자신과 차의 능력을 100% 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레이서에게 예선은 지뢰밭이다. 탁월한 레이서는 이런 시각적 하드웨어적 난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워밍업 1주 뒤에 풀 트로틀 주행에 들어간다. 필자는 그런 달리기는 한해 몇 번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상급 레이서들은 언제든지 풀드로틀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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