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구매에 대한 독일 정부 보조금 정책이 변경되면서, 2023년 초부터 PHEV 보조금이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PHEV 모델에 대한 최대 보조금은 6,750유로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거리 60km를 달성해야 하며 차량 가격이 40,000유로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조금은 정부로부터 받는 4,500유로와 자동차 제조사로 부터 지원되는  2,250유로로 구성되어 있었다. 40,000유로에서 65,000유로 사이의 PHEV는 최대 5,625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과 함께 PHEV를 포함하는 전동화 차량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해 왔으며, 그 결과 2020년 하반기부터 PHEV 차량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판매량 뿐만 아니라 독일 시장에서 판매된 PHEV 모델의 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25개 차종에서 2020년에는 52개 차종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80개 차종으로 늘어났다. 단순히 판매 증가 뿐만 아니라 독일 제조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도 꾸준히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1년에 독일 제조사들의 PHEV 차량은 182,000대가 판매되어, 독일 PHEV 차량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독일의 PHEV 판매는 다양한 차종과 함께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2021년 유럽 전역에서 판매된 PHEV 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그간 PHEV 판매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해왔으며, 각 제조사들은 관련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써 왔다. 하지만,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PHEV 모델에 대한 투자 감소 또는 중단 뿐만 아니라 판매량이 급감한다면 기존 모델의 수명 주기가 단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구입 시 보조금 지원, 프리미엄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점, CO 2 배출 감소 등 PHEV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만큼 반도체 공급 문제 속에서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그동안의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이어지면서 PHEV의 입지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견해를 보였으나, 유럽 전역의 PHEV 수요 예측에 따르면 이미 수요가 정점에 이르렀거나, 근접해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독일 PHEV 판매량 또한 기존의 예상치인 2만 대 수준에서 조정되어, 가파른 하향 곡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정책의 변화와 같은 변화 뿐만 아니라 배터리 재료 비용 상승에 따라 PHEV 및 BEV에 대한 제조 가격 압력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PHEV 배터리 크기와 BEV 배터리 크기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PHEV 모델에서도 전기모터 만으로 더 긴 주행거리를 원하고 있는 만큼, PHEV의 생산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차량 가격 인상은 보조금 지원 기준 달성에 장벽이 되고 있는 상황. 

PHEV 보조금 중단에 찬성하는 독일 의원들은 PHEV가 시장에서 판매되는데 보조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PHEV 모델은 포드의 쿠가였다. 쿠가의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43,750유로부터 시작된다. 최대 5,625유로의 PHEV 보조금은 차량 가격의 13%에 달하는 만큼 보조금이 중단되면 쿠가 PHEV 판매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형 프리미엄 차량의 경우 보조금은 차량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덜하지만, 독일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PHEV 차량 가격은 40,000~65,000 유로 수준이다. 보조금이 중단되면 65,000 유로의 차량이라도 9%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에 직면하게 된다. 

PHEV 판매는 유럽 전동화 차량 판매에 한동안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점유율은 2023년 부터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