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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BMW 신형 7 / i7 시리즈 – 차분한, 그러나 확고한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2-12-26 15:37:36

본문

얼마 전에 현대 그랜저에 대한 칼럼을 썼었다. 자동차 전환기인 지금, 전기차와 미래차로의 전환을 가장 잘 이끌고 있는 레거시 브랜드, 그 가운데에서도 시장의 커다란 흐름을 주도하는 메인스트림 브랜드인 현대. 게다가 현대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사상과 신기술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를 가장 공격적으로 해 온 브랜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집대성하며 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주어야 하는 핵심 모델이 필요한데 그것이 기함 그랜저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적 고급세단의 핵심인 안락함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래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었다.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때 BMW의 7세대 신형 7 시리즈 역시 깊은 고민을 잘 반영한 훌륭한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현대 그랜저와는 목표도 의의도 다르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또한 BMW는 진취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대의 전환기에 걸맞은, 아니 리드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인 대형 세단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고객의 요구 사항인 최고의 안락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수준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랜저의 입장과 방향성이 같다. 

혁신성과 보수성을 최고의 수준에서 조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면에서 BMW의 신형 7 시리즈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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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기능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것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객의 만족과 혜택이다.’

이 말은 제품의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에 이르기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철칙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의 전환기에 자칫하면 잊어버리기 쉬운 말이 되어 버렸다. 너도나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될 고객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즉, 제품은 미래를 향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아직 오늘에 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요즘같은 과도기 혹은 새로운 시대의 여명기에는 자신들이 겨냥하는 고객층에 따라서 제품의 사용자 경험의 수준, 특히 인터페이스를 매우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즉, 얼리어답터를 겨냥하는 제품의 경우는 최대한 새로운 경험을 새로운 방법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제품에 내재된 신기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사용자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제품은 아무리 많은 신기술이 제품에 내재되어 있더라도 사용자들은 익숙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환경의 연장선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 한다.

프리미엄 제품은 좀 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프리미엄 고객군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더 높은 만족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왜냐 하면 새로운 기술이나 조류는 먼저 접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쉽게 경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7 시리즈와 같은 기함급 대형 프리미엄 리무진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제품은 최고이어야 하는 반면 고객들은 반대로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7 시리즈는 세 가지 현명한 선택을 했다. 첫째는 7과 l7을 같은 차체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선택한 S-EQS 투트랙 전략과 대비된다. 7과 i7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위하여 안심할 수 있는 전통적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고객의 딜레마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둘째, 전통적 대형 리무진의 차체 비율을 유지한 것이다. 공간 효율성을 선택해야 하는 중형 이하 혹은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모델들과는 달리 대형 리무진은 이미 충분한 크기를 바탕으로 출발한다. 따라서 공간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익숙하지 않은 차체 비율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이미 7 시리즈보다 짧은 S 클래스에 비하여 오버행이 더 짧은 EQS의 어색한 차체 비율,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실루엣으로 미래적인 이미지를 위하여 대형 리무진의 분위기를 포기한 것과는 대비된다. 

마지막 세번째는 롱 휠 베이스 모델로 통일한 것이다. 어차피 이제는 대형 리무진에서 롱 휠 베이스 모델과 노멀 휠 베이스 모델을 구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이미 E 세그먼트 세단들이 5미터를 넘기기 시작하였고 세단 시장 자체의 규모도 이전같지는 않다. 게다가 이전에는 없었던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 모델이라는 구분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따라서 롱 휠 베이스 하나로 아래 세그먼트와의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면서 모델의 복잡성을 최소화하여 효율성을 추구한 것은 대형 리무진 시장의 존재감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익의 극대화를 통한 기함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고객군의 관점에 충실한 제품군의 구성부터 BMW 7 / i7 시리즈의 출발은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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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뒷좌석 - 프리미엄 리무진의 핵심
이 부분은 BMW로서는 매우 참신한 선택이었다. 왜냐 하면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슬로건이 말하듯 운전자 중심의 브랜드였던 BMW이지만 신형 7 / i7 시리즈는 역대 BMW 모델들 가운데에서 가장 뒷좌석에 방점이 놓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운전자나 앞좌석 승객에 대한 배려나 혁신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함의 혁신성을 뒷좌석에서부터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대형 프리미엄 리무진의 핵심을 잊지 않았다는 뜻이다.
글의 앞머리에서 이야기했듯이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는 혜택이다. 따라서 오너일 확률이 높은 프리미엄 대형 리무진의 뒷좌석 승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를 가장 고민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31인치의 BMW 시어터 스크린을 통한 뒷좌석 오너의 경험 확대일 것이다. 커넥티비티를 기반으로 정보와 오락성을 제공하며, 시어터 모드를 선택하면 선루프와 모든 뒷창문의 햇빛 가리개가 제공하는 시청 공간은 ‘시대가 바뀌었구나’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보여지는 미래가 아니라 느끼는 미래인 것이다. 

그 다음은 뒷좌석 거주성의 업그레이드다. 최근 프리미엄 리무진의 뒷좌석 공간은 의외로 넓지 않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기능을 담다 보니 각종 스크린과 스위치들로 점점 덩치가 커지는 센터 암레스트였다. 그런데 신형 7 / i7 시리즈는 좌우 도어에 내장된 터치 컨트롤 패널로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암 레스트의 복잡성과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참신한 형상의 시트 자체의 안락함도 인상적이었다. 가죽 소파를 연상시키는 대개의 고급 세단 시트와는 형상부터가 달랐다. 메리노 가죽이나 캐시미어 울 소재의 표면은 지극히 부드럽고 한 덩어리로 이음매가 없는 시트는 착석감이 매우 뛰어났다. 시트 표면 아래의 에너지 업소버 층은 승객의 몸으로부터 노면의 진동을 확실하게 차단하여 매끄러운 승차감을 업그레이드한다. 즉, BMW 7 / i7의 시트는 기존 고급차 시트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미래적인 설계로 전통적 프리미엄 리무진 고객들이 가장 중시하는 뒷좌석 승객의 거주성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 또한 느끼는 미래다. 

이렇듯 BMW 7 / i7은 미래의 기술이나 혁신성의 강조에 집중하는 대신 겨냥하는 고객층의 니즈에 바탕을 둔 혁신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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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쉬운 점 – 유저 인터페이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8세대 i-드라이브의 복잡한 유저 인터페이스다. 그렇지 않아도 BMW는 중앙 제어 다이얼 – 터치 스크린 – 음성 인식 – 제스쳐 컨트롤 등 현존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었다. 사용자에게 자유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브랜드가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철학을 정리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떠넘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8세대의 메뉴 체계는 더 복잡해졌다.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스크롤까지 해야 하는 아이콘 페이지나 너무 복잡한 시트 조절 페이지, 특히 매인 스크린보다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에 의존해야 할 정도인 내비게이션 안내 정보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새로운 시대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통한 공감으로만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간결하고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설계된 유저 인터페이스는 어쩌면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잘 정리된 뒷좌석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비하여 운전석의 혼란스러운 유저 인터페이스는 BMW  7 / i7가 시급하게 업데이트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8세대 i-드라이브를 적용하고 있는 신세대 BMW 모델 전체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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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BMW 7 / i7 시리즈는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모델이었다. 우선 고객의 눈높이를 잊지 않고, 동시에 시대의 전환기에 기함이 가져야 할 임무와 의미를 가득 담기 위하여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기획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게다가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 모델을 같은 차체에서 제공하고 롱 휠 베이스 모델만 제공하는 등 라인업의 복잡성을 최소화한 것은 고객에게 선택장애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이것은 거대 그룹의 뒤에 갖고 있는 경쟁자들에 비하여 크지 않은 회사인 BMW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누수도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은 극대화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목표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고객은 걸어가는데 미래를 향하여 혼자 뛰어가는 제품들을 쉽게 만나는 요즘이다. 이런 관점에서 BMW 7 / i7 모델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착실하게 미래를 구현하는 현명한 모델이었다. 차분하고 확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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