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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성공적인 제품 프로젝트란? - 현대 아이오닉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6-04-05 23:38:33

본문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몇 일 동안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꽉 막히는 시내부터 교외의 와인딩, 그리고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상황을 겪어볼 수 있었다. 이 시승을 통해 내가 내린 아이오닉에 대한 평가는 성공적인 제품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차량 자체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특히 파워트레인의 작동 로직이 대단히 치밀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의 기계적 완성도가 내가 이렇게 평가한 이유는 아니다. 만일 제품만을 놓고 평가한 결과라면 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이 잘 만들어졌다’, 또는 ‘상품성이 좋다’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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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제품이 좋다는 말보다 훨씬 큰 의미를 뜻하며 더 큰 성공을 뜻하는 것이다. 그것은 제품 프로젝트가 1. 시장을 정확하게 보고, 2. 자사 제품의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정한 뒤, 3. 그 포지션에 맞는 제품을 적정한 원가로 면밀하게 설계한 다음 4. 마지막으로 좋은 품질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제품의 정확한 기획 취지와 공략 시장 및 계층, 특장점을 정확하게 알리는 마케팅과 사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정확한 제품 자료를 사내 유관 부서에 배포해야 한다. 이런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항상 실수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물론 얼리어댑터나 프로슈머들과 같은 특수한 고객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시장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시장의 본류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즉,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 제품의 대상 고객으로 선정한 계층에 속한 사람이 그 제품을 처음 만났을 때 ‘아, 이거 좋겠네!’ 또는 ‘갖고 싶다!’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어야 제대로 기획되고 그 기획 의도가 제품에 정확하게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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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아이오닉의 자동 에어컨에는 ‘DRIVER ONLY’라는 버튼이 있다. 전기차에서에 구동 모터를 제외하고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장비가 공조장치이다. 카 쉐어링용 전기차에는 ‘겨울철에 히터 대신 열선 시트를 사용하시면 전기가 절약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전동식 컴프레서를 사용하는 에어컨디셔너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배터리의 용량이 작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에어컨을 위하여 전동식 컴프레서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부담스럽다. 하지만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 드라이버 온리 모드가 탄생한 것이다. 수도권 출퇴근 차량의 약 90%가 1인 승차라는 현실 통계를 감안한다면 운전석 쪽으로만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전기 절약과 고객 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현실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이 드라이브 온리 모드를 보면서 사람들은 ‘맞아,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치레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실제로 사용해 보면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제품에서 고객들은 공감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정확한 시장 분석(1인 승차 차량 현황)과 소비자들의 심리 분석(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타고 싶지는 않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능(드라이버 온리 모드 에어컨)으로 연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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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요즘은 친환경 모델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불편하거나 재미가 없는 차량을 감수하면서 사지는 않는다는 트렌드의 변화에도 아이오닉은 민감했다. 스포츠 모드가 대표적인 예다. 해치백 스타일인 아이오닉은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즉, 연령층이나 이미지가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외면하는 것이 젊은 고객층의 특징. 하지만 엔진 출력 105마력, 모터 출력 34마력의 아이오닉이 스포츠 모드를 사용해 봐야 얼마나 스포티하겠는가? 절대 성능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전기 모터의 가장 큰 장점인 즉각적인 응답성과 저회전의 강력한 토크다. 즉, 가속 페달을 밟자 마다 터져나오는 짧지만 강력한 펀치력이다.

아이오닉은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에 발을 대기만 하면 모터가 즉시 강력한 토크로 차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이를 반복하려면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몇 번 밖에 가속하지 않았는데 차가 ‘미안해요, 아까 갖고 있던 전기를 다 써버렸어요’라고 오너에게 양해를 구한다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 대한 실망은 미래의 고객을 완전히 쫓아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 모드에서 아이오닉은 거의 항상 엔진을 가동시킨다. 주행시에는 당연히 전기 모터와 함께 주행용 동력원으로 사용하지만 타력 주행시나 제동시에도 엔진은 항상 작동한다. 바로 배터리의 충전을 위해서다. 항상 주인님의 ‘펀치’ 명령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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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코 모드에서는 중간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배터리 충전량이 오히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급새 2/3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코 모드에서 리터 당 20km를 쉽게 넘던 평균 연비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15km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이를 갖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꽤 달리는 맛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 모터가 주는 즉각적 토크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 다음에 순수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별 거부감 없이 넘어갈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소비자를 교육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스포츠 모드에서 타도 배터리가 아쉽지는 않구나. 별로 불편하지도 않은 걸. 다음엔 전기차를 타 봐야지.’

물론 아이오닉도 페인팅 품질이나 프레스 금형의 정밀도 등 품질 면에서 아쉬운 구석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느끼고 있는 막연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실제로 편리함을 줄까, 더 나아가서 앞으로도 전기차를 사용하도록 친밀감을 더할 수 있을까를 전기차에도 달리는 재미를 중시하는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더불어 잘 구현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해답을 일반인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채도록 몇 가지 기능으로 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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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통하여 나도 아이오닉 PHEV 모델과 BEV 모델도 타 보고 싶어졌다. 이 또한 치밀한 아이오닉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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