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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전기차 시대 - 폼 팩터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가져오다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06-28 17:50:39

본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의 이 말이 요즘처럼 자동차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적은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왔다. 물론 형태의 기본은 기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은 디자인의 효율성이 극도로 강조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바우하우스 디자인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옳은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품의 디자인들에서는 이 말이 정말로 지켜지고 있는가에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커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기보다는 형태가 차별성과 독창성을 추구하기 위한 경우를 많이 접했다. 이런 경우는 디자인 비전공자인 내게 ‘이것은 디자인이 아니고 스타일링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고, 결국에는 스타일링을 넘어 데코레이션인 것으로 결론짓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장식적 요소를 제거하면 최초의 기능적 형상에는 큰 변화가 없기는 했다. 그래서 여전히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은 지켜진다는 뜻인가? 아니면 ‘기능’이라는 말이 마케팅적 기능까지 포괄하기 시작한 것인가? 역시 비전공자에게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원래의 ‘형태와 기능의 일관성’이 흐려지는 현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의 부상이다. 즉, 기능의 구현을 형태적인 요소에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장착된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형태는 소프트웨어가 구현하는 기능들을 방해하지 않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방향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을 정도다. 자동차에서 물리 버튼이 사라지고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HMI가 대두되는 것도 같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극단적으로 구현되는 새로운 상황을 우리는 맞닥뜨릴 것 같다. 그것은 ‘전기차 및 미래차 시대에 적합한 자동차의 형상’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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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에 자동차가 세단의 시대에서 크로스오버 SUV의 시대로 변화를 일으킨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또한 소비자들이 자동차에서 원하는 기능이 변화하면서 형태가 변화한 것이다. 단지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던 오프로더 SUV의 형태를 일상 용도와 도심에 적합하도록 세련되고 매끈한 형태로 다듬은 것 뿐이다. 특히 소형 크로스오버 SUV 세그먼트에서는 해치백을 살짝 높인 듯한 형태부터 정통 SUV를 줄인 듯한 모양까지 다채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요즘은 SUV에 가까운 형태로 정리되어 가는 추세다. 역시 기능적인 형태가 이겼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기능 때문에 형태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실어야 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구조적 필요성이다. 그런데 여전히 큰 수요가 남아 있는 세단 형태를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수납하면 승객의 거주 공간이 좁아지는 문제점을 피할 수가 없다. 최소한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배터리 팩의 크기가 확 줄어들기 전에는 어쩔 수 없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세단을 버리고 크로스오버 SUV로 통일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잃은 시장은 위험하다. 특히 많은 지역에서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자동차 시장의 경우에는 최대한의 다양성이 시장의 안정성을 보존하는 가장 확실한 대책 가운데 하나다. 하물며 여전히 크로스오버 SUV와 대등하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세단이라면 더더욱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최근 출시된 세단에서 진화한 두 모델이 시사하는 바가 중요하다. 푸조 408과 토요타 크라운이다. 두 모델의 의미는 ‘세단의 미래를 탐구하다’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모델 모두 살짝 높아진 차체,  3박스 세단과 2박스 SUV의 중간적인 패스트백 스타일을 선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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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408은 이전 세대에서는 매우 또렷한 성격을 가진 스포츠 세단이었는데 이번 세대에서는 훨씬 여유롭고 포근한 패스트백 크로스오버 모델로 변신하였다. 주행 질감도 탄력감으로 대변되는 개성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안락함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토요타 크라운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크라운은 토요타 브랜드의 실질적 기함이자 토요타 최초의 독자 모델로1955년에 등장하여 16세대를 거친 토요타 브랜드의 최대의 아이콘이자 자산이다. 토요타 크라운은 푸조 408보다 그 변화의 폭이 더 크다. 한가지 방향으로 진화한 408에 비하여 크라운은 다양한 스타일로 분화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북미에 이어 우리 나라에 출시된 토요타 크로스오버, 일본 내수 시장으로 출시될 세단, 스포츠, 그리고 에스테이트 왜건까지 추가된다.

 

푸조 408과 토요타 크라운의 공통점은 전동화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푸조 408은 국내에 출시된 가솔린 모델 이외에도 이미 유럽에서는 PHEV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순수 전기차도 예고되어 있다. 토요타 크라운의 경우는 국내에 출시되었듯 후륜에 e-액슬을 채용한 4륜 구동 버젼의 HEV와 PHEV가 판매중이다. 그리고 최근 발표했듯 차세대 전기차의 개발 방향을 고성능 및 대중형 전기차 플랫폼으로 다각화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전략이 확고하다. 

 

이 두 모델의 형태 진화 혹은 분화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및 충분한 용량의 배터리 팩 수납이라는 기술적 요구 사항을 수용한 측면과 넓은 실내 공간을 요구하는 최근 크로스오버 SUV 주류 트렌드를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또한 두 브랜드 모두 폭넓은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메인스트림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

 

한편 프리미엄 시장은 접근법이 다를 수 있다. 왜냐 하면 프리미엄 시장은 아무래도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르쉐 타이칸이나 루시드 에어처럼 뒷좌석 발 공간의 배터리 모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뒷좌석 거주성을 보존하면서도 정통 세단의 실루엣을 유지하는 시도도 이미 제시되었다. 그리고 가격이 높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최신 기술의 배터리를 적용하여 메인스트림 브랜드들에 앞서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20세기 초의 럭셔리 코치의 시대로 복귀할 수도 있다. 벤틀리가 최초의 PHEV 모델을 벤테이가로 선택한 것이 어쩌면 이런 방향성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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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가 요구하는 형태를 이야기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모델이 있다. 최근 출시된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이다. 기아 EV9은 국내 최초의 대형 전기 SUV다. 3100mm의 긴 휠 베이스는 프리미엄 리무진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디멘젼. 이것은 스케이트보드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에서 매우 넓은 실내 공간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차별성이다. EV9도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 많이 담겨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이 2열 시트. 전기차 시대에 SUV가 럭셔리 세단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듯 2열 릴랙션 시트도 마련되어 있으며, 이전에는 SUV에 존재하지 않았던 2열 스위블 시트로 MPV의 영역을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EV9에서 ‘새로운 기능을 위한 새로운 형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실루엣과 차체 비율이 기존의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90리터의 프렁크를 원했을까, 아니면 절대적으로 넓고 새로운 공간을 원했을까,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비싸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저렴한 충전 요금도 유류세처럼 충전세가 도입되고 시장 논리를 따르는 순간 비싸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차보다 조금 넓고 조금 평평하며 조금 편안한 정도로 시장의 주력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새로운 시대를 실감하게 하는 새로운 기능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출현이 간절하게 기대되는 순간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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