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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주도권 전쟁 2라운드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09-26 19:55:33

본문

나는 작년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이제는 테마를 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적을 보여주어야 하는 실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런 흐름의 1 라운드 결과와 2 라운드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약해 보도록 하자.

 

1. 가격 경쟁, L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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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가격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크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격 경쟁이 가능해진 이유는 당연히 리튬을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 인하다. 배터리 가격이 예상만큼 인하되기는 커녕 오히려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었던 것이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여기에 더하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에게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사정이 다소 개선된 것도 원가의 비정상적 상승을 멈추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즉, 원가의 하락, 아니 정확하게는 원가의 정상화가 차량의 비정상적 가격 인상을 끝낼 수 있는 실질적 여유를 주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전기차 대중화의 실질적 걸림돌이 되었다는 뜻이다. 얼리어답터 성격이 강한 고관여 고객층은 이제 거의 전기차를 구매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진정한 시장 원리에 따라 전기차가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고관여 고객들은 가격이 구매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작다. 즉,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작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저관여 고객층은 아무래도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가격이 적당하지 않으면 시장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없다.

 

그런데 자동차 제작사들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때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가 없다. 그동안 쏟아부어 온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 (그 속사정은 매우 다양하므로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자.) 또한 탄소세 혹은 배출가스 총량제 등의 친환경 법령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배출가스의 총량 혹은 대당 배출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 자체는 차량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국가 단위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커다란 국가 경쟁력의 위협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전기차는 어쨌든 더 많이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형 전기 트럭들부터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되었다. 앞서 말했던 원가 정상화에 의한 가격 인하 가능성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LFP 배터리이다. 이전에는 가격 경쟁력은 있었지만 에너지 밀도나 낮은 온도에서의 취약점 등으로 중국의 저가 모델들에만 사용되었던 LFP 배터리였다.

 

하지만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와 셀 투 팩 패키징 기술 등으로 에너지 밀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컨디셔닝 기술로 저온 성능을 어느 정도 보완하자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리고 전기차의 대중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LFP 배터리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모델들이 LFP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다.

 

2. IAA,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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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뮌헨에서 열린 IAA 모딜리티 쇼는 중국 자동차의 대거 진출이 큰 화재였다. 내수 시장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졌고 미-중 갈등으로 북미 시장으로 진출할 길이 막힌 중국 전기차는 남아있는 유일한 전기차 거대 시장인 유럽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은 당연히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구입하는 고관여 고객들이 많은 시장이므로 중국 전기차의 포트폴리오를 상향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즉, 유럽은 중극 전기차의 현실적 시장이자 미래를 위한 훈련장으로도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원래 IAA는 완성차 모터쇼이기도 하지만 부품 산업의 거대한 거래 현장이어왔다. 실제로 프레스 데이가 하루인 반면 바이어들을 위한 트레이드 데이가 이틀일 정도. 그 배경에는 독일의 강력한 자동차 부품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로버트 보쉬, 콘티넨탈, ZF등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거인들이 모두 독일 기업들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부품과 모듈을 바탕으로 하는 모듈형 플랫폼이 독일 자동차 제작사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IAA는 이전보다도 더 많은 중국 부품 업체들의 진출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미국 CES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중국 완성차들이 자랑하는 배터리 및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모두 부품 업체들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독일의 티어 1 부품 메이저들은 변신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로버트 보쉬의 라이다 개발 포기 및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의 주력 전환 발표였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왜냐 하면 부품 업체이지만 실제로는 커스텀 반도체 특허의 공룡인 로버트 보쉬가 미래 자율 주행의 핵심 센서 가운데 하나인 라이다의 개발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차례의 IAA를 통하여 계속적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의 강화를 주창한 보쉬이지만 잘 할 것 같던 분야를 포기하고 IT 거인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주력하겠다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매우 주목된다.

 

3. 생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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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채영석 국장님께서 최신 칼럼("테슬라, 토요타, 현대차의 생산 기술 혁신 누가 먼저 완성할까?")에서 다루어 주셨듯이 전기차에 걸맞은 새로운 생산 기법들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전에도 앞서 말했듯이 모듈형 플랫폼으로 자동차의 설계 및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이 흐름이 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왜냐 하면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도 기능의 분류에 따른 중규모 수준의 모듈화는 가능했지만 구동축과 같은 물리적 연결을 기초로 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훨씬 자유롭다. 물론 초기의 전기차들은 내연 기관만 전기 모터로 대체한 듯 기존의 아키텍처를 활용하지만 차차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이미 4륜 구동 전기차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지만 인 휠 모터로 진화하면 구동축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물리적인 연결을 법으로 강제하는 조향 장치로 리던던시 시스템이 확고해진다면 물리적 연결이 없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로 발전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러나 사실 자동차 제작사들이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생산 기법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생산 원가의 절감이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전체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등 핵심 부품 몇 가지에 대부분의 원가가 집중된다. 그래서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의 생산을 내재화하는 등 여기에서 원가를 절감고 스스로 통제하려는 노력이 자동차 제작사들 안에서 치열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제작사들이 배터리 생산 기술 내재화에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오히려 중국과 우리 나라 등의 메이저 배터리 제작사들에게 주도권을 내어주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즉, 제작사들이 배터리의 원가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고전적인 구매력, 즉 물량 구매 등으로 확보하는 수 밖에 없다는 뜻인데 현재로서는 배터리는 공급자 주도 시장이다. 따라서 자동차 제작사들은 곤경에 처한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원가 절감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테슬라가 기가 프레스를 도입한 것도 다른 목적이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테슬라는 대량 생산의 단계로 전환하면서, 독일과 중국 등으로 생산 기지가 다변화하면서, 또한 모델 3 이후의 대중형 모델의 출시를 계획하면서 품질 안정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기가 프레스를 도입하게 된다. 물론 셀 투 새시와 같은 배터리 장착 기술의 진화를 위하여서도 커다란 차체 부품을 한번에 찍어 내는 기가 프레스는 효과적이다.

 

그리고 기가 프레스처럼 자동차 차체의 부품 개수를 줄이고 따라서 조립 공정을 단순화하는 방법에 기존의 자동차 메이저인 토요타와 현대차가 합세한다. 이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규모 부품 전문 기업들이 마지막까지 생존할 기반으로 여겨졌던 차체 및 새시 부분에서도 자동차 제작사의 내재화 및 티어 1의 시장인 대형 모듈화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4.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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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자동차 산업의 흐름 변화에는 항상 테슬라가 존재했다. ‘전기차 시가 판매’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전기차의 가격 안정성을 위협하다가 급격한 가격 인하 정책을 최초로 펼친 장본인이 테슬라다. 그리고 LFP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서방 자동차 브랜드도 테슬라다. 전기차 관련 부품 산업에서도 통합제어기를 도입하고 HW 4.0처럼 모듈화한 것도 테슬라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기가 프레스를 도입하면서 전기차 생산 기술의 변화를 시작한 것도 테슬라다. 

 

그러나 테슬라가 대단한 것은 이런 기술이나 정책의 재빠른 적용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지하고 그것을 획득하는 테마 선점의 능력이다. 북미에서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에 슬그머니 올라타려는 여타 제작사들을 등에 업고 전기차 충전 표준까지 좌우하는 그들의 선점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나 한 가지 불안감이 있다. 테마를 보는 안목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을 테슬라는 갖추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오너 리스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더하여 테슬라는 고객에게 차를 팔기 보다 팬들에게 차를 판다. 즉, 고객과의 공평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보다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팬심에 의존한다는 것은 걱정스럽지 않을까? 자신이 항상 트렌드를 리드할 것이라는 믿음의 근거는 무엇일까? 자신이 그랬듯 제 2의 일론 머스크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규모가 커진 회사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긴, 요즘은 정글같은 사회이기는 하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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