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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기대와 우려, 기아 EV 데이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10-20 18:25:51

본문

기아는 지난 12일에 ‘2023 기아 EV 데이’ 행사를 개최하였다. 앞으로 발표할 신형 순수 전기차 모델들을 포함한 향후 제품 전략, 이 제품 전략과 충전 인프라 전략 등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순수 전기차 시장 개척 방안, 새로운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 전환 강화 등을 언급하였다. 

 

일단 시의 적절한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전기차의 인기가 식어가는 최근 국내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지금보다 다양한 세그먼트와 장르, 그리고 접근성이 우수한 가격 등을 공통점으로 갖는 신제품들은 순수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다시 이끌기에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해외 미디어의 관점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서유럽 진출 강화 등 글로벌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내년 이후를 겨냥하여 기아 브랜드의 존재감과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내용도 충실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소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가 거론되었지만 핵심은 역시 새로운 포지션의 신제품들이었다. 먼저 좋았던 점부터 요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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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3, EV4, EV5는 현재 EV6와 EV9으로 구성된 전기차 전용 모델 라인업에 비하여 낮은 가격대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세 모델 모두 장르와 세그먼트가 다르다. EV3는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시장을 포함하여 전 세계 거의 모든 시장을 망라할 수 있는 소형 SUV, 즉 B SUV에 속한다. 이에 비하여 EV4는 준중형 세단, 즉 C 세단에 속한다. 세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21세기 초 자동차 시장의 현실, 그리고 바닥에 배터리 팩이 탑재되면서 차고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을 어떻게 타개하면서 미래에도 세단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기아 브랜드의 첫 번째 비젼을 보이는 모델이다. 두 모델은 35,000~50,000 달러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B SUV와 C 세단은 제 3세계 신흥 시장에서는 핵심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전기차의 절대 판매량을 늘림으로써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서유럽과 북미 시장의 엔트리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새로운 각색이 필요하다. 요컨대 EV3와 EV4는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진정한 글로벌 모델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하여 EV5는 접근 방법이 약간 다르다. 중국향 모델로 먼저 개발되어 발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면서 시장을 확대시킨 경우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흥 시장들처럼 아직 시장의 발전 단계가 낮거나 중국처럼 평균 구매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시장의 규모가 거대한 경우 등 다양한 신흥 시장에 더 적합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다. 즉, 신흥 시장에 무게 중심이 더 놓인다고 할 수 있다. 선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경우 이에 따른 재개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그먼트는 다르지만 기아 셀토스와 현대 베뉴가 플랫폼을 교체하면서 선진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력 강화를 이루었듯이 EV5는 중국향 모델의 LFP 배터리 대신 국내 출시 모델은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기아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전동화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했다. 기아는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를 2026년 100만대, 2030년에는 16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들 세 모델이 향후 순수 전기차의 대중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뜻이다. 작년 전세계 시장에서 290만대를 판매했고 금년 목표가 320만대인 기아 브랜드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순수 전기차로 최소 30%에서 최대 50%를 담당하겠다는 뜻이다. 공격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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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기아 EV 시리즈의 전략에서 아쉬운 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것은 바로 ‘EV’라는 네이밍을 사용하는 이른바 ‘전용 플랫폼 전기차’의 존재 목적이다.

일단 새로운 세 모델의 출시 시기와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를 살펴보자. EV3는 내년인 2024년 상반기, EV4는 하반기이다. 그리고 실물이 가장 먼저 공개된 EV5의 국내 출시는 의외로 늦은 2025년이다. 즉, 위의 세 모델은 2026년의 전기차 판매 100만대에 직접 기여해야 하는 모델들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한다면 여전히 70%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 기관 모델들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내연기관 플랫폼을 사용하는 파생형 전기차들이 있을 것이다. 즉, 파생형 전기차들이 100만대 판매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할 때, 290만대의 총 판매량에서 순수 전기차는 132,280대로 대략 4.6%를 차지했다. 13만대의 전기차 가운데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EV6가 차지했던 비중은 63%인 83,411대였고 니로 EV와 쏘울 EV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특히 친환경 파워트레인 전용 모델인 니로는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도 48,285대로 적잖은 판매량을 차지했다. (그만큼 니로가 기아 브랜드의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은 상당하다. 니로에 관련된 이야기는 뒤에 이어진다.)

 

물론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EV6가 빠른 속도로 판매 비중을 넓혀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향후 100~160만대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신흥 시장에서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다. 그 이유는 기아가 인정했듯이 EV6, 그리고 EV9으로 구성된 현재 전용 플랫폼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시 e-GMP를 기반으로 할 계획인 EV3, EV4, EV5의 가격 경쟁력이 기아의 계획대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는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만 앞바퀴 굴림 기반으로 구동 방식을 전환하여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전용 플랫폼 자체의 원가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추세를 볼 때 최소한 2035년까지는 선진국 시장에서도 내연기관 모델이 존속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도 파생 전기차의 존재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160만대 판매 목표 역시 2030년 기준이므로 이 160만대 가운데에도 적지 않은 파생 전기차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신흥 시장의 경우에는 내연기관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파생 전기차의 비중이 선진 시장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내연 기관의 시장 점유율이 선진 시장보다 높고 전기차로의 전환이 훨씬 느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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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파생 전기차와 전용 플랫폼 전기차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파생 전기차는 선진국 시장에서는 순수 전기차로의 진입을 가볍게 하는 엔트리 모델로, 신흥 시장에서는 판매량을 책임지는 중심 모델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반면 전용 플랫폼 전기차는 선진국 시장에서는 주력 시장부터 상위 시장까지의 주력 모델 위치를 담당하며 신흥 시장에서는 구매력과 신기술 감수성이 높은 고관여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미지 모델 및 시장 개척용 모델로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자동차와 같은 내구 소비재는 상위 시장부터 열리기 시작하여 하위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피라미드형 시장 발전 방향을 띄기 때문이다.

 

파생 전기차와 전용 플랫폼 전기차의 구분된 시장 내에서의 목적은 제품의 성격에서도 쉽게 구현될 수 있다. 파생형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이미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기술은 전기차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저관여 고객에게는 낯선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제작사에게는 이미 숙성되었고 대량 생산되어 완성도가 높고 원가 부담은 낮은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저관여 대중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친숙함과 저렴한 가격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EV 시리즈와 같은 전용 플랫폼 전기차는 새로운 기술과 폼 팩터 등으로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비젼을 선보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동시에 고관여 고객들을 유치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EV3~5가 앞바퀴 굴림 모델로 출시된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기아가 밝혔듯 이 모델들은 e-GMP 플랫폼 기반의 전용 플랫폼 모델이다. 지금가지 뒷바퀴 굴림 기반으로 자리잡아 온 e-GMP 기반 모델들을 굳이 앞바퀴 굴림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볼보와 폴스타처럼 앞바퀴 굴림형으로 출시되었던 모델들조차 뒷바퀴 굴림으로 전환하는 등 전기차에서는 후륜 구동 기반이 대세로 이미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엔진룸과 긴 보닛을 더 줄이고 실내 공간의 길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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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 양보하여 e-GMP도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앞바퀴 굴림용 PE와 구동계를 파생 모델에도 이식 가능한 모듈형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확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출시된 레이 EV에 적용된 보그워너의 IDM(인테그레이티드 드라이브 모듈)은 출력 기준 세가지 그룹과 컴팩트한 구성으로 다양한 모델에 이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독일의 변속기 전문 기업이었던 ZF는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 위치에 다양한 모터를 적용하여 마일드 하이브리드부터 순수 전기차까지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듈화된 솔루션을 제공하여 빠르게 기존 OEM들을 전동화 시대에도 더 긴밀한 고객사로 확보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향후 eM과 eS 플랫폼으로 진화한 뒤에도 e-GMP에서 파생된 전동 구동 모듈을 현대차그룹 내는 물론 다른 OEM에게도 판매할 가능성을 열어 OEM 및 tier로서도 현대차그룹은 약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잠시 거론했던 니로 이야기로 되돌아가자. 엔트리 시장에 순수 전기차 플랫폼 기반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니로와 같은 친환경 전용 모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니로는 HEV부터 BEV까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망라하여 전동화의 길로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인도하는 매우 소중한 모델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EV3와 같은 내부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은 니로의 판매량을 위축시킬 것이고 그 결과 니로는 물량 효과를 잃고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전동화 모델로 고객들을 이끄는 아주 중요한 교두보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발달하다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이것은 서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 현상이다. 따라서 선점의 효를 노리던 1라운드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보다 치밀한 계획을 통하여 2035년 경의 전기차 우세 시장까지의 로드맵을 잘 세워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거대한 투자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고 기업의, 시장의, 그리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공고히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업계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고객과 시장의 쉽고 명료한 이해를 위한 것이다. 고객들이 혼란을 일으키면 시장은 정체된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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