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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가야했던 길, 그러나 조심해야 할 길 – 현대 인증 중고차 (CPO)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10-25 22:44:27

본문

지난 주 현대자동차는 경남 양산에 위치한 인증 중고차 상품화 센터에서 사업 진출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24일은 인증 중고차가 고객을 대상으로 가동되는 첫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0월 25일 기아도 인증 중고차 사업의 개시를 발표하였다.)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사업(CPO, Certified Pre-Owned) 진출을 바라보는 언론 및 시장의 관점은 매우 극단적이다. 소비자들의 중고차 구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라는 관점이 존재하는 반면, 반대로 이른바 골목 상권이었던 중고차 매매업을 대기업의 힘으로 장악한 뒤 다양한 부작용을 쏟아내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관점이 공존하는 것이다. 

 

일단 현대 인증중고차는 품질에 집중하기로 한 듯 하다. 일단 매물의 자격은 현대와 제네시스에서 출고한 지 5년 / 10만km 이내의 1인 소유 무사고 차량들 만을 대상으로 한다. 상품화 센터로 이동한 제품은 1차 육안 검사, 2차 기능 점검 등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만 최종 매입되며 상품화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때 현대는 272가지, 제네시스는 특화 15가지를 더한 287가지의 진단과 검사를 거치게 된다. 상품화 과정도 순정 부품만을 사용하는 휠-타이어를 포함한 기능 복원, 그리고 판금 – 도장 – 광택과 가죽 시트 세척과 복원 등을 포함하는 내외관 복원 등으로 이루어지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서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완성된다. 그 다음으로 360도 영상과 차 바닥 및 타이어 상태 등의 사진과 정보, 그리고 엔진 사운드 등을 포함하는 상품 정보 제작 과정을 거친다. 왜냐 하면 현대 /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는 홈페이지나 앱, 즉 온라인으로만 구입 또는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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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품질에 집중하는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것은 ‘중고차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현대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는 238만대로 신차 시장의 1.4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선택하는 것에 불안감 혹은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은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 하다. 영어의 관용어구에도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뜻으로 ‘be a used car salesman’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을 믿을 만한 곳으로 탈바꿈시킨다면 신차 시장의 1.4배나 되는 거대한 시장이 더 커지고 더 활성화된다는 뜻이다.

 

인증 중고차는 자동차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대표적인 효용은 ‘한 대의 차를 여러 번 팔 수 있다’는 것. 카 쉐어링과 로보 택시의 활성화 등 앞으로의 모빌리티 환경은 신차 판매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 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새로운 젊은 고객만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더욱이 요즘 젊은이들은 자동차보다는 스마트 기기들에 더 관심을 갖는 등 이미 자동차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새차를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차 한대를 여러 번 판매하여 대당 수익율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다.

 

고객의 관점에서 중고차는 ‘부담 없는 차’ 즉, 우수한 가성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따라서 인생의 첫 차로도 부담이 작고, 필요에 따라 한 대 더 구입하는 차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가격과 품질에서 속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문제였다. 만일 약간의 가격 인상 요인을 감수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중고차는 매력적일 것이다. 즉, 믿을 수 있는 중고차는 자동차 시장의 고객이 되고 싶지만 소득이나 경험의 문제로 주저하던 가망 고객들을 실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증 중고차로 자동차 경험을 시작한 고객은 추후 신차 시장의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중고차 구입 경험을 쌓은 뒤 더욱 가성비가 좋은 – 그러나 불투명성은 높은 – 일반 중고차 시장의 고객으로도 진화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활동적인 자동차 시장의 고객이 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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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개된 현대 /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시장의 초기 상품들을 살펴보면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승차들이 매우 중요한 중고차 공급처라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시승용으로 사용하던 시승차는 여러 사람의 손길을 만났다는 점에서는 꺼림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자동차 제작사가 시승의 목적에 걸맞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직접 꾸준하게 관리했던 차량이라는 점에서는 히스토리가 확실하다는 점과 함께 장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시승차는 차령 1년 이내의 최신 연식이기도 하다. 필자가 근무했던 독일 자동차 제작사의 경우 중고차 사이트에 보면 ‘Jahreswagen’이라는 코너가 ‘중고차(Gebrauctwagen)’와는 구분되어 있다. 이들이 바로 회사 내에서 시승용 및 업무용, 혹은 직원 판매용(혹은 렌탈용)으로 운용되었던 한 살 이하의 새 것 같은 중고차들이다. 

 

물론 국내에도 많이 도입되어 있는 수입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시장은 위와 같은 순기능들 뿐만 아니라 재고 차량을 중고차 시장으로 직접 보내는 ‘신차 중고차’와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도 분명 존재했었다. 신차 시장의 과도한 프로모션보다는 차라리 중고차 시장을 이용한다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결코 추천할 수 없는 인증 중고차 활용법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한편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이유도 분명하다. 원래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기업에 의한 시장 독점의 가능성을 충분히 우려하게 한다. 초기에는 높은 신뢰도와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서비스 등으로 시장에 침투하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뒤에는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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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걱정은 매입 차량의 조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사가 운영하는 중고차 시장이 우량 중고차 상품을 독식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시승차와 같은 사내 보유분이 시장으로 나오지도 않고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만 직접 유통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즉, 제품의 원천적 품질에서부터 경쟁력에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 부분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 하면 현대 /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사업의 물리적인 처리 용량의 한계다. 양산 센터 일일 60대, 용인 센터 30대 등 일일 처리 총 용량이 90대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한 해 동안 소화할 수 있는 대수가 최대 2만3천대 수준이라는 뜻이 된다. 전체 중고차 시장의 1%가 못되고 현대 브랜드 중고차의 2.5% 수준이다. 

 

오히려 이 부분이 나는 현대 /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작용한다. 지난 주에 방문했던 양산 센터의 부지 면적과 설비, 그리고 상근 인원의 규모를 감안할 때 연 2만3천대의 상품을 위하여 투입된 투자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대 한 대를 최종 상품으로 완성하기까지 투입될 비용, 즉 초기 매집 및 반품, 순정 부품과 신차 PDI 공정에 준하는 상품화 과정, 그리고 디지털 상품 자료의 제작 등 비용이 적잖이 투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산 센터 방문 후의 걱정은 오히려 인증 중고차의 가격이 너무 높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초기 상품의 가격대는 대형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의 최상급 제품의 가격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다.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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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그 자체의 수익성만을 위하여 진행하지는 않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고차를 계단 상품으로 활용하여 신차 시장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유도하는 효과와 차 한 대를 여러 번 파는 부가 수익성 창출 효과로도 자동차 제작사인 현대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인증 중고차 사업 론칭과 함께 선보이는 흥미로운 서비스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하이 랩(Hi – Lab)’이다. 이 서비스는 현대 이외의 브랜드들을 포함하여 중고차 시장 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보 서비스다. 트렌드 통계, 시세, 차량의 통합 이력 조화, 그리고 중고차 거래 꿀팁 등 중고차 시장에 대한 경험이 적은 신규 고객들부터 구매 의향이 높은 유망 고객에게 이르기까지 매우 유용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중고차 시장에는 일명 ‘수첩’이라는 것이 있다. 업자들만 아는 정보들이 담겨 있는 내부 정보 책자다. 현대가 하이 랩을 통하여 기존 중고차 업계의 ‘수첩 정보’의 위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고 어쩌면 이 부분이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갈등이 가장 클 가능성이 있겠다는 개인적 의견이다. 하이 랩은 중고차 시장의 최상층인 인증 중고차 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중고차 시장을 망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시도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시장과 운영 상태 등의 다양한 피드백을 잘 수집하여 운영 모델을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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