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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폴스타 4 국내 생산의 또 다른 의미 – SEA, 그리고 지리(Geely)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11-20 17:16:17

본문

르노 코리아가 폴스타 4를 생산한다고 폴스타가 발표했다. 이 기사를 두고 폴스타 4의 국내 가격이 어떻게 될까부터 폴스타의 주인인 중국 길리의 서방 시장 진출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관심사는 폴스타 4의 국내 가격에 대한 기대, 르노 코리아의 활성화였다. 그 다음이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인 길리와의 공존에 대한 분석 기사들이었다. 내년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첫 선을 보이는 르노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그 다음으로는 르노코리아 차원이 아닌 그보다 상위의 르노 그룹과 지리홀딩스의 협업 관계를 조명한 채영석 국장님의 칼럼이 있었다. (폴스타와 르노코리아, 르노와 지리, 그리고 새로운 글로벌 협업) 핵심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양적 성장을 위하여 중국 시장과 중형급 이상의 플랫폼이 필요한 르노와 이미 충분한 브랜드와 플랫폼 포트폴리오를 갖추었지만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진출을 위하여 레거시 브랜드를 등에 업을 필요가 있는 지리의 만남이라는 내용이 그 하나다. 그리고 두번째는 미래 파워트레인 공급자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한 파워트레인 생산 및 R&D 센터의 설립이었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하여 양사는 관련 특허를 공유하며 지분 구조는 50:50이라는 매우 공격적이고 동시에 개방적인 협력 관계를 설립하였다. 

 

나는 두 번째 내용에 주목한다. 지리는 볼보가 개발한 CMA 플랫폼을 이용하여 볼보, 폴스타, 지리, 링크&코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다음 차례가 르노 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이다. 여기까지는 계열사 및 새로운 파트너인 르노의 자회사가 CMA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크게 놀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중요하다. 지리는 다양한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였고 이를 외부 브랜드들에게 공개, 공급하는 오픈 소스 비즈니스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즉, 르노 그룹과의 미래 파워트레인 비즈니스는 지리의 향후 핵심 사업인 플랫폼 공급 비즈니스와 절대 무관할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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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르노 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는 볼보(곧, 지리)의 CMA 플랫폼에 신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결합하는 첫 모델이다. 즉, 르노-지리의 파워트레인 사업의 첫 결실이며 지리의 플랫폼 외부 공유의 첫 결실인 셈이다. 비록 지리가 르노 코리아의 2대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지리 소유 플랫폼의 타사 판매 혹은 공유의 최초 사례다. 그 다음 폴스타 4의 위탁 생산도 지리 플랫폼의 넓은 의미에서는 비슷한 두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두번째 이유는 지리의 친환경 플랫폼인 SEA (Sustainable Experience Archotecture) 플랫폼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폭발한다고 할 정도다. 일단 볼보와 함께 개발했던 PMA 플랫폼을 시작으로 지리는 SEA라는 독자 플랫폼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SEA 플랫폼은 SEA1, SEA-E, EPA(=SEA-S), SEA-C의 네가지 플랫폼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순서대로 준대형 E 세그먼트 프리미엄 모델, 준중형 C 세그먼트 컴팩트 모델, 스포츠 카,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다. D 세그먼트 모델을 위한 PMA2+는 현재 개발중이다. 

 

이 네 SEA 플랫폼의 모델들은 우리 나라에 곧 소개될 예정이거나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SEA1은 최근 인터넷을 통하여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는 미니밴 EM90의 기반이 된다. SEA-E 플랫폼은 다음주부터 예약을 받는 볼보 EX30의 기초다. 그리고 EPA 플랫폼은 지난 주 국내에 플래그쉽 쇼룸을 열고 코오롱 모빌리티 그룹과 국내 공급을 개시한 로터스의 최신형 전기차인 일레트라(Eletre)와 에미야(Emeya)의 플랫폼이다. 참고로 로터스 역시 프로톤으로부터 지분을 넘겨 받아 이제는 지리 홀딩스의 소유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SEA-C 플랫폼은 지리가 설립한 프리미엄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자동차 브랜드인 레이다 오토(Radar Auto)의 RD6에 탑재되었으며 조만간 국내에 수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기에 르노 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를 더한다면 우리 나라는 조만간 지리 홀딩스 계열사의 모든 플랫폼을 여러 브랜드를 통하여 다양한 시장과 세그먼트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지리의 SEA 플랫폼 전략을 보면 매우 섬세한 조율이 보인다. 그것은 미래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차지하면서도 공동 투자사 및 전략적 제휴 파트너들과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한 치밀한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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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리는 볼보와의 플랫폼 공동 개발과 공동 사용을 통하여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충실한 기술 습득을 동시에 이룩하였다. CMA 플랫폼은 볼보가 개발한 모듈형 플랫폼인 SPA를 기반으로 준중형 이하의 모델에 알맞게 볼보와 지리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CMA 플랫폼의 적용도 XC40과 C40 등 볼보의 모델에 먼저 적용되었고 그 다음 지리 휘하 브랜드들로 확대 적용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현재 CMA 플랫폼은 지리와 그 산하 링크&코 (Lync & Co)의 대다수 모델들이 사용하는 주력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리고 르노 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가 이 CMA 플랫폼을 사용하는 최신 모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CMA 플랫폼과 달리 지리가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SEA 플랫폼은 지리의 주도 하에 확산되는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볼보의 중국향 전기 미니밴인 EM90은 작년에 중국에서 공개된 지리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의 009 모델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당연히 플랫폼도 공유하는데 그것이 바로 SEA1 플랫폼이다. SEA1 플랫폼은 지커의 001, 지리와 바이두의 합작 자동차 브랜드인 지두 오토(Jidu Auto)의 지유(Ji Yuo) 01에 이미 탑재된 바 있다. 즉, 지리의 중국 내 모델에 먼저 적용된 뒤 볼보의 중국향 모델에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해외 시장이 주력인 폴스타 4와 5에도 SEA1 플랫폼이 적용된다. 바로 이 폴스타 4의 일부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컴팩트 모델용 SEA-E 플랫폼의 적용은 더욱 흥미롭다. 이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모델은 스마트 #1이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스마트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지금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지리 홀딩스가 50:50으로 공동 투자하여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즉, 또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인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첫번째 합작 사업의 결실에 새로운 지리의 전기차 플랫폼의 하나인 SEA-E가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스마트의 두 번째 모델인 스마트 #3, 지리 휘하의 지커 X, 그리고 우리 나라에 곧 선보인 볼보의 컴팩트 모델이 EX30에 이 플랫폼이 사용된다. 

 

이렇듯 지리는 볼보의 인수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서방 브랜드의 인수, 그리고 볼보와의 협업으로부터 획득한 플랫폼 기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르노와의 협업을 통한 미래 파워트레인 기술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굳건한 토대를 갖추었고 이것을 이제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르노 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 그리고 폴스타 4의 위탁 생산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우리 나라의 미래차 주도권에 대한 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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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은 미래차,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그 중심에는 우리 나라에 내재되어 있는 자동차 산업의 우수한 생산능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무역 분쟁을 거치면서 세계는 자유 무역에서 보호 무역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역내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 가운데에서 우리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나라로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는 LG – 삼성 – SK 3사의 배터리, LG와 삼성의 자동차 전장, 그리고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하여 구축된 탄탄한 공급망 등이 돋보였다. 그 결과, 우리 나라 배터리 3사는 세계적 브랜드들이 가장 선망하는 배터리 공급사가 되었고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세계 3위의 물량과 함께 전기차 강자로서의 위상도 함께 거머쥘 수 있었다. 즉,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승격될 수 있는 평생 유일의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2019년 한국 GM의 군산 공장 매각이 있었다. 나는 이 부지를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여 미래차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차 파일럿 팩토리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즉, 자동차 관련 유휴 시설과 부지를 정부 주도로 산업 합리화 지구로 지정한 뒤 완성차, 전장, 배터리, 통신,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의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우리 나라가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 대두와 보호 무역 기조를 예상한 듯한 주장이었으며 지금에 와서 보면 더욱 절실하게 중요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해당 주제의 글로벌오토뉴스 게재 칼럼 http://global-autonews.com/bbs/board.php?bo_table=bd_027&wr_id=69&page=7) 그리고 그 한국 지엠 군산 공장 부지를 인수한 (주)명신은 중국 전기차의 수입 및 위탁 생산을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이다. 군산 공장 활용 방향에서 내 바램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인 셈.

 

지금 르노 코리아는 무엇에 미래를 걸고 있는가? 오로라 프로젝트는 르노와 지리의 컨소시엄의 결과물을 우리 나라에서 생산한다는 것, 그래서 공장의 회전율이 높아지고 고용 안정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외에는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력은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 플랜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폴스타 4의 위탁 생산의 경우는 더욱 암울하다. 전량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폴스타 제품들은 현재로서는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이 난망하다. 따라서 폴스타 4를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고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지리 홀딩스가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우회전술에 불과하다. 즉 이 또한 우리 나라의 전략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의 IRA 등 현재 자국 산업 중심의 정책, 그리고 대 중국 봉쇄 정책이 완화되기만 해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즉 우리 나라는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전략이다. 

 

이런 면에서 금년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해이고 그 와중에 그 여파가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에 실질적인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완성차와 배터리로 무장한 BYD, 브랜드 풀 라인업과 플랫폼으로 무장한 지리 홀딩스. 결코 쉬운 상대들이 아니다.

 

여담이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린다. 폴스타 4를 우리 나라에서 생산한다고 해서 가격이 저렴해질까? 이 또한 난망하다. 아무리 중국이 원가 구조가 많이 높아졌다고 해도 우리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중국과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만 대다수의 자동차 부품은 여전히 관세가 존재한다. 그리고 혹시 충분한 이익이 발생된다고 하더라도 지리와 르노 코리아는 이익을 공유해야 하고 르노 코리아는 르노 본사와 지리에게 배당금도 주어야 한다. 즉, 국내 생산분이라고 해서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미래 사업의 가능성에서 중요한 것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생존을 뜻하는 지속 가능성, 둘째는 미래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확장성,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앞의 두 가지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할 능력 또는 지위를 갖고 있는가를 뜻하는 주도력이다. 

 

우리 나라 미래차 산업이 조금씩 주도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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