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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 – 중형 세단의 2.0 자연흡기 모델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3-12-27 17:55:42

본문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존재들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을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자동차처럼, 특히 요즘과 같은 자동차의 전환기에는 떠나보내야 할 존재들이 참으로 많다. 단순히 기술적인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단순히 흘러간 유행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에 더 뉴 K5를 시승하면서 이제는 2.0 자연흡기 모델은 보내줄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이라는 배기량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존재였다. 소형차는 1.5리터에서 1.6리터로 배기량 기준이 변했지만 중형차는 2.0리터라는 기준은 대략 4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지켜져 왔다. 하지만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주력 엔진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견고했던 2.0 엔진의 시대는 급격하게 저물어갔다.

 

하지만 엔진 하나에서만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과도하다. 분명 2.0 자연 흡기 엔진은 연료 경제성에서도 여전히 나쁘지 않으면서도 자연 흡기 엔진 고유의 자연스러운 특성으로 다루기가 아주 쉽다는 장점을 분명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터보 엔진에 비하여 비교적 단순한 구조는 내구성 및 정비성에서도 우월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K5 2.0 모델을 시승하면서 엔진 하나보다는 2.0 모델이 갖는 패키징이 이제는 불현듯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것은 K5의 2.0리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낡았다기 보다는 1.6 터보와 8단 자동 변속기 혹은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등 다른 파워트레인들이 꾸준하게 발전을 거듭하면서 효율성과 성능,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세대의 고객들의 입맛에 알맞게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대략 십년 전 우리나라 승용차의 특성은 민첩한 응답성에 집중되었었다. 엔진과 변속기는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민첩하게 반응해야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절이었다. 또한 초기의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에 비해 가볍게 돌아가면서 방향 전환이 쉬운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고객들은 이보다 훨씬 섬세하다. 너무 유순한 것도 싫지만 과잉 반응도 사절한다. 내기 원하는 만큼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선형성을 자연스러움이라고 느끼는 시대인 것이다. 

 

얼마 전 기아 영상을 촬영하면서 더 뉴 K5 1.6T 모델을 시승했었다. 다이내믹한 K5의 느낌은 다소 진정되었고 안정감이 높아진 승차감이 숙성도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쏘나타와는 다른 경쾌한 조종 감각이 살아 있어서 형제 모델의 성격 구분에도 성공했다는, 즉 플랫폼 공유 모델이 늘어나면서 겪을 수 있는 몰개성화의 문제를 잘 해결했다는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1.6터보 + 8단 자동 변속기의 파워트레인과 랙 방식의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이 앞서 말했던 현대적 자연스러움을 잘 갖추어서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었다. 더 이상 주류 모델이 아닌 세단은 더욱 까다로운 입맛의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퍼스널 카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K5 2.0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살짝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불끈 상승하는 엔진, 그리고 헐거운 듯 휙휙 돌아가는 컬럼 방식의 파워스티어링은 과거의 ‘과잉반응’ 스타일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다. 분명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문득 드는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 패키지가 가성비에서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높은 출력과 우수한 연비를 동시에 제공하는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노면과의 직결감이 우수한 랙 방식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합쳐서 고작 84만원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떠나 보낼 때가 된 것이다.

 

내게도 절대 못 잊을 인생 자동차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만날 기회가 있더라도 절대 시승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자동차라고 해서 지금의 나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실망할 가능성이 크가. 왜냐? 내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고객들의 눈높이가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떠나 보내자. 그래야 좋은 추억이 된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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