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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리비안, 승부수를 던지다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4-03-26 13:41:31

본문

최근 전기차 스타트업인 피스커가 6주간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유는 재고 관리와 재정 문제였다. 즉, 차가 안 팔리고 돈줄은 말라간다는 뜻이다. 치명적인 경영 시그널이다. 이를 반영하여 주가도 폭락하였다.

 

지난 몇 해 동안 전기차 및 미래차 관련 스타트업들의 성패가 뚜렷히 갈리고 있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히이 리스크 – 하이 리턴’을 성격을 가진데다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다는 불안정성이 고수익성과 고위험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3년의 국제적 긴장과 경기 후퇴, 그리고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자율주행기술의 발전 지체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승률이 낮은 스타트업들에게 결과물을 강요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피스커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비안도 비숫한 길을 걷는 듯 했다. 비록 2023년 5만대를 초과하는 생산 및 출고 실적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성에서는 적자폭을 줄이는 정도에 그쳤다. 4분기 실적 개선의 기대로 연말에 주가가 잠시 2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지만 금새 1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거기에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었다. 연초 리비안은 어두운 뉴스를 연이어 발표했던 것. 10% 이상의 인원 감축 뉴스가 그랬고, 야심찬 50억 달러 규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 투자가 연기된 것도 그랬다. 새해 초의 리비안 주가는 이런 악재를 즉시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최근 리비안의 움직임을 단숨에 긍정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지난 3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리비안의 신모델 발표였다. SUV 모델인 R2, R3, 그리고 R3X였다. 

 

신모델 공개 행사와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현재의 리비안 상황, 그리고 새롭게 공개된 R2, R3, R3X가 갖는 의미를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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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정한 분석, 그리고 발 빠른 결정들

 

앞서 말했듯이 리비안은 전체 직원 10% 수준의 대량 감원을 단행했다. 통상적으로는 경영 위기의 대표적 증거가 되는 경우다. 물론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그런데 그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전략적 결정을 바탕으로 한 감원이 있었던 것. 그것은 리비안이 추진하던 배터리 셀 자체 생산 관련 팀 리더 및 관련 인원들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이것은 리비안이 테슬라처럼 자체 셀을 개발, 생산하여 자사 차량에 적용하는 초기 테슬라와 유사한 전략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개발비 절감과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 절감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경영상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효율성 향상 및 불확실성의 최소화다. 즉, 배터리 생산 수율이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의 차량 생산 제한 및 지연과 배터리 셀 외부 조달에 비하여 차량의 원가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에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손잡고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당시 부족했던 글로벌 2차전지 생산 능력이라는 근본적 위험 요소를 제거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현재의 배터리 산업 판도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큰 결정은 조지아 프로젝트의 무기한 연기다. 미국 조지아 주에 50억 달러를 투자하여 새로운 공장을 세우고 그 곳에서 R2 등 신규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원래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 이 또한 자금난으로 회사의 미래 성장 계획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결정이다. 물론 최근의 전기차 시장 분위기와 리비안의 주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5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매우 현실적인 긍정적인 면이 있다. 모두 두 가지. 일단 당연히 자금 소요의 감축이다. 리비안은 50억 달러를 들여 조지아 공장을 새로 세우는 대신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장하여 R2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리비안은 22억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R2 등 신모델의 신속한 출시다. 일리노이 주 노멀 공장에서 R2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신규 공장 건설, 생산 라인 안정화 등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그 결과 R2의 출시 시기는 2026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었다. 그리고 R2의 목표 가격을 훨씬 낮추면서도 수익성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현실적인 판단들은 모두 비용 절감, 신제품 조기 출시, 조속한 품질 안정 등 매우 현실적인 개선으로 이어진다. 즉, 리비안은 조지아 신규 공장을 통한 화려하고 거대한 미래 청사진을 일단 접은 대신 그 동안 입은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고 투자자들에게 안심감을 줄 수 있는, 즉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현실을 택한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리비안이 스타트업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 기업의 마인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최근 너무나 많은 빈 카운터(bean counter)들에 의하여 당기 순익에만 치중하는 기업들이 미래 가치를 망각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스타트업이 현실 인식을 경영에 반영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따라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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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빠른 라인업 확대가 갖는 다각적 의미

 

R1T는 미국을 대표하는 중대형 픽업 트럭이었다. 매끈한 디자인과 전기차만이 가능한 적재 공간 등으로 미래적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은 전형적인 픽업 트럭의 그것이었다. 즉, 리비안의 시작은 미국 시장에서 확실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향성을 선택한 철처한 안전 위주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이후 추가된 SUV인 R1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R2는 조금 범위를 확장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가장 큰 시장인 컴팩트 SUV 시장, 우리 기준으로는 중형 SUV 클래스로 보다 도시 환경을 포함하여 더 넓은 시장에 판매될 수 있는 시장 범위를 갖는다. 

 

개인적으로는 R3를 더욱 주목한다. 대략적으로 길이가 4.1미터 정도로 추정되는 R3는 유럽 시장에서 가장 핵심 시장의 하나인 B SUV에 해당된다. 게다가 디자인도 유럽에서 강한 해치백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즉, R3는 리비안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즉 리비안 브랜드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격상되는 출발점이 되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오프로더의 분위기가 강한 R3X는 정통 미국 SUV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여 유럽 프리미엄 B SUV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리비안의 서유럽 시장에 대한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R2와 R3를 동시에 공개한 대에는 시장 확대 이외에도 다각적인 노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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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플랫폼과 4695 셀

 

R2와 R3는 R1과 다른 새로운 플랫폼과 아키텍쳐를 사용한다. 그 대표적인 차별점은 배터리 팩은 차체 구조로 사용하는 스트럭쳐 배터리 팩, 그리고 4695 배터리 셀의 사용이다. 

 

스트럭쳐 배터리 팩은 테슬라가 모델 X를 통하여 선보인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구조다. 차체 바닥에 배터리 팩을 부착하는 스케이드보드 플랫폼에 비하여 배터리 팩 자체가 차체의 바닥으로 사용되면서 차체의 일부분이 되는 구조다. 차체의 높이를 낮출 수 있고 부품의 개수를 줄이고 조립 공정을 단순화하는 등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형식이다. 

 

그리고 4695 배터리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채용한 4680과 같은 계열이지만 높이를 높여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 46계열의 다른 형태다. 리비안은 4695 배터리 셀을 외부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앞서 말했듯 배터리 셀 자체 생산 프로젝트를 백지화하였다. 

 

리비안 R2와 R3의 신규 플랫폼과 배터리가 의미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되 스스로 개발하는 부담은 최소화하겠다는 현실적이지만 충분히 참신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며, 두번째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으면서 리비안이 초기부터 테슬라와 차별화하였던 자동차 산업계와의 공생 구조 강화다. 

 

그런데 R2와 R3를 동시에 발표한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볼륨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R1에 비하여 훨씬 넓은 시장에서 훨씬 많은 수량을 판매할 모델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동일 부품의 구매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부품 납품사에게 강력한 메시지이다. 즉, 리비안이 이전과는 달리 상당한 입지의 고객이 될 것이라는 의미한다. 이것은 부품 구매 단계에서 볼륨 디스카운트를 통하여 품질 하락 없이 원가를 절감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것은 R2와 R3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 소비자와 리비안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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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러나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리비안의 현실적인 선택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했던 것. 그러나 주가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것이 냉정하지만 확실하게 리비안의 행보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26년은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즉, 현실적인 선택을 통한 신속한 규모의 경제 실현을 경영의 목표로 선택한 것,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로 시장 전략을 정한 것 등이 실현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사실 스타트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 테마와 비젼 만큼이나 손쉽고 경제적인 것은 없다. 왜냐 하면 실체가 아직 없어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비안은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테마보다는 중기 경영 플랜을 제시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마저 냉랭하다. 

 

따라서, 리비안은 완벽하게 기성 기업의 랭기지를 사용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원래 태생이었던 스타트업의 요소를 잘 활용하여 2026년까지의 기다람을 설레임으로 긍정적으로 포장할 필요도 있다.

 

이런 면에서 너무나도 전형적인 실루엣의 R2와 R3의 외관 비율은 다소 아쉽다. 길이가 훨씬 짧은 아이오닉 5와 비교해도 R2의 휠 베이스는 짧다. 즉, 비율이 전형적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즉,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꿈꾸기에는 비율이 너무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하나만이라도 리비안은 파격적인 것, 혹은 참신한 것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센터 콘솔의 두번째 글러브 박스 정도로는 약하다. 

 

아, R2의 배터리 팩 사진을 보고 계산해 봤다. 새로운 플랫폼은 1000볼트 아키텍쳐를 사용하는 것이 거의 틀림없다. 

그런데 왜 이런 것을 강조하지 않는 것일까?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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