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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262. 현대차그룹, 삼성, LG, SK, 한국형 어벤저스로 뭉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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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3-06-26 14: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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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다시 한번 전열을 정비했다. 연구개발센터를 개편한 것이 포인트다. 총괄 CTO를 중심으로 전체 개발 부문과 소프트웨어, 메타, 그리고 독립형 개발 조직 등 네 개로 나누었다. 독립적인 역량을 부여하면서 CTO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포인트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 새로운 로드맵 현대 모터 웨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다. 차세대 인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삼성전자의 엑시노트 V920을 탑재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4대 기업 중 LG와 SK와 이미 다양한 협력을 해 오고 있다. 거기에 삼성전자가 칩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것이다. LG와 SK, 그리고 삼성은 각기 강점이 있고 그것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로드맵을 바탕으로 4대 기업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확대일로에 있던 연구개발 조직을 CTO (최고 기술책임자) 중심 체제로 정리했다. 기존 완성차 개발 중심의 중앙 집중 형태에서 독립적 조직 간의 연합체 방식으로 바꿨다. 자동차를 위한 소프트웨어여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궁극적으로 모빌리티라는 용어로 바뀔 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있다. CEO를 중심으로 한 CTO와 CFO, COO, CDO 등의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R&D센터에서 개발된 자동차를 구현하는 것은 생산 부서다. 좋은 아이디어도 생산과정에서 완전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 글로벌화로 전 세계 도처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리콜로 이어지고 결국은 브랜드 이미지에 생채기를 낸다. 그것이 20세기 말 시작된 세계화의 결과였다.

 

자동차회사들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시장포화와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20세기 말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 그 시장의 폭발은 사실상 중국에 집중된 것이었다. 그로 인한 규모의 경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선진 시장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급격한 공급은 확대됐고 어쩔 수 없이 리콜이 급증했다. 2009년 미국에서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이 대표적이었다. 물론 토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와 더불어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폭발시킨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시작됐다. 그 와중에 2017년 2,886만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중국 시장이 내수시장의 P2P 문제 등으로 주춤했다. 자동차회사들은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C.A.S.E라는 화두를 내 걸었다. 2018년에는 토요타가 100년만의 대전환이라는 표현으로 자동차 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 주었다.

 

 

 

현대그룹의 네 번째 전략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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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도 변화무쌍하다. 2018년에는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자동차산업 변혁에 대응해 현대차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 초에는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을 제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플랫포머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로 했다.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를 인수했다.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였다.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체적인 시장성도 점쳐졌다. 자동차산업의 생산 혁명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주주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공지능도 급격하게 부상했다. 1세대와 2세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인공지능은 최근 챗지피티를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물론 엔지니어도 모르는 딥러닝으로 인한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현상 등 부작용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그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중 일부만을 내 세워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담론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율주행의 프로세스는 센서를 통한 인지, 슈퍼컴퓨터를 통한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한 실행이다.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빅데이터의 분석 오류로 잘못된 실행을 하게 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천연지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퇴화한다. 그에 비해 자기 복제가 가능한 인공지능은 영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인간의 직관성이 없다. 뇌 과학자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엔지니어들도 새로운 사물이 등장하면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이미 다양한 실험결과가 입증해 보인다.

 

그래서 전기차를 바탕으로 한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논리가 무너지고 있다. 테슬라는 여전히 뉴럴 넷까지 동원하며 그들의 FSD가 베타 버전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로보택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로보택시는 악천후에는 이용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0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대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 목적 기반 모빌리티, 로보택시, 로봇 등과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핵심이다. 테슬라의 FSD 베타버전이 그 예다.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베타버전이라는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하지만 업데이트할 때마다 1만 5,000달러를 받는다. 슈퍼차저 충전 시스템의 개방도 그 중 하나다. 테슬라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테슬라에게는 자동차 이외의 부문에서 돈을 벌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차 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에 대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많은 공을 들였던 현대차그룹은 사업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IT개념에 익숙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자동차 부문과 시스템 통합을 이루지 못해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그 결과 올해 미국 J.D파워 초기 품질조사 브랜드별 순위에서 기아는 9위, 현대차는 17위로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미·중 패권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이슈로 부상했다.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들고나왔지만 결국은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러시아, 칠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 자원 민족주의를 선언하며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그래서 KPMG는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전망을 2030년 50%에서 25%로 낮췄다. 컨설팅회사나 연구소의 전망이 맞은 적은 거의 없지만 설득력 있는 내용도 없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차의 판매 증가는 중국과 유럽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그래서 싱가포르 시장조회사 카날리스는 2023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2022년 311만 대에서 44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해마다 100만 대씩 증가하고 있다. 그중 전기차가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인 전망이 아니기 때문에 일치할 확률이 높다.

 

연준이 월가의 지배를 받는 주주 자본주의의 미국과 달리 관제 부동산 자본주의인 중국은 지금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이 부진하다. 투자은행들은 그들의 의도에 맞춰 전망한다. 올해 초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투자은행들은 모두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로 5% 이상의 경제 성장을 예측했다.

 

최근에는 다시 그 전망치를 낮췄다. 주주 자본주의 국가가 관제 부동산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를 몰라서였다. 미국은 주식시장이 소비를 살리지만, 중국은 부동산이 경기 부침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중국은 헝다 사태 이후 부동산 내수 시장이 얼어 붙어있다. 당연히 해외시장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 지금은 내 코가 석자다. 그래서 서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미국 선거가 시작되면 또 돌변할 수 있다.

 

 

2세대 전기차 플랫폼 IMA로 생산비용 획기적 저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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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2018년 스마트 솔루션 제공업체라는 화두 아래 여러 차례 전략 업그레이드를 해 왔다. 그 사이 시장은 조금은 들떴던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익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당장에 수익을 올리는 것도 미래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반응한 것이 현대차가 이번에 제시한 새로운 로드맵 현대 모터웨이이다. 향후 10년간 109조4000억원(약 775억유로)를 배터리-전기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수소, 로보틱스, AAM(Advanced Air Mobility)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중 자율주행과 수소, 로보틱스는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목표다. 우선은 35조8000억원(약 254억유로)을 전동화에 투자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9조5000억원(67억 유로)은 배터리 개발에, 나머지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전기차 생산능력 증대에 투입한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당초보다 13만 대 높여 토요타보다 10만 대 많은 360만대로 설정했다. 현대차가 200만 대, 기아가 160만 대다. 전기차의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전기차를 8%에서 2030년에는 34%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현지 생산량은 현재 0.7%에서 75%로, 유럽은 7%에서 54%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1세대 E-GMP 플랫폼 베이스의 전기차 모델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월드 카 오브 더 이어 등 각종 수상이 입증하고 있다. 지금은 차세대 플랫폼 IMA(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있다. IMA 아키텍처는 두 가지 플랫폼으로 나뉜다. 모든 세그먼트의 전기 승용차용 eM과 특수 차량용 eS(Purpose-Built-Vehicles, 줄여서 PBV)가 그것이다.

 

동일한 플랫폼의 모델 사이에서만 구성 요소와 모듈을 공유할 수 있는 E-GMP와는 달리 IMA는 세그먼트나 차량 유형과 관계없이 브랜드 라인업 전체에서 80개 이상의 모듈을 공통화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IMA는 섀시뿐만 아니라 모터 및 배터리 시스템도 셀 투 팩 기술로 표준화한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많이 증가시키고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숙명인 비용 저감으로 이어진다. 토요타처럼 기가 캐스팅 등에 관한 언급은 없다. 현대차그룹만의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부문에서 영업이익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의 2022년 영업이익은 16.7%였다.

 

전기차 생산 확대 및 용량 최적화도 추구하고 있다. 울산에 새로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자 하고 있다. 시장에 따라 현지화를 강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현대차는 미국과 인도, 체코 등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에 관한 현대차그룹의 생각도 진화하고 있다. 우선은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체 개발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2025년부터 리튬인산철 파워 팩과 개선된 니켈-코발트-망간 팩을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리튬-금속 및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이는 많은 배터리업체와 완성차회사들이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기차 공장 신설은 논란이 있다. 르노코리아도 한국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IRA는 물론이고 유럽의 CBAM(탄소거래국경제도), 넷제로법, 중국의 NEV 규제 등을 뚫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RE100이 세계적인 추세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율 2030년 목표가 21.5%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아 줄 시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형 어벤저스,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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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LG그룹 및 SK그룹과 배터리는 물론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해외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삼성은 전자, 디스플레이, 전기 SDI 등이 OS와 디스플레이, 모터, 전력관리시스템,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서플라이어로써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LG와 SK도 내비게이션과 카메라 모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는 마그나와의 합작회사를 통해 완성차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NXP와 르네사스, 인피니온,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보쉬, 온세미 컨덕터,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 등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14나노 이하의 것들이다.

 

레벨3의 자율주행차(정확히는 ADAS)를 위해서는 기존보다 세 배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시대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부문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엔비디아와 퀄컴 등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품종 다량생산이 특징인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는 물론이고 시스템 반도체도 개발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다. 물론 실적이나 채용률에서는 미국 회사들에 비해 미미하다. 우선 실적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21세기 들어 수없이 등장한 혁신의 핵심은 반도체다. 20세기 말 밀레니엄 버그와 10여 년 전의 3D 텔레비전, 메타버스, 최근 등장한 구글의 MR 등도 사실은 미국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이 배경에 있다. CPU 판매를 늘리는 데 기여했고 관련 회사들의 주가를 올렸다. 챗지피티는 직렬형인 CPU가 아니라 병렬형인 GPU를 사용해 그 방대한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로 인해 GPU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주가는 폭등했다. 그 효과를 극대화한 것은 투자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이다. 새로운 기술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미국 반도체회사들의 주가만 폭등한다.

 

한국은 이런 경쟁에 크게 뒤져 있다. 한국의 빈약한 반도체 생태계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세를 바꿔야 한다. 애플이 그랬듯이 그들의 소스를 오픈해 더 많은 개발자가 삼성전자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호주 전략정책 연구소는 2023년 3월 발표한 최근 5년 논문 분석한 미래 유망 기술 연구개발 선도국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44개 기술 중 중국이 37개, 미국 7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독점 위험이 있는 기술은 8개로 분류했다. 배터리와 인공지능, 태양광발전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은 44개 기술 중 상위 5위에 드는 기술이 20개에 불과했다. 인도와 영국은 29개였다. 국내에서는 한국 기술의 우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다른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중국을 폄하하는 의견이 더 많다.

 

삼성전자가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기로 한 것은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소부장 등 기초기술에는 약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에 통용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뛰어나다.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산업 생태계가 지속될 수는 없다.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해외에서보다 국내에서의 경쟁이 더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내 기업체들끼리의 문화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과거 태동 단계부터 관제 경제로 성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은 그 틀에서 벗어날 때다. 지금 보호무역주의 분위기에서 협력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20세기 말 토요타가 세계로 뻗어 나갔던 때와 같은 상황도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현지화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의 패권 이동보다는 다원화로 바뀐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800만 대를 정점으로 2022년에는 684만 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시장에 부진과 러시아 시장 철수에 더해 미국의 발목잡기 등 도처에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2018년 자동차칼럼니스트 나윤석은 글로벌오토뉴스 칼럼을 통해 현대차가 플랫폼이 되어서 삼성, LG, SK, KT,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기계부터 전기, 전자, 통신, 포털, 데이터베이스 등의 대한민국 역량을 모두 결집하여 대한민국 미래차 역량의 쇼 케이스를 만들자고 주장했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한국형 어벤저스라고 하는 말이 등장한 것이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희망을 담은 표현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또 다르다. 선발 업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답을 창출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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