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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저널] 오일머니로 만드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중동 지역의 친환경차 규제 동향과 방향성

페이지 정보

글 : 오토저널(ksae@ksae.org)
승인 2023-12-14 23:00:10

본문

바야흐로 제2의 중동 붐이다. 지역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UAE, 카타르, 오만 등 각국은 저마다의 경제 비전을 발표하며 수백조원의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팀 코리아’를 구성하였고, 정부는 세일즈 외교에 힘쓰며 기업은 각 제품과 서비스 공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아 항공의 서울-리야드 직항편도 1990년 운항 종료 이후 지난 2022년에 32년 만에 부활하는 등, 제2의 중동 붐은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상태이다.

 

확실한 것은 이번 중동 붐이 1970년대 한국-중동 간의 경제 협력(1차 중동 붐)과는 그 근본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유전이나 플랜트 개발 위주였으나, 지금은 재생에너지, 모빌리티, 수소, 스마트시티 등 친환경 기술 중심의 산업에 오일머니가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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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로 그려야 하는 탈석유 세상

석유를 팔아 오일머니를 벌어왔던 중동 국가들이 왜 갑자기 친환경 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석유산업 경제구조의 근본적 문제에 있다. 석유는 언제나 풍부해 보이지만 결국 유한하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가격이 급격히 변동되고 국가 GDP 성장률 자체가 유가와 연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경 시작된 저유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며, OPEC의 주요 산유국들의 저성장 및 경제위기가 있었고, 각국은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기존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또한, 향후 석유 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 석유는 필수재이며, 에너지 안보의 가장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석유는 탄소 배출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기에 인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범지구적으로 사용을 줄여야 하는 에너지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각종 규제와 기후협약 등을 통한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며, 이로 인해 각국은 석유 수요를 의무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외에도 미국의 셰일 혁명, 각국의 수소얼라이언스 결성, 희토류의 새로운 자원 무기화 등 더 이상 중동 국가들이 기존 석유산업만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꽤 녹록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중동 국가들은 좋든 싫든 탈석유 세상을 위해 지금껏 벌어온 오일머니를 투자하게 되었다. 국가 정책을 통해 확대되는 전기차 생태계연료비가 저렴한 산유국에서 전기차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잘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자 다가올 미래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기반으로 북서부 타북홍해 연안에 NEOM 신도시를 건설 중이다.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되는 미래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모든 자동차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나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수도 리야드에서도 2030년까지 자동차의 30% 이상을 친환경차로 전환한다고 하며, 국부 펀드는 EV 제조업체 CEER를 설립하고, 미국의 EV 제조업체 Lucid를 인수하는 등 자국 EV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하였다. 이렇듯 사우디의 국가적 탈내연기관 정책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은 COP28(Conference of the Parties)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를 2023년 11월에 개최하는 등 친환경 생태계로의 전환을 적극 주도하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환경차 생태계 확대에 매우 적극적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두바이 토후국 정부는 이에 따라 2021년 기준 이미 택시의 50% 이상을 친환경차로 전환하였으며 2050년까지 자동차 전체의 75%를 전동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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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활성화에는 특히 충전기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아직 EV 판매 대수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UAE에서는 Mall이나 Mosque(이슬람사원), 주유소 등에 충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 내에서만 700여개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숫자는 민관 협력을 통해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친환경차 규제

탈석유 비전에서부터 비롯된 각 당국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모빌리티 제조사들은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중동 특화 사양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을 연구·개발할 때, 좋은 상품성과 우수한 품질을 고려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각 국가의 법과 규제에 맞춰서 차량을 개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해당국의 자동차 법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수출 및 통관을 위한 인증을 받을 수 없고 판매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EV에 대한 수요가 없었던 만큼, 중동의 차량 형식 인증(Type Approval) 법규는 내연기관 위주였고 친환경차 관련한 규제 사항이 거의 없었다. 제조사가 카타르 월드컵 등 마케팅 용도로 EV와 FCEV를 중동에 공급하더라도 해당 차량이 취득한 유럽통합인증(WVTA, Whole Vehicle Type Approval)을 기반으로 수출하였고 자국 인증은 취득 면제되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제정 의지가 생겨나면서 중동지역에 친환경차 특이 법규가 제정되기 시작하였고 우리 자동차 업계의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기차 규제 특성

중동에서 가장 큰 마켓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우디 표준청(SASO, Saudi Standards, Metrology and Quality Organization)이 EV 규제를 마련하고 인증서 발급까지 주관하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를 비롯한 UAE/카타르/바레인/오만/쿠웨이트/예멘에서의 차량 법규 및 인증은 걸프협력기구 표준청(GSO, GCC Standardization Organization)에서 통합 주관해 왔으나, 친환경차부터는 사우디 국내 개별 기관인 SASO가 주관한다. 이는 친환경차 확대 정책이 활성화됨에 따라, 자국의 EV 규제 제정과 인증은 직접 개입하겠다는 사우디 당국의 의지가 돋보이는 사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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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SASO의 차량 법규는 기본적으로 기존 GSO의 법규 및 인증 제도와 거의 같으나, 그 외 부수적인 안전 관련 추가 규제 충족을 요구한다. 우선 완성차 제조사가 차량을 판매할 때 EV 충전기를 의무 제공하여야 하며, 그 충전기의 SASO-IEC 시험 단품 인증도 완성차 업체가 제출할 의무를 진다. SASO가 EV 충전기에 대해 요구하는 법규는 국제 IEC 표준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ICCB 충전기에 가정용 플러그가 아닌 산업용 CEE BLUE 플러그 장착을 요구하거나, 전선에 

IEC62893-3 최신 표준 만족을 요하는 등, 충전기 사양이 자국이 판단하기에 기존 일반적인 표준 보다 안전한 사양으로 구성되어야 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기차임을 표시하는 엠블럼을 차량 외관에 의무 부착도록 하고, 제조사로 하여금 전기차 안전 및 화재 진압 트레이닝을 사우디 공공기관(소방서 등)에 의무 제공토록 하는 등, 기존의 완성차 인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특이한 요구 사항들을 충족하여야 한다. 친환경차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라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미비하여 개인 휴대용 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EV 안전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자국 상황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보수적이면서도 특이한 규제를 제정하였다고 판단된다.

 

UAE, 카타르, 오만 및 기타 국가의 전기차 규제 특성

UAE는 첨단기술산업부(MOIAT, Ministry of Industry and Advanced Technology)에서 자국 친환경차 규제와 인증을 담당한다. 첨단기술산업부의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UAE 자국 전기차 규제의 만족이 필요한데, 기존 GSO 내연기관 법규에 더하여 UAE 전용 인증 라벨 부착 및 배터리 방수 수밀 시험 만족을 요구한다. 배터리 방수(Protection against water)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 규제 R100.03으로부터 차용한 항목이다. 원 규제에서는 배터리 방수 수밀 또는 절연저항모니터링(Isolation Resistance Monitoring) 중 제조사가 택일하여 대응하면 되었지만, UAE에서는 방수 수밀 항목만 인정한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꼼꼼한 규제 점검과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

 

바레인과 오만은 자국 특이 법규 없이 기존처럼 GSO의 EV 법규를 채택하고, GSO 인증장을 인정한다.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아직 전기차 법규 인증 제도가 부재하나, 조만간 GSO 인증 제도를 공식 채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 각국의 수소 경제 활성화 관련 정책과 규제

아직 전기차 생태계도 걸음마를 막 뗀 단계라지만, 중동에서는 수소 경제 관련 정책 및 규제도 선행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역시나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사우디가 건설 중인 친환경도시 NEOM에서는 수소를 하루 650ton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그린 수소 생산 기지가 들어선다. 화석연료로부터 만들어지는 그레이수소와는 달리, 그린수소는 100% 친환경 에너지 기반으로 생산되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 내 모빌리티 프로젝트에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FCEV) 운영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FCEV 법규 인증 제도는 아직 확정 공표되지 않았으나, 현대자동차, 토요타, 벤츠와 같이 FCEV 양산 경험이 있는 제조사들 중심으로 법규 제정 커미티를 운영한 바 있으며, UNECE R134 및 GTR을 반영한 자국 FCEV 법규 제정을 검토중에 있다.

 

오만 또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오만 비전 2040에 따라 오만 전역에 수소 경제 특구를 개발하는 등 수소 중심 경제 건설을 진행 중이며, 세계 최고의 그린 수소 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만 정부는 민간 기업과 함께 FCEV 도입 및 실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와 연계된 FCEV 규제 제정 검토 스터디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지속적인 동향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외 UAE, 카타르 등도 COP28 행사와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계기로 FCEV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업평균연비규제

자동차 기업평균연비규제(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는 미국 교통안전국(NHTSA)에서 처음 시행된 규제로 한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가 특정 수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달성하지 못한 차이와 판매 물량을 가중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환경규제이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지 않은 고배기량 차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제조사들은 미국에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벌금을 납부했거나 앞으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력한 CAFE 규제는 결국 연비가 좋은 환경차 믹스 확대와 전반적인 전동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의외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CAFE 규제를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사우디 CAFE 연비 규제는 매년 제조사들이 개선해야 할 연비를 3~7%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제조사 전체 평균 연비가 19km/L 이상이 되어야 규제를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조사들이 조만간 수백억대의 벌금을 사우디 정부에 지속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각 제조사는 이에 적극적으로 고효율 연비 차량을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 시장 특성상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일차적인 대응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사우디의 친환경차 활성화 정책 의도와 일치하게 EV, FCEV를 적극 투입하여 기업 평균 연비도 달성하고 EV 생태계를 선점하는 게 올바른 규제 대응 방향일 것으로 생각된다.

 

적극적인 규제 대응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에 탑승하자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중인 중동지역에서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친환경차 규제와 정책이 제정 및 개정되고 있다. 다만 왕정 국가 특성상 고위 의사 결정이 급격하게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리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알맞게 대응하여야 한다. 중동 지역의 경제 비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가 그려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과 적절한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떤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Public-Private 섹터 간 지속적인 유대 강화가 필요하며, 그에 따라 규제 정보 조기 입수 및 적기 인증 취득/판매 등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규제 대응이 어려울 경우 제조사 연대를 통해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필요할 수 있다. 사례로는 사우디 EV 규제 초안이 발표되었을 때, 현지 기온을 고려하여 섭씨 45도 이상의 환경에서 전비 시험을 해야 한다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EV 법규가 제정될 뻔한 적이 있다. 이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아중동 제조사 연합의 지속적인 법 개정 청원으로 인해 미국/유럽의 시험 조건과 조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우리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제2의 중동 붐’을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그저 장밋빛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중동 국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규제 대응 전략수립을 병행해야 한다. ‘제2의 중동 붐’을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발전을 기대해 본다​​​​.

 

글 / 김정환 (현대자동차)

출처 / 오토저널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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