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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 제품의 이미지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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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0-04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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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다. 당시 기자는 패션을 고려하기 보다는 무조건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만 골라 입었었는데, ‘아무리 잘 입어도 얼굴과 몸매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헐렁한 면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은 미남’이 ‘옷을 잘 갖춰 입은 뚱뚱한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유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은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라는 고집 때문에 일부러 패션을 고려하지 않은 면도 있었다.

 

그 때 아버지가 몇 마디 끝에 기자에게 날린 일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얼굴과 몸이 안되니 옷이라도 잘 갖춰 입어야지!” 강력한 스트레이트가 면상에 정통으로 꽂힌 듯한 얼얼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로는 잡지와 인터넷 등으로 나름대로 패션에 대해서 찾아보게 됐고, 매일은 아니지만 특정된 중요한 자리에는 꼭 나름대로 생각한 정장을 갖춰 입고 나가곤 한다. 평시에도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결례가 되지 않도록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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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신형 i30(PD)의 광고와 마케팅 때문이다. i30은 분명히 잘 만든 자동차다. 디자인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기존 모델에 비해 전체적으로 성숙한 디자인을 갖고 있으며, 시승 전 우려했던 성능에 관한 사항도 막상 시승을 진행하고 보니 우수한 성능에 감탄을 지어낼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안정감과 공도에서의 성능을 논하자면 이만큼 완성도가 높은 해치백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동급 세그먼트에서 같은 가격대를 놓고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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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와 같은 우수함이 광고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핫 해치’라는 단어에 집중했지만, 그 집중 방법이 상당히 잘못된 탓이다. 고성능 자동차가 질주할 때 일으키는 공기의 흐름으로 인해 여성의 치맛자락이 흩날리거나 고여있는 물을 강하게 튀기는 장면은 흐름에 따라 인용이 가능할 수 있지만, 적어도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CF에서는 속옷의 노출은 자제했어야 했다.

 

유명 힙합 가수가 작업했다는 광고 속 멘트도 그렇다. ‘해치백’과 연관되는 단어가 어째서 ‘해치지’가 되는가? 해치백이 그렇게 사람을 해치는 자동차인가? 해치백을 좋아하는 기자로써 참으로 슬픈 일이다. 게다가 해치백은 현대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하는 자동차이다. 외국의 자동차들을 들여와 조립만 하던 현대자동차가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최초로 국산화를 달성한 ‘포니1(3도어 모델)’이 해치백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소중히 한다면, 설령 가수가 하청을 받아 이런 멘트를 작업했다 해도 승인 과정에서 걸러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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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광고 속 i30의 움직임이다. 고성능이라는 이미지를 표출하기 위해 광고 속에 인용한 움직임이 ‘드리프트’라는 것은 광고 제작 담당자가 자동차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륜구동인 i30이 어째서 드리프트를 구사할 수 있단 말인가? 주차 브레이크를 이용해 뒷바퀴를 잠그는 식으로 드리프트와 비슷한 모습의 ‘파워 슬라이드’는 구사할 수 있지만 장시간 구사할 수는 없으며, 이조차도 주행 중 언더스티어를 제어하기 위한 독특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CF 속에서 i30은 후륜구동 또는 4륜구동 자동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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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광고이기 때문에 과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불가능한 움직임을 구사한다는 것은 과장광고의 범위를 넘어선다. 후륜구동 자동차인 제네시스 쿠페가 드리프트를 구사하는 광고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굳이 드리프트를 하지 않아도 고성능을 강조할 수 있는 움직임과 카메라 연출은 분명히 있다. 그 가능성을 보인 것이 바로 현대차 WRC팀 소속 레이서 ‘헤이든 패든’을 동원해 찍은 i30 시승기이다. 이토록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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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와 같은 광고 속 움직임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기자 초청 시승회 날, 서킷에서 두 대의 i30을 동원해 드리프트 시연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이 예상했다시피 동원된 i30은 ‘드리프트’가 아닌 ‘파워 슬라이드’를 구사했으며, 그나마 유압식 주차 브레이크 적용과 타이어 교체까지 진행한 자동차들을 이용했다. 결정적으로 구사하는 모습도 전혀 감탄사를 지어내지 못했다. 시연회가 끝난 뒤 기자와 함께 있었던 타 매체 기자들의 표정도 감탄보다는 안타까움 또는 이해를 전혀 할 수 없다는 표정이 많았다.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질 수도 있는, 하지 않느니만 못한 시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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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해치백이 잘 팔리지 않는 국내 시장의 상황에 이와 같은 마케팅의 부작용까지 합쳐져 신형 i30의 판매량은 9월 한달 간 142 대에 불과했다. 9월 1일부터 사전 계약을 진행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낮은 수치이며, i30의 연간 국내 판매량 목표가 15,000 대 임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렇다. 만약 신형 i30이 이대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기자는 가장 큰 이유를 ‘마케팅의 실패’ 때문이라고 당당히 지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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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절세미녀, 미남이라고 해도 며칠간 감지 않은 머리에 지저분한 피부, 넝마 같은 더러운 옷을 입고 있다면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라고 강조한다 해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주목하는 것은 외모이다. 인간의 판단에 있어 시각이 정보의 8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내면을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그 사람을 몇 번 만나보고 대화를 나눈 후가 된다.

 

이는 자동차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아무리 잘 만든 자동차라고 한들 마케팅이 잘못된다면 팔리지 않는다. 자동차의 본질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알고 그 차를 구매할 것인가? ‘좋은 자동차는 입소문만으로도 판매할 수 있다’는 꿈 같은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치밀한 전략 하에 움직여야 하며 그 중에서는 마케팅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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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계산되지 않은 마케팅처럼 힘 빠지는 것도 없다. 만약 지금이라도 신형 i30의 판매량을 늘리고 싶다면, 자동차와 영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CF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 자원들, 예를 들면 WRC 드라이버들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핫 해치’라는 명성에 걸맞는 드라이빙 스쿨의 규모도 현재 기획되어 있는 것보다 더 늘려야 한다. 포니1으로부터 이어지는 현대차의 해치백 역사도 이용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잠재적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철저히 계산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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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i30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고 뒤집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우수한 자동차를 제작한 만큼 이제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말이 많은 애프터 서비스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부디 훌륭하게 제작된 i30이 잘못된 마케팅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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