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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전기차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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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2-27 01: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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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환경 보호 인식 향상으로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가 주목을 받고 있고 마치 전기차가 미래의 기술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1900년대 초에는 나름대로 인기를 얻기까지 했다. 전기차가 1920년대 이후로 모습을 서서히 감췄던 이유는 인간이 생활 영위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증가하면서 기존 전기차로는 거리와 속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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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전기차의 부활이 조금씩 논의되고는 있었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컨셉카의 모습 또는 소량 양산의 모습으로 간간히 전기차를 내놓고 있었다. 그 외에도 특수 차량으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으며 그 중에서도 달 탐사용 차량으로 개발한 전기차와 뮌헨 올림픽 때 마라톤용 페이스카로 사용했던 BMW의 전기차가 유명하다. 이렇게 목숨을 이어가던 전기차가 본격적인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당시 캘리포니아 대기환경청(CARB)에서 저공해차 의무 판매를 법으로 제정하기 시작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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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토요타, 혼다, 포드, 크라이슬러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사에서 전기차를 조금씩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 GM에서 제작한 EV1이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했던 이 전기차는 대규모 자동차 제조사에서 대량생산한 전기차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을 차체에 적용했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갖춰 연비 향상에도 신경을 썼다.

 

당시 유가는 갤런당 1달러대였고, 이 때문에 굳이 전기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음에도 EV1의 보급은 성공적이었다. 보급 초기에는 288대만 보급했지만 이후 점점 보급률이 늘어났고 GM은 EV1 보급을 위해 1997년에 약 1천만 달러의 광고비를 소모했다. GM은 EV1을 장기 리스 형식으로만 판매했지만 당시 첨단 기술이 적용됐던 전기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설정됐던 가격인 34,000 달러도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월 리스료는 399-549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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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M은 2002년에 EV1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고, 2003년에 당시 CEO였던 릭 왜고너(Rick Wagoner)가 공식적으로 EV1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리고 고객이 EV1을 인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도 않고 모든 자동차를 회수했다. 일부 박물관 또는 교육 시설에 기증된 EV1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차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맥이 끊겼던 GM의 전기차는 2010년 쉐보레 볼트 PHEV가 나타나면서 다시 이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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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GM이 EV1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모든 자동차를 회수해 폐차한 것을 두고 음모론이 일었다. 당시 ‘누가 전기차를 죽였는가?(Who Killed the Electric Car?)’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등장하면서 음모론은 더욱 거세졌는데, 미국 정부와 주 정부, 정유 산업체와 자동차 제조사가 합심해서 미래가 유망한 전기차를 없앴다는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환경 운동가를 비롯해 전기차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이 다큐멘터리를 근거로 음모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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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GM EV1은 정말 검은 손, 배후에 있는 수많은 음모에 의해 희생당한 것일까?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각 산업 또는 정부간의 이해관계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EV1이 희생당했다고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설령 있다고 해도 EV1의 멸망에 10% 정도밖에 영향을 못 끼쳤을 것이다. EV1이 정말 그렇게 좋은 전기차였다면 당시 좀 더 많은 EV1이 보급되었을 거고 소비자들이 단종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광고가 있다면 좋은 물품은 소비자가 알아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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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량의 EV1이 폐차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큰 이유는 ‘당시 배터리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였다. 당시 EV1이 사용했던 전지는 1세대와 2세대가 다른데, 1세대의 경우 연축전지(흔히 ‘납축전지’라고 한다)를 사용했다. 이 전지는 당시 델코(현재 델파이로 사명을 변경함)에서 공급받았는데, 연축전지의 큰 문제는 배터리가 소모된 상태로 한참 놔뒀을 경우 배터리가 망가지는 것이었다. 즉, 주행 후 바로 충전기를 연결하지 못하면 배터리 수명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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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1999년부터 생산된 모델) 모델부터는 파나소닉에서 공급받은 니켈 망간(Ni-MH)전지를 적용했는데, 이 전지도 문제를 일으켰다. 흔히 이차전지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메모리 효과’가 발생했던 것인데, 배터리 잔량이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충전기에 자주 연결하게 되면 배터리가 빨리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EV1의 주행 가능거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리스 프로그램의 중단과 폐차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GM의 부사장이었던 밥 러츠는 훗날 EV1의 폐기처분과 관련해 이익 문제 외에도 안전 문제가 관여되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EV1의 고객이 자동차를 운전했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만약 배터리 액이 누출된다면 도로 주변의 환경오염은 물론 유독가스 발생으로 운전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해 GM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는 법무부의 의견에 따라 전량 폐기를 결정한 것이며, 당시 GM의 홍보실에서 이를 누설하면서 지금과 같은 논란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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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시 막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기차에 적용할 수는 없었을까? 아쉽게도 당시 기술로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안정성 문제를 종종 일으켰던 데다가 배터리 제조사들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화에 몰두하는 대신 리튬폴리머 배터리 개발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리튬폴리머 배터리 개발은 이론적인 한계와 안정화의 부재로 인해 폭발, 화재 사건을 자주 일으켰고 결국 개발 자체가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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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면서 테슬라가 2006년에 로터스 엘리제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한 테슬라 로드스터를 공개할 수 있었다. 당시 로드스터는 노트북에 적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다량으로 묶어서 사용했으며, 발열에 대처하기 위해 수랭식 배터리 팩을 적용했다. 처음에는 LG화학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았지만, 이후 파나소닉으로 공급업체를 바꿨고 이후 파나소닉과의 돈독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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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EV1의 실패는 많은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교훈을 줬고, 현재의 안정적인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EV1과 똑같은 실패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저속 전기차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전기차로, 도심 내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자동차다.

 

저속 전기차의 보급 실패 원인으로 다양한 사항이 지적되고 있다. 제한속도 규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금지 등 다양한 제한에 저속 전기차 충돌테스트 기준 등 사실상 중소기업이 기준을 맞출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속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배터리였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미명 하에 연축전지 모델을 시판한 것이다. 물론 옵션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가격으로 인해 이를 선택하는 소비자와 관공서는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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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시 환경부, 국토부 등 관련부서들은 저속 전기차 보급 사업이라고 허울만 세우고 있었지, 철저한 보급을 위해 실패 사례를 찾아보는 등의 수고는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그 누구라도 관심을 갖고 GM EV1의 실패 사례를 제시했다면 최소한 연축전지 적용을 금지시켜서라도 보급률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총지휘자인 당시 대통령의 무능과 담당 공무원들의 태만이 ‘저탄소 녹색성장’과 저속 전기차 보급의 실패를 불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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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화와 용량 상승으로 인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가 증가했고, 국내에도 판매가 예정되어 있는 쉐보레 볼트 EV는 1회 충전으로 383km를 주행할 수 있다. 그리고 르노 트위지를 비롯한 소형 전기차도 보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전기차는 계속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특히 배터리와 관련된 기술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과제나 마찬가지다. 부디 앞으로 등장하는 전기차들이 EV1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기를, 그리고 다시는 음모론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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