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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커브 기념우표 등장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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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1-02 2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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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역사 상 가장 위대한 탈것을 하나 꼽으라고 할 때 ‘수퍼 커브’를 선택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창립자인 혼다 소이치로의 모터사이클 제작 정신이 깃든 이 모델은 1958년 8월에 등장한 이후 전 세계 160여 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14년 3월에는 8,7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수퍼 커브는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물품의 배달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유용한 이동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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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수퍼 커브의 인기는 간단하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구조와 높은 경제성, 극에 달한 내구성에서 비롯된다. 프레임이 모터사이클의 하단을 가로지르면서 엔진도 아래에 위치하는 언더본 방식을 적용해 탑승과 하차가 쉬운 것은 물론 연비 향상을 위해 수동변속기를 적용하면서도 원심 클러치를 적용해 기어를 앞뒤로 밟는 동작만으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내구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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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커브는 일본 우정국(한국의 우체국과 동일하다)에서도 사용됐다. 당시 많이 출시되었던 배기량 50cc의 수퍼 커브는 많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90cc 1기통 엔진을 탑재한 수퍼 커브가 일본 우정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코드명 MD90으로 불렸던 이 커브는 우편배달을 위해 기본으로 장착하던 17인치 휠을 14인치로 변경하고 서스펜션을 강화했다. 그리고 우편물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스탠드도 기존 모델보다 더 단단한 사양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많은 우편과 소포를 한 번에 배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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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퍼 커브가 우편배달에 사용된 지도 2016년 기준으로 벌써 45주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 우정국은 MD90 수퍼 커브를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2016년 12월 16일부터 2017년 3월 13일까지 판매하며, 일본의 다이캐스팅 모형 제작 전문 업체인 교쇼에서 특별 제작한 MD90 수퍼 커브 모형이 동봉된다. 집배원의 노고를 기념하는 것은 물론 우편물 배달에 혁명을 몰고 온 수퍼 커브에 대한 찬가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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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이를 보고 있는 기자의 입맛은 씁쓸하다. ‘왜 이런 기념우표와 기념모형이 일본의 것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수퍼 커브는 혼다가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라이선스 생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한국의 기아산업(현 기아자동차의 전신)도 있었고, 기아산업은 라이선스 생산을 통해 1962년에 수퍼 커브를 국내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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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의 모터사이클은 머플러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2행정 엔진이 대세였기 때문에 연기가 거의 없고 2행정 엔진에 비해 정숙했던 수퍼 커브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기아산업은 수퍼 커브의 성공을 바탕으로 몇 개의 모터사이클을 라인업에 더 추가했고, 사업의 크기를 키우면서 1975년에 기아기연(기아 기술연구소)이라는 상호로 독립했다. 그리고 1977년에 인천 부평에 공장을 따로 짓고 모터사이클 전문 제조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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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아기연은 1981년에 2월에 발표된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로 인해 대림자동차공업에 모터사이클 부문을 넘기고 철수하게 된다. 당시 기아기연이 모터사이클 산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기는 했으나, 문제는 당시 한국의 모터사이클 시장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과 모터사이클 판매가 호황을 이루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1983년 기준 국내 모터사이클 생산대수 171,091대, 국내 모터사이클 보유대수 528,000여대 였으니 당시를 생각하면 큰 시장이었고, 주문 후 몇 주를 기다려야만 모터사이클을 받을 수 있었던 데다가 사전 예약까지 받았을 정도였으니 매력이 넘쳤던 산업이었음에 틀림없다.

 

만약 기아기연이 규모가 작아서 규모가 큰 대림자동차공업에 넘어갔다면 이해가 갔을 테지만, 당시 이륜차 판매 시장 점유율을 보면 기아기연 약 70%, 효성스즈키(현 KR모터스) 약 20%, 대림자동차공업이 1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봐도 대림자동차공업을 기아기연이 인수하는 게 정상이었는데 반대로 진행되었으니 당시 이와 같은 조치를 두고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소문까지도 공공연히 흘러나왔던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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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당시 대림자동차공업은 기아기연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혼다 라이선스 생산도 같이 인수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퍼 커브도 자연스럽게 대림이 생산하게 되었고, 대림은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기인 ‘시티 100’을 출시했다. 혼다의 엔진을 거의 그대로 탑재해서인지 내구성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고, 배달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했다. 그 중에서는 당연히 우편배달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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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국내에서 시티 100을 통해 우편배달을 시작한 지도 수십 년이 흘렀고, 시티 100은 시티에이스 2로 이름을 바꿨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이다. 비록 일본 우정국만큼 대규모의 개조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내구성 향상을 위한 체인 가드 장착과 안전한 주행을 위한 상시점등 LED 램프 장착, 화물 적재를 위한 특별 캐리어 적용과 무게 지탱을 위한 사이드 스탠드 추가 등 나름대로의 개조를 통해 실용적인 배달의 기수로 이름을 약간이나마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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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에서는 시티 100도, 시티에이스 2도 기념하지 않는다. 아니, 기념은커녕 집배원의 수고를 모터사이클과 함께 심연으로 묻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집배원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모터사이클 시장의 통폐합이 이루어졌던 1980년대 이후로 국내 모터사이클의 발전 시간이 크게 멈춰있는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발전 시간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에 대한 해리티지, 존경에 대한 것도 성장하지 못한 채로다.

 

단순히 대림 시티에이스 2의 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배달용으로만 험하게 다뤄서 그렇다고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똑같이 가격이 저렴하고 마구 다뤄도 망가지지 않는 혼다 수퍼 커브는 왜 기념우표에 다이캐스트 모형까지 등장할까? 국내 모터사이클이 사실상 멈춰 있는 동안 일본의 모터사이클이 계속 발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해리티지의 축적,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적립되어 온 모터사이클에 대한 존경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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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일본과 한국에 등장한 수퍼 커브,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십년이 흐른 지금 두 모델을 기리는 방법은 두 나라가 전혀 틀리다. 아니, 한 나라에는 기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모터사이클을 지켜오던 수호신과 모터사이클을 그저 자동차산업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던 두 기업의 행보는 이렇게 달라졌고, 이제는 따라잡기 힘든 차이를 만들어 버렸다. 혼다 수퍼 커브의 기념우표를 보면서 입맛이 씁쓸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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