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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지스가 스크린에 옮긴 프레스톤 터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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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10-10 2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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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을 찾아가니 스크린에서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킹스맨 - 골든 서클’에서 미국의 비밀 조직 ‘스테이츠맨’의 수장 ‘샴페인’으로 등장하는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는 곧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백발을 휘날리며 카우보이 모자를 던지며 유쾌하게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연을 맡은 영화도 꽤 많은데, 그 중에서 기자에게 그의 존재를 강렬하게 남긴 영화가 바로 ‘터커 : 그 남자의 꿈’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이상적인 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실존 인물 ‘프레스톤 터커(Preston Tucker)’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프레스톤 터커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면도 없지 않겠지만, 현재 미국에서 그의 이미지는 ‘프로토 일론 머스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동차 세계에 혁신을 가져온 인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며, 그가 처음이자 최후로 양산한 자동차 터커 48(양산된 연도를 따라서 이렇게 부른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호칭이 어울린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프레스톤 터커의 삶과 자동차 터커 48에 대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1903년에 태어난 그는 몽상가였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공학 과정을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대단했다. 포드와 GM에서 일하면서 직원들에게 사보를 나누어주는 일을 했던 그는 레이스카와 초기 인디카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중고차를 판매하기도 했다. 살린의 창립자인 스티브 살린(Steve Saleen)은 고객을 일부러 포드 머스탱 앞으로 데리고 가서 ‘이것보다 더 좋은 차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장사를 했는데, 터커도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이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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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요청으로 전쟁에 사용할 장갑차를 제작했는데, 독일의 네덜란드 점령으로 판로가 막히자 미국 정부에 이 차를 납품했다. 이 차는 투박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최고속도 161km/h를 낼 수 있었는데, 미 해군이 이 차에 흥미를 보였고 터커는 이 차를 팔아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영화 초반부에 터커와 가족들이 이동하기 위해 이 차에 탑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터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팀을 꾸렸다. 디자이너를 두 명이나 고용했는데, 그 중 한 명은 듀센버그에서 일했던 유명 디자이너 알렉스 트레뮬리스(Alex Tremulis)였다. 디자인이 결정되자 터커는 공장 설립을 위해 정부로부터 공장 부지를 불하받기로 결심했다. 당시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전쟁 당시 폭격기 엔진을 생산하던 공장이 있었는데, 전쟁 후 필요가 없어진 공장을 정부가 판매했고, 터커는 이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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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터커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자동차 제작에는 더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터커는 자금 마련을 위해 뉴욕 증권 거래소에 IPO(기업공개)를 신청했고, 신문과 잡지에는 초기 디자인과 초기 제작 부품을 실어서 광고를 진행했다. 그런 방법으로 그는 1947년에 2,300만 달러를 모을 수 있었는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3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모인 것이다. 지금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없던 시대에 영리하게 자금을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터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사람이 퍼거슨(Ferguson) 상원의원이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디트로이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시카고에서 자동차 제조사를 꾸리겠다고 하니 비상이 걸렸던 것이다. 지금의 잣대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규범과 세금 관련 법령 등이 형성되어 있었던 데다가 미시건 주의 수익과도 직결되는 사항이니 만큼 제동이 걸릴 만도 했다.

 

그러나 터커는 이와 같은 움직임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당시 항공업 대부였던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도 상원 의원의 움직임에 곤란해 하고 있었는데, 터커는 휴즈에게 전화를 걸어 항공기, 정확히는 헬리콥터에 적용되는 엔진을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조건은 헬리콥터 엔진을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조해 주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는 1-2개월 만에 해결되었고 헬리콥터의 공랭식 알루미늄 엔진은 자동차에 적용되는 수랭식 엔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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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 48의 놀라운 점은 그동안 존재했던 기존 자동차에 대한 상식을 상당히 뒤집었다는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차체 앞에 위치하던 엔진이 차체 뒤로 이동했고, 엔진 역시 직분사 방식으로 바뀌어 출력 향상은 물론 연비 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 당시로써는 혁신적이었던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은 물론 각각의 바퀴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적용해 안정감을 높였으며, 안전 벨트를 적용하고 대시보드에는 연질의 재질을 사용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당시에 스티어링의 조작에 반응하는 어댑티브 헤드램프가 적용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시트로엥 DS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과감한 터커의 행보와 터커 48의 놀라운 성능에 당시 디트로이트 사람들은 상당히 긴장했다고 한다. 그 때 터커의 행보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났는데, 자금이 부족해진 터커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복권을 액세서리의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트 커버, 라디오, 러기지 박스 등을 판매했고 그 안에 추첨 번호를 동봉하는 방식이었는데, 디트로이트의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하여 터커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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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과 자금 동결에 시달리면서 터커가 만들 수 있었던 자동차는 약 50대에 불과했다. 터커 48은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지도 못했고, 50대 중에서 공장 폐쇄 전에 제작된 자동차는 약 30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동차들은 부품인 상태로 있다가 나중에 조립되었는데, 그 중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야 조립이 완료된 자동차도 있었다. 터커는 공장도 갖고 있었고 수 천개의 딜러 네트워크도 구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마도 몇 달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한 달에 수 천대의 자동차를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터커 48은 모두 조금씩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모든 자동차들이 프로토타입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는 내구성 테스트에 사용된 자동차들도 있는데, 터커는 이 차를 100mph(160km/h)의 속력으로 1주일 내내 운행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없었다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내구성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터커 48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영역에서 만족을 표하고 있으며, 불만을 갖고 있는 영역은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못한 변속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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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의 회사는 1950년에 완전히 청산되었고, 이 때 자동차 몇 대가 시중에 유통되었다. 터커는 이 때 두 대의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그 중 한 대는 터커가 아내의 드레스 색상에서 영감을 받아서 적용한 ‘왈츠 블루(Waltz Blue)’ 색상이 적용되었다. 터커는 다른 자동차를 제작할 꿈을 꾸다가 1956년에 폐암으로 사망했고, 1960년 즈음에 터커의 아내와 터커의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가졌던 언론인 찰스 피어슨(Charles Pearson)이 터커의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출판했다.

 

앞서 이야기한 제프 브리지스 주연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이다. 그는 ‘대부’ 시리즈를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영화 촬영 당시 터커 48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었고 터커의 팬이기도 했다(지금도 소유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영화는 5% 정도만 허구가 섞여 있고 95%는 사실에 근거해서 제작되었다고 하니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즈음 진지하게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권한다. 제프 브리지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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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960년대 초, 돈이 필요했던 터커의 아내와 가족들은 터커 48을 모두 판매했고, 당시 터커 48을 구매한 사람은 여분의 엔진과 보닛, 터커 48과 관련된 책과 서류 한 다발을 같이 가져갔다. 창문 하나 없는 창고를 짓고 50년간 터커 48을 보관하던 그가 사망한 후 자손들이 자동차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했고, 최종적으로 터커 48을 구매한 큐레이터는 미국 LA에 자신이 독자적으로 수집한 자료들과 함께 자동차를 전시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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