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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 종합대책,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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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1-25 0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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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2017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심 내 제한속도를 현행 60km/h 이하에서 50km/h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정책이다. 제한속도 하향에 맞춰 운전자가 저속 운행을 하도록 도로폭도 기존보다 좁히고 차선을 지그재그로 그리거나 횡단보도 자체를 과속방지턱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실현될 예정이다.

 

언뜻 듣기에는 상당히 좋은 정책인 것 같다. 이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도심 내 제한속도를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1991년 사망자 13,429명에서 2017년 4,191명으로 과거보다는 크게 감소하긴 했지만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데다가 사망자 중 보행자가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줄이고 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제한속도 30km/h 이하, 필요에 따라서 10km/h 이하로도 주행하게 하면 확실히 사고는 물론 사망자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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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지 않나 싶다. 주행속도 제한, 차선 그리기 등 법규 강화와 도로 개선 그리고 단속 강화는 있지만, 운전자와 보행자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항의가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고령 운전자의 안전교육 의무화 및 면허 갱신 시 교통안전교육 이수를 신설하긴 했으나, 이것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에 많이 부족하다고 말해야겠다.

 

다른 부분은 논하지 않겠다. 어린이 보호구역 또는 보행자 우선도로의 차량 운행속도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법 주정차와 신호위반,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화물차·버스 등 대형차량에 비상제동장치 등 전자식 안전장비를 적용하는 데도 이의가 없다. 문제는 도심 내 속도제한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데 있다. 속도제한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다양한 개선책들이 더 그렇다.

 

제한속도는 만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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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 제한속도 하향은 이번에 정식으로 발표되긴 했지만, 경찰청에 의해 꾸준히 입안이 되어 온 정책이다. 기자가 기억하는 것으로만 5년이 넘은 제안으로, 그동안 정부에서 꾸준히 반려된 정책이지만 경찰청은 그 끈질김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의 수장 또는 실무진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제안을 올렸다. 그리고 그 끈질김이 이번에 2018년 중 관련 법령(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정비라는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한 제한속도 하향의 근거는 언제나 선진국, 그 중에서도 독일이 상당히 많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며 독일의 도심 내 제한속도는 50km/h 이하인 것도 맞다. 제한속도가 감소하면 사망사고가 낮아지는 것도 통계로 증명된 것이다. 2017년 4월부터는 도심 내 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는 것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고 감소보다는 환경오염 감소를 노리는 면이 더 큰 만큼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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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도심만을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다. 무대를 다른 도로로 옮기면, 도심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필요에 따라 제한속도를 두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제한속도가 없으며, 도심 내 주행 속도가 낮은 프랑스도 제한속도가 130km/h로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최대 110km/h인 한국으로써는 신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고속도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 그러니까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이면서도 정확한 교통안전 교육과 도심 내 주행속도를 제한하는 대신 다른 부분을 풀어줌으로써 상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규제라고 하면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인간이 그렇게 단순하게 규제를 이해하고 불만 없이 따를 수 있다면 사실 교통경찰이라는 존재가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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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 제한속도를 낮추고 도로 폭을 좁힌다고, 차선을 지그재그로 긋는다고 무조건 사고율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 현재 도로교통법 상 최소한으로 요구하고 있는 도로 폭은 2.75m인데,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들 중 가장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는 버스의 경우 폭이 2.49m(현대 수퍼에어로 시티 기준)에 달해 지금도 아슬아슬하다. 버스가 더 좁아진 차선에 맞춰서 주행속도를 줄일 것인지, 운행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선을 넘나들어 다른 자동차들에게도 위협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제한속도를 낮췄다면, 이제 다른 교통수단들이 도로로 나올 수 있을까? 자동차의 주행 속도가 낮아졌으니 자전거와 저배기량 스쿠터, 전기 모터를 이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등 다양한 이동수단들이 자동차와 맞춰 주행하는 데 이론 상 문제는 없다. 그러나 경찰청을 비롯해 정부기관들은 이런 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규제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삼륜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 대한 규제 혁신에 대해 언급한 만큼 이 문제도 앞으로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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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체적인 면으로 본다면, 도심 내 제한속도를 낮추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규제와 도로 폭 좁히기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회사와 학교는 여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해야 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조금 시간이 늦더라도 사고가 없는 여유 있는 운행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택배기사의 택배 배송 시간도, 배달업체의 음식 배달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식집에 주문한 후 10분만 지나도 빨리 올 것을 독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도심 내 제한속도에 대한 공감대 얻기, 사회적 합의는 요원해 보인다.

 

경찰청과 정부 기관들이 이런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히 해외 사례 연구가 필요했을 것이고, 현지 시찰도 분명히 갔을 것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해외 사례 연구라는 미명 하에 해외에 가서는 단 하루도 현장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관공서에서 브로셔 몇 장만 집어와서는 연구 보고서를 올리는 일부 공무원들의 잘못된 행태가 있었는데, 경찰청은 그러지 않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사회적 인프라 개선에 대해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눈을 돌리지 않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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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힘과 강한 규제, 억압은 반드시 강한 반발과 화를 부른다는 것은 역사가 이야기해 준다. 그러므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환경과 보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날부터 무작정 제한속도를 낮추고 차선을 좁히고 지그재그로 그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규제에 의지하다가 몇 년 후에 ‘인간의 운전이 아닌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을 위한 규제에 집중하겠습니다’라는 기사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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