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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웅 | 이토록 사랑스러운 - 닛산 큐브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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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9-15 22: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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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포르투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바로 전세계 자동차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닛산 360’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아름다운 호텔에서 포르투갈의 자연이 선사한 진미를 즐기며 닛산의 모든 차량을 말그대로 ‘자유’롭게 시승할 수 있는 행사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설레던 마음으로 참가했던 적이 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던 GT-R을 포르투갈 에스토릴 서킷에서 시승하기도 했다. 또 넓은 마당에 가득 주차된 닛산의 거의 모든 차종을 시간제약 없이 그저 맘 내키는 대로 타고 나가면 되는 닛산 360 행사는 ‘이정도면 만족하겠는가?’ 하는 닛산의 자신감까지 엿보이는 행사였다. 참가한 기자들은 거의 둘째날 이루어진 GT-R 시승에 바싹 몸이 달아 있었지만 본인의 별난 자동차 취향은 의외의 시승에서 가장 즐거웠으니,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당시 2세대 모델이었던 ‘큐브’였다.

글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Twitter / @Global_AutoNews

세대교체가 되기 바로 전의 모델이었던 당시의 큐브는 국내에서도 ‘효리차’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모델이었다. BMW의 미니와 폭스바겐 비틀과 같이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차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던 큐브. 하지만, 국내 정식 수입이 되지 않던 시기인지라 그저 우연히 만나면 입맛을 다셔야 했던 상황인지라 그때의 시승을 그리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포르투갈의 유명 휴양도시인 카스카이스의 해안도로를 달리던 그 귀엽지만 날렵했던 감흥이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그 닛산 큐브의 3세대 모델이 드디어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반갑다! 큐브.

큐브는 닛산의 B플랫폼으로 1998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되었다. 1.3리터 엔진에 CVT 변속기의 조합으로 1세대 큐브의 모습은 당시 일본 소형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다. 실용성을 강조한 박스형태의 디자인이었지만 오늘날의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 것은 바로 2002년도 출시된 2세대 큐브부터 이다. 닛산의 디자이너인 ‘히로타와 쿠와하라’의 손에 의해 태어난 2세대 큐브의 디자인은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랑스럽고 귀여운 디자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큐브의 시승은 파주 일대에서 진행이 되었다. 앞서 설명한 히로타와씨가 직접 방한해 큐브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행사에서 배포된 자료에 있는 그의 프로필이 상당히 재미있다. 도쿄 커뮤니케이션 아트센터를 졸업한 그는 재학시절 마이클 잭슨이 그의 학교를 방문해 본인의 작품을 맘에 들어 했으나 ‘주지는 않았다’라는 에피소드와 함께 스스로는 만화 오타쿠로 말하고 있으며 영화 ET와 관련된 상품을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왠지 큐브의 디자인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히로타와는 강하고 빠른 차량의 성능에 걸맞는 디자인을 추구하던 닛산에서 좀 더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고 큐브를 디자인 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슬로우 디자인’이라고 표현했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전했다.

3세대 큐브도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2008년 11월 LA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3세대 큐브(명칭 Z12) 기존의 큐브보다 동글고 곡선이 뚜렷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2세대로 넘어오던 변화의 폭보다는 크지 않지만 세세한 부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강물속에서 모서리가 다듬어진 조약돌과 자연스럽게 형태를 유지하는 두부가 디자인 모티브. 프론트 엔드의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체크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뒤에 위치했던 2세대와는 달리 3세대 큐브는 더 커진 헤드램프사이에 폭이 좁아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위치해 있다. 3세대 큐브 디자인의 변화는 바로 프론트 엔드의 변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는데 반듯한 인상이 좀 더 개구장이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프론트 윈도우는 거의 수직으로 서 있다. 쐐기형태의 차들이 주를 국내외 자동차 디자인에서 박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큐브의 모습은 눈에 안띌 수가 없다. 측면의 윈도우 형태도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진 네모형태를 취하고 있다. 덕분에 실내에 앉으면 전측면 시야가 탁월하다. 측면에서 보면 이전 모델보다 앞뒤 범퍼가 많이 나와 있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넓은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이 추가되었다. 측면으로 개폐가 되는 리어도어는 가볍게 열고 닫힌다.

리어와 측면으로 이어진 윈도우는 큐브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요소이다. 실제 실내에서도 이어진 윈도우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좌우 비대칭의 디자인이 주는 신선함은 2002년 데뷔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대 밸로스터와 같은 좌우가 다른 비대칭의 모습이 이러한 부류. 기아의 차세대 박스형 경차도 한쪽은 슬라이딩 도어로 비대칭 형태로 디자인 된다고 한다.

큐브는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끌고 있지만 큐브의 백미는 바로 실내 디자인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번 큐브의 변화는 좀더 곡선을 살린 부분인데 실내 디자인에서 이러한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박스형태의 자동차가 더욱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직선의 끝에 풍부한 곡선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큰 기타(BROKEN GUITAR)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대시보드는 운전석에서 보조석까지 파도와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시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힙부분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시트라든가 천장에 새겨진 물결 모양은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카레산스이(枯山水-돌과 모래로만 산수를 표현한 정원)라 불리는 일본의 전통정원을 볼 때의 기분과 흡사하다. 실내 곳곳에서 만나는 파문 형태의 문양 또한 여기서 볼 수 있는 형태이다.

하얀 달과 파란지구가 만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계기판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실 워낙 화려한 디자인의 계기판을 많이 보아와서 처음엔 몰랐지만 그 디자인의 의미를 알고 나니 새롭게 다가온다. 큐브의 실내소재가 그리 좋다고 많은 할 수 없지만 깔끔하고 고급스러움 마저 느껴지는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실내 곳곳에서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간편하게 종이를 꼽을 수 있게 한 도어핸들의 고무밴드라든가 두개의 원이 겹쳐져 있는 컵홀더, 원형의 공조장치조작부는 만지고 싶게 하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헤드룸은 의자가 너무 낮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충분하다. 아니, 높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있다. 디자이너인 하로타다는 앞좌석과의 편한 대화와 전방시야를 좋게 하기 위해 일부러 뒷좌석을 높이를 높게 했다고 말했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이 가능해 더욱 편해졌다. 적재공간은 넉넉하다. 슬라이딩이 가능한 리어 시트를 약간 조절하면 큰직한 여행가방 4개정도는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워낙 높은 헤드룸 공간 때문이기도 하다.

큐브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충분히 주목받고 있지만 주행능력 또한 나쁘지 않다. 2008년 포르투갈포르 뷰브를 처음 시승했을때도 그저 귀여운 차로만 생각했다가 제법 경쾌한 가속감과 핸들링에 놀란 적이 있다. 2세대 모델의 경우 1.4리터와 1.5리터 가솔린 엔진에 CVT가 조합되었지만 3세대의 경우 1.5리터와 1.8리터 엔진으로 구성되고 있다. 국내에는 1.8리터 엔진 모델만이 들어와 있다.

MR18DE라고 불리우는 1,798cc 직렬 4기통 DOHC 16밸브 엔진은 최대출력 120hp/6,000rpm, 최대토크 16.8kgm/4,800rpm을 발휘한다. 정숙성과 내구성이 강화된 엔진이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큐브의 주행성능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수치의 성능이 아니라 운전하고 싶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성능’을 얘기한다. 스타일을 즐기고자 자동차의 성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직분사를 통해 동급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는 국내 메이커들의 행보와는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닛산 전체를 애기하는 것은 아니다. 큐브는 닛산의 자동차 이면서도 워낙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상태에서의 가속감은 부드럽다는 표현이 맞겠다. 최근 동급 배기량의 차량들에 비해 최대출력이 작은 것은 사실. 하지만, 부담없는 가속감이 여유있게 속도를 올린다.

하체의 반응은 노멀한 수준. 딱딱한 수준의 것은 아니지만 요철을 만나도 크게 튀어오르지 않는다. 차체가 높은 편에 속하는 모델이지만 코너링에서도 좌우롤이 그다지 크지 않다. 단단한 느낌이다. 코너링의 한꼐치에서는 ESP가 일찌감치 개입해 들어온다. 한계치를 넘어서면 기본 적용된 VDC와 TCS가 자세를 잡아준다.

국내 출시되는 모델은 SL과 S 두가지. 휠과 네비게이션의 유무가 차이이다. S모델에 장착된 AV 시스템은 큐브의 실내디자인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안전장치로는 6개의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다.

닛산 큐브는 출시 이후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변화된 소비패턴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은 기아자동차의 선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의 기아’라는 모토를 설정한 이후 피터 슈라이어의 새로운 기아차 디자인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넘사벽’이라 여기지던 현대자동차를 누르고 말이다.

기술의 진보는 시대가 흘러오면서 역행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디자인의 변화는 때론 대중을 열광시키기도 실망시키기도 한다. 기능을 중시한 천편일률적인 겉모습으로 사장될 위기에 있던 태블릿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패드는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다시금 대중의 손에 태블릿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수많은 태블릿기기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그 혁신성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빠르고 넓고 커야만 좋은 자동차가 아니다. 실용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거기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모습의 자동차가 바로 가치있는 자동차이다. 큐브는 바로 그런 자동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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