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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석 | 메르세데스 벤츠 SL63AMG 독일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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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6-19 08: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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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디비전 모델 SL63AMG를 시승했다. 이제는 누구나 탈 수 있는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에게나 스티어링을 허용하지 않는 차다. AMG의 전 현재 모델들이 눈 앞에 있고 그것들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그 중에서 서울에서는 시승 기회를 얻기 어려운 SL63AMG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디비전의 현재와 함께 짧은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채영석,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소형차 A/B클래스의 판매대수가 급증하는 것만큼 고성능 디비전 AMG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절대수치는 크게 차이가 나지만 최근 수년 동안 글로벌 경제 상황과는 별도로 이그조틱카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개성을 추구하는 나만의 차를 원하는 유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이고 기름 덜 먹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의 개발과 판매가 숙명인 시대에 여전히 이런 고성능 이그조틱카가 잘 팔리는 것은 자동차회사와 유저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나 BMW M, 아우디 RS 등은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은 차다. 그런 고성능 이미지가 기본형 모델들의 판매를 끌어 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서브 브랜드들은 마케팅에서도 유리하지만 베이스 모델들에 비해 수익성도 좋다. 스타벅스 커피 제조원가가 500원이 채 안되는데 소비자들이 3,500원 이상의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문화와 가치에 대한 의식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지불을 하면서 충족감을 느끼고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수익을 올린다.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AMG 로고가 붙으면 가격은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뛴다. 그처럼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8억원이 넘는 손목시계 랑에 운트 쇠네(Lange & Schoene)라는 브랜드와 비슷하다. 손으로 하나 하나 빚어진 정교함, 다이내믹한 성능, 럭셔리함과 스타일, 강렬함이 더해진 클래식 라인, 열정 등을 내 세운다. 이러한 특징들이 바로 메르세데스-AMG 철학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디비전의 Ola Kaellenius회장은 창립 4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AMG의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그는 2012년 1사분기에도 판매가 30%나 뛰었다고 자랑했다. 당연히 라인업을 확대한 결과다. 22개의 모델 라인업을 바탕으로 한 2011년 판매대수는 약 2만대. 앞으로 50주년이 되는 2017년까지 라인업을 30개로 늘려 판매를 50% 증가한 3만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우디의 고성능 디비전인 RS와 S를 포함해 3만대가 넘고 BMW M디비전의 판매도 3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재규어 XKR도 경쟁 모델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 가을 CLS63AMG를 비롯해 내년 초 AMG 첫 4기통 모델인 A45AMG, 오프로더인 G63AMG 등 5년 동안 8개의 뉴 모델을 쏟아 내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는 1.고성능 모델, 2.스포츠 패키지&모델, 3.퍼포먼스 스튜디오, 4.드라이빙 아카데미&모터스포츠 등 네 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모델을 베이스로 고성능 모델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AMG 스포츠 패키지의 판매를 현재 30만대 규모에서 50주년에는 200만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재 독일과 한국 등 10개국에 설립되어있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일본과 호주, 러시아, 아랍 등에도 설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50주년까지 350개의 퍼포먼스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고성능 고 배기량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환경성능에 대해서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AMG는 2008년 이래 CO2 배출량 25%를 저감했다. 예를 들면 SLK55AMG의 경우 422마력/540Nm의 고성능을 발휘하면서 CO2 배출량은 195g/km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 높은 V8엔진이라 주장한다. 앞으로도 다운사이징과 터보차저, 직접분사, 경량화, 제품 포트폴리오, 배터리 전기차인 E-Cell 등을 통해 20% 이상 저감시킬 계획이다. 내년에 SLS를 베이스로 출시하게 될 배터리 전기차 E-Celll도 주목을 끌고 있다.

다운사이징을 위해 우선 현재의 6개의 엔진 중 6.2리터 V8과 6리터 V12사양을 순차적으로 5.5리터로 대체한다. 차체 경량화를 위한 노력의 예로는 SLS63AMG시리즈를 들 수 있다. 쿠페와 로드스터의 중량 차이가 30kg에 불과하다. 방음 매트를 줄이고 로드스터의 루프 받침대를 카본 파이버로 바꾼 결과다. 시트 중량도 가벼워졌다.

이런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스타일과 차체, 파워트레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 있을 만큼 AMG의 힘이 커졌다고 Ola Kaellenius회장은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2010년 1월 출시한 SLS AMG는 AMG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지고 개발했다고 한다.

AMG는 창업 초기부터 ‘1인 1엔진 (one man - one engine)’이라는 철학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1인 1엔진 (One man - One engine)’철학은 메르세데스 벤츠 AMG가 창업 후 지난 40여 년간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엔지니어 한 명이 조립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해 제작하고, 제작 완료 후에는 해당 엔진에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을 품질과 정교함을 보증할 수 있도록 한 전담 시스템이다. 블랙 시리즈에는 제작자의 명패 색깔이 검정색으로 되어 있다.

AMG 철학의 또 하나의 핵심 요소인 다이내믹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주행성과 승차감의 현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파워 전달과 제동 성능,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바탕으로 스포티한 주행성으로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성능 차들의 단점으로 여겨져 온 장거리 주행의 쾌적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수퍼스포츠카이지만 포르쉐와 페라리 등이 그렇듯이 21세기 유저들의 니즈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현재 AMG는 파워트레인의 개발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각종 소재와 부품도 자체적으로 결정해 생산하거나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모델을 생산하는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장에서 한다. 같은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Exterior

메르세데스 벤츠의 SL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방가르드한 스타일링으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스타일링은 신세대 메르세데스 스포츠 모델에 적용된 디자인 테마이다. 날카롭게 돌출 된 코 끝에 각진 헤드램프와 싱글 바 그릴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며 헤드램프에는 LED가 통합돼 있다. SL의 상징과도 같은 사이드 벤트의 디자인도 보다 부각됐다. 사이드 벤트는 크기도 늘어났지만 크롬 엑센트의 길이도 늘어났다.

그 SL을 베이스로 한 AMG는 다른 모델이 그렇듯이 베이스 모델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거나 화려함을 부여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변화에 그친다. 프론트 마스크에서는 실버 크롬 더블 루버를 채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특징이다. 그릴 가운데 가로 바가 AMG는 두 개다. 7개의 LED램프를 사용한 주간등의 위치가 위쪽으로 치켜 올라간 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다. 대형 에어댐을 갖춘 메탈 트림을 덧댄 프론트 애프론과 전용 LED 드라이빙 라이트 등도 눈길을 끈다. 다른 AMG모델들에서도 자주 보는 수법이다.

사이드 실루엣은 1,315mm의 낮은 전고와 롱 노즈, 숏 데크가 어울린 프로포션이 압권이다. 콕핏과 그린 하우스의 비중이 적은 차체 구성은 이 차의 성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서도 베이스 모델과 다른 점은 펜더 뒤쪽의 에어벤트에 새겨진 V8 biturbo라는 로고와 휠 디자인 정도다. 물론 AMG 10 스포크 알루미늄 휠과 그 안으로 보이는 내열성, 내구성이 강한 AMG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캘리퍼가 운전자를 자극한다. 거대한 휠이 SL클래스의 저중심 설계와 스포티한 바디라인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낮은 후드 안에 어떻게 5.5리터 V8 엔진을 탑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리어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돌출된 에어 스포일러와 범퍼 아래쪽에 듀얼 머플러가 베이스 모델과 다르다. 그냥 AMG라고 하는 로고만으로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라인업 내 다른 모델들과 같다. 전고가 낮은 차체이지만 하이 데크다. 엉덩이는 높다는 얘기이다.

6세대 SL은 경량 보디가 특징이다. SL로는 처음으로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하이브리드를 채택했다. 리어 패널은 더욱 가벼운 마그네슘, 고강성이 요구되는 A 필러는 고장력 강판을 적용했다. 트렁크 리드 같은 보디 패널은 카본-파이버로 제작했다. 차체 중량은 1,845kg으로 구형 대비 125kg이 감소했다. 알루미늄 차체구조는 이전 스틸 구조에 비해 가벼울 뿐만 아니라 강성과 진동 특성까지 향상됐다. 이는 안전성과 안락함과 함께 핸들링의 스포티함과 민첩함을 제고하는데 기여한다.

알루미늄 보디 셀의 무게는 254kg, 이로 인한 경량화 효과는 110kg이다. 베이스 모델인 SL 500의 경우 현행 모델보다 125kg, SL 350은 140kg이 가벼워졌다. 뉴 SL에 적용된 알루미늄은 100% 재활용된 것이며 이로 인해 생산에 따른 에너지도 80% 감소했다. 섀시의 비틀림 강성은 1만 9,400 Nm으로 현행 모델의 1만 6,400 Nm에서 20% 이상 높아졌다.

SL클래스와 SLK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리오 루프라고 부르는 알루미늄 커버의 전동식 하드톱은 여전하다. 센터 콘솔박스 앞에 있는 커버를 열고 플립형 레버를 당기면 20초만에 톱이 트렁크에 말끔히 수납된다. 선대 모델은 16초가 걸렸었다. 도어 키로 외부에서 리모콘으로도 개폐가 가능하다. 마그네슘 프레임을 적용해 구형의 하드톱보다 6kg이 가벼워졌다. 이 때문에 무게 중심이 더욱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매직 스카이 컨트롤의 조명 기술이 채용된 파노라믹 바리오 루프가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차체 크기는 베이스 모델 기준으로 전장×전폭×전고가 4,612×1,877×1,315mm, 휠 베이스 2,585mm. 선대 모델에 비해 전장이 50 mm, 전폭이 57 mm 커졌다.

Interior

인테리어도 베이스 모델에 비해 디자인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가죽과 우드, 메탈 트림으로 호화스럽게 꾸몄다. 십자형 크롬 도금이 도드라지는 네 개의 원형 에어벤트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센터 페시아와 실렉터 레버 패널 주변이 카본 파이버로 되어 있는 것도 스포티함을 살리는 요소다. 루프와 필러, 스티어링 휠 부분에 적용된 나파 가죽이 주는 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전체적인 마무리 수준이다.

센터 페시아의 내비게이션 모니터 위에 아날로그 시계가 추가된 것이 눈길을 끈다. 아래쪽 오디오와 공조시스템 컨트롤 패널은 전형적인 신세대 메르세데스의 것이다. 버튼의 디자인과 배치 등에서 패밀리 룩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것은 유저들에게 신뢰감으로 작용한다. 뱅& 울룹슨(Bang&Olufsen) BeoSound AMG 사운드 시스템도 오늘날 이 장르의 차에서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다. 신형 SL에는 발 밑 공간에 베이스 라우더 스피커를 장착해 오디오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프런트베이스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다. 오픈 상태에서도 콘서트 홀과 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다. A필러 아래쪽에 트위터 디자인이 재미있다.

신형 SL의 커맨드 시스템에는 DVD 체인저와 인터넷 접속 기능이 추가됐다. 운전자는 정차 중일 때 웹에 접속이 가능하고 구글 로컬 서치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핸즈프리 액세스 기술도 채용됐다. 포드 뉴 이스케이프처럼 발을 리어 범퍼 하단에 갖다 대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이다.

알루미늄 트림의 4스포크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은 작은 직경과 아래쪽의 직선처리로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그래픽을 채용하고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AMG 전용 계기판은 구성은 베이스 모델과 같지만 바탕 컬러가 검정색이다. 속도계의 바늘이 320km/h까지 새겨져 있는 것이 의외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자율적으로 속도제한을 하고 있지만 SL63AMG 정도라면 그것을 풀어 한계치까지 가볼 수도 있을 법하기 때문이다. 특히 퍼포먼스 패키지의 최고속도는 300km/h가 아닌가. SLS63AMG에는 속도계의 눈금이 360km/h까지 새겨져 있고 스피드 리미터도 없다.

실렉터 레버와 주변 패널의 구성은 베이스 모델과 다르지 않지만 노브의 디자인이 AMG용으로 바뀌었다. 실렉터 레버 바로 뒤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전환하는 다이얼이 있다. 전자제어식 AMG 라이드 컨트롤(RIDE CONTROL) 스포츠 서스펜션의 조정 기능을 갖고 있다. C, S, M모드가 있는 베이스 모델 SL에 비해 AMG에는 S+가 하나 더 있다. SLS63 AMG에도 채용되어 있는 장비로 차체의 거동은 물론이고 사운드까지 조절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커맨드 컨트롤 다이얼이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간결하고 수수한 자세로 보인다.

시트는 2인승. 갈색이 아닌 옅은 베이지 컬러의 시트가 자극적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풀 버킷 타입의 시트는 운전석 조수석 공히 10웨이 전동 조절식. 시트 포인트가 낮은 만큼 자리를 잡고 앉으면 패밀리 세단형의 개방감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헤드레스트 아래쪽에는 에어 스커프가 보인다. 시트 뒤쪽에는 작은 손가방 정도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가운데 자그마한 수납공간을 만드는 친절(?)함이 보인다.

트렁크 공간은 하드톱 수납장비 채용으로 인해 173리터 정도로 이런 장르의 차로서는 적지 않다.

Powertrain & Impression

AMG의 탑재되는 엔진 V8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크게 두 계열로 나뉜다. 2006년 데뷔한 6.2리터 자연흡기 유닛 계열이 있고 또 하나는 배기량 5.5리터로 축소된 한편 터보차저를 채용해 자연흡기 사양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면서 더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필하는 2011년에 데뷔한 신 개발 유닛이 있다.

배기량은 V8에 6.2리터와 5.5리터, V12에 6.0리터 등 세 가지. 차종에 따라 출력과 토크 성능을 달리해 6개가 된다. 그 중 SL에는 5.5리터 V8을 탑재하는 63AMG와 6.0리터 V12가 탑재되는 65AMG 등 두 가지가 있다. 63AMG는 다시 기본형 537마력과 퍼포먼스 패키지를 채용한 564마력/900Nm 버전 등 두 가지가 있다.

21세기 들어 연비와 이산화탄소 문제가 부각되면서 고회전 고출력형 자연흡기 유닛을 탑재하는 모델은 서서히 그 수가 줄어 드는 추세다. AMG의 담당자는 현장에서의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는 대부분 5.5리터 사양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늘 시승하는 차는 5,461cc V8 DOHC 바이 터보 사양으로 퍼포먼스 패키지가 채용되어 최고출력 564hp/5,500rpm, 최대토크 900Nm(91,8kgm)/5,500rpm을 발휘한다. 수치만으로 압도되는 느낌이다. 이것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이 차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카로서의 성격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스티어링을 내 주지 않는다는 고집은 여전하다.

시동키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다. 이 차는 눈으로 즐기는 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괴물급의 성능 이전의 독창적인 사운드가 우선 아닌가. 그것을 깨닫게 해 주는 으르렁 거림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을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예의 독특한 바리톤 풍의 V8 특유의 사운드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것이다.

트랜스미션은 듀얼 클러치 방식의 AMG 스피드 시프트(SPEEDSHIFT) 7단 MCT. ECO 스타트/스톱 기능, AMG 실린더 매니지먼트, 그리고 KERS (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시스템의 조합으로 C 모드와의 공조를 통해 연료 경제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기존의 토크 컨버터를 대체하는 컴팩트한 습식 스타트 업 클러치는 회전 관성이 낮아 변속 반응이 즉각적이고 다이내믹해졌고, 이로 인해 연료 소비를 저감했다는 설명이다.

AMG 스포츠 변속기는 경량 마그네슘으로 트랜스미션 하우징을 제작해 무게가 80kg으로 가벼울 뿐 아니라 2단계 비틀림 댐퍼가 적용되어 있다. 진동 저감과 쾌적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

오른발이 지긋이 힘을 주면 평범하게 전진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온화한 성격을 표현한다. 그 때문인지 전체적인 볼륨감에서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루프를 열어도 음량은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사운드를 기대하는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그러나 드라이브 모드를 C에서 S+로 바꾸는 순간 성격은 돌변한다. 으르렁거리며 포효하는 듯한 사운드가 등 뒤를 밀어 붙인다. 동승자는 그 사운드만으로 놀란다.

C모드는 고속도로에서의 크루징과 연비를 염두에 둔 세팅인데 비해 S와 S+는 레이싱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하나의 차에서 네 가지 다른 성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M모드에서는 고회전에서의 시프트업시에 배기음을 연출하기 위한 약간의 연료분사제어가 실시되어 파열음이 나기도 한다. 레이싱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엔진의 스로를 반응 속도에 따라, 다시 말해 엑셀러레이터의 개도에 따라 다른 성격의 응답성과 사운드를 낸다.

하체의 접지감이 다르다. 이 역시 아우토반에서 숙성된 차들의 공통된 특징이면서 잠들어 있던 질주 본능을 깨우는데 일조를 한다. 거대한 타이어가 주는 안심감은 오른발을 더 자극하는 요소다. 풀 가속 장면에서 차체의 거동이 흐트러지 않게 해 주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장에서 만난 AMG 엔지니어는 세단형인 E63AMG와 SL63AMG의 배기계 튜닝이 다르고 실제로 SL쪽이 보다 스포티한 캐릭터의 E63보다 온화한 사운드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다만 SLS63AMG가 있는 상황에서 SL63AMG는 스포츠성에 특화된 SL이 아닌 아무래도 강력한 심장을 탑재한 오픈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물론 AMG 내에서 상대적인 비교일 뿐이다.

제원표상의 0-100km/h 가속성능은 4.2초. 과거처럼 이 수치가 일반 유저들에게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제어가 가능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거동이 경쾌하고 심하게 표현하면 조금은 만만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포르쉐가 그렇듯이 아우디가 표방해 온 `에브리데이(Everyday) 스포츠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직경이 적은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돌려도 긴 노즈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앞 머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달리는 것은 또 다른 자극이다. 극단적으로 직설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위화감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쾌적성이 좋아졌다고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거대한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노면의 요철 정보를 읽어 내면서도 직설적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중간 가속이다.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계기판의 바늘은 200km/h를 넘어간다. 당연히 속도감이 줄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루프를 열고 달리면 짜릿함이 배가되기는 한다. 시승 코스가 아쉽게도 아우토반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속도를 내 볼 수 있었다. 노면의 곡률 반경등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별 생각없이 주파해 준다. 날카로움과 호쾌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다.

앞 4링크, 뒤 멀티링크의 서스펜션으로 인해 그런 기분은 와인딩 로드에서의 플랫 라이드 감으로 더욱 고조된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 기능이 주는 안심감도 크다. 조금은 만만하게 느꼈던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이 녀석에게 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안락성과 쾌적성이 강조되는 럭셔리 세단들만 타다가 이런 장르의 차를 탈 때마다 내가 어쩌면 퇴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뉴 SL63AMG는 선대 모델과 달라진 안정성과 하체 특성과 사운드의 연출을 다양하게 세팅하고 있는 것이 돋 보인다. 과거에 비해 전자제어장비가 훨씬 많이 채용되었지만 달리기의 특성이 기계적인 느낌을 내 세우는 메르세데스만의 특성은 살아 있다. 더불어 자극적인 스포츠카로서의 자질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강화한 SL63AMG는 스티어링 휠을 잡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게 하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것이 일상 생활에서는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야수로 돌변할 수 있는 현대 스포츠카의 자격이다.

주요제원 메르세데스 벤츠 SL63 AMG

크기
전장×전폭×전고: 4,612×1,877×1,315mm
휠 베이스: 2,585mm
트레드 앞/뒤 : 1,600/1,604mm
오버행 앞/뒤 : 998/1,029mm
차체중량 : 1,825kg
연료탱크 용량 : --리터
트렁크용량 : 173리터

엔진
형식 : 5,461cc V8 DOHC 바이 터보 퍼포먼스 패키지
최고출력 : 564hp/5,500rpm,
최대토크 :900Nm(91,8kgm)/5,500rpm
보어×스트로크 : 102.2×94.6mm
압축비 : 10.1 :1
허용 최고 엔진회전수 : 7,200rpm

트랜스미션
형식 : AMG SPEEDSHIFT 7단 MCT
기어비 : 4,38/ 2,86/ 1,92/ 1,37/ 1,00/ 0,82/ 0,73/ R1 3,42/ R2 k. A.
최종감속비 : 2.65

섀시
서스펜션 : 앞 4링크/뒤 멀티링크
스티어링 휠 : 랙 &피니언
타이어 :앞/뒤 255/35ZR19//285/30Z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방식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4.2초
0-200km/h 가속성능 : 12.6초
최고속도 : 300km/h
연비 : ----
이산화탄소 배출량 : 231g/km

(작성일자 : 2012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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