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2003 디트로이트 모터쇼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1-10 18:17:50

본문

격돌, 반격, 충돌, 반전의 시작
-디젤이냐, 하이브리드냐

2003년 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한 디트로이트모터쇼. 올 한해 자동차업계의 기상도를 읽을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디트로이트쇼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본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극성을 부린 SUV의 득세와 세상의 흐름을 모르는 듯한 대 배기량의 세단과 픽업 트럭들의 출력 경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국에서는 안티 SUV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연초 TV화면을 수놓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운동은 또 다른 흐름 중의 하나일 뿐이고 자동차산업은 오히려 출력경쟁을 재현하는 양상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그 와중에 유럽과 크라이슬러는 디젤, 일본과 GM, 포드는 하이브리드를 각각 대안으로 설정하고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번 디트로이트쇼는 예년에 비해 진정한 의미의 컨셉트카가 거의 없었다. 컨셉트카로 발표된 것들도 대부분 근 미래에 시판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모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껏해야 크라이슬러의 Kamahawk라는 1인승 네바퀴 굴림차, 인피니티의 트라이언트와 토요타의 퓨얼셀 컨셉트카 FINE-S, 현대자동차의 OLV 정도가 전부였다. 주제별로 2003 디트로이트쇼를 정리해 보자.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국장)

1. 울트라 럭셔리 모델 독일 메이커 선점, GM 반격
30만 달러가 넘는 초호화 울트라 럭셔리(가능한 표현은 다 갖다 붙여도 부족한 것 같다) 모델의 등장은 이미 작년에 시작되었다. 35만 달러짜리 마이바하라는 모델(미국시장 기준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등 고가 모델의 가격은 12만 달러 전후임)이 파리살롱을 통해 선을 보였지만 주 시장은 미국이고 독일 메이커들이 주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바하를 필두로 BMW 산하 롤스로이스의 팬텀도 이번 디트로이트쇼를 통해 선 보였다. 무엇이 그토록 비싼 가격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정의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마이바하의 경우 올해 전체 생산분 1,000대 중 미국시장에 배분된 600대의 주문이 거의 끝났다고 한다. 여기에 BMW의 롤스로이스가 내놓은 팬텀도 32만 달러의 가격표를 붙이고 등장했다. 올 초부터 브랜드에 대한 사용권한을 갖게된 BMW입장에서는 마케팅이 늦었지만 어쨌거나 올해부터 이 두 독일 메이커의 미국에서의 싸움은 본격화된다. 그런데 이런 외국 브랜드의 싸움에 GM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전에 그 어떤 징후도 없이 V형 16기통 엔진을 탑재한 GM역사상 최고급차를 컨셉트카로 내놓은 것이다. 아직 생산에 들어갈 지에 대해 정확한 언급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을 건 한판이 치열하게 전개되게 된다.

2. 미국시장에도 디젤 엔진 시대 열린다.
미국시장은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디젤 엔진에 대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매연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며 비싼 연료비와 함께 자취를 감춘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독일의 폭스바겐이 골프에 디젤을 탑재해 미국에 상륙했다. 지금은 제타와 파사트 등에도 탑재해 전체 판매의 20%정도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E클래스 CDI 모델을 내놓았다. 그런데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그룹은 벤츠의 디젤 엔진을 리버티라는 모델에 탑재해 2004년부터 미국시장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의 언론들은 담담하다.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듯하다. 디젤의 기술적인 진보를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년 내 미국시장에서는 디젤차들의 득세가 예상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3. 미국의 트럭 아성에 도전하는 닛산
미국의 빅3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해도 트럭시장에서만큼은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특히 포드는 전통의 베스트 셀러 모델 F-150 시리즈를 이번에 풀 모델 체인지해 선 보였다. F시리즈는 미국시장 전체 베스트 셀러 모델로 연간 80만대가 넘는 판매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세단형 베스트 셀러카는 2002년 토요타 캄리로 40만대 전후다. 포드 F시리즈는 그 상품성이 더욱 강화된데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품질은 물론이고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갖추고 시장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GM의 시보레도 C/K 픽업은 물론이고 아발란세 등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고 크라이슬러는 닷지 램에 이어 이번에 듀랑고 컨셉트 모델을 내놓고 미국 메이커끼리 기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 격렬한 싸움 속에 일본의 닛산이 끼어 들었다. 풀 사이즈 닛산을 선언하며 토요타 툰드라에 이어 풀 사이즈 픽업을 출시해 미국 메이커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아성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4. 미국 메이커들 세단 시장 재건 시작
작년에 GM이 캐딜락 디비전에 CTS를 출시하면서 최근 거대 메이커의 위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만이 탄다는 캐딜락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CTS는 젊은 층들에게도 어필하며 1950년대 세계의 표준이었던 캐딜락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를 배경으로 식스틴이라는 초호화 세단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같은 미국의 포드가 500세단의 출시를 앞두고 이번 모터쇼를 통해 427이라는 새로운 컨셉트 세단을 선보였다. 이미지를 보면 역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스타일링이다. 이 외에도 GM은 시보레 디비전의 말리부를 풀 체인지해 힘을 주었다. 크라이슬러는 벤츠 SLK의 엔지니어링을 사용한 크로스파이어로, 포드는 머큐리 디비전의 어밴저라는 2도어 쿠페 모델을 선 보여 전형적인 미국 취향의 모델들을 살려내고 있다. 렉서스나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힘에 밀릴 수 없다는 빅3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5. 점입가경의 대 격돌이 시작된 SUV
SUV의 물결이 시작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 크라이슬러가 지프 디비전에 체로키라는 SUV를 선 보인 이후 이 장르의 모델은 픽업트럭처럼 미국시장용의 모델로만 여겨졌으나 포드가 익스플로러를 내놓아 경쟁시대를 열더니 점차 그 세를 넓혀갔다. 그러다가 토요타가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RAV4라는 모델을 출시하고 이어서 렉서스 디비전에 RX라는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이 시장에 세계의 메이커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M클래스를, BMW는 X5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가며 최대의 시장으로 집중하기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도 싼타페라는 컴팩트 SUV로 경쟁에 참여했다. 이들은 대부분 성공 가도를 달렸고 이에 자극받은 세계의 모든 메이커들이 SUV시장에 참여를 선언했다. 현대는 산타페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번 모터쇼에 OLV라는 새로운 개념의 SUV 컨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작년에 등장한 볼보 XC90는 이번 모터쇼에서 올해의 트럭으로 선정되는 등 주가를 한층 높였다. 유럽 메이커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마저도 카옌이라는 SUV를 폭스바겐 투아레그, 아우디 파이크스 피크 등과 엔지니어링을 공유해 개발해 냈다. 여기에 이태리의 마세라티마저도 디트로이트쇼에 SUV컨셉트카를 선보였고 스웨덴의 사브도 머지 않아 이 장르의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SUV 모델이 없는 메이커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는 듯이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처럼 세계 열강들이 SUV를 들고 미국시장을 공략하자 이번에는 미국의 빅3도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포드가 프리스타일이라는 컴팩트 SUV를 선보인데 이어 GM은 시보레 디비전에 이쿼낙스(Equinox)라는 컴팩트 SUV를 발표했다.
올해의 디트로이트쇼는 이런 뉴 모델들의 가세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SUV들이 등장했다. 정통 SUV에 미니밴의 개념을 혼합한 것이다. 흔히들 크로스오버라고 표현하는데 좀 더 승용차다운 특성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B 필러와 C필러가 없어지고 리어 도어를 뒤쪽으로 여는 스타일이 곧 유행을 하게될 것 같다. GM 세턴의 이온이라는 모델은 이미 뒤쪽으로 문을 여는 세단형 모델을 시판하고 있다. 차체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그야말로 혈전의 연속이 될 것은 불문가지이고 그 상황에서 상품성을 갖추지 못하는 SUV는 도태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6. 하이브리드에 대한 GM과 토요타의 충돌
하이브리드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또는 디젤 엔진과 전기모터 등 두 가지 동력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차량을 말한다.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은 단지 발전을 하는 직렬식과 발전은 물론이고 동력원으로도 사용되는 병렬식이 있는데 대부분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는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가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혼다는 인사이트와 시빅이라는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이미 일본과 미국에 시판하고 있다. 토요타도 프리우스라는 업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카를 20여개국에서 시판하고 있다. 이번 디트로이트쇼에 토요타는 렉서스 RX330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발표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직은 가격 때문에 일반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올해 GM이 2007년까지 100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들끓게 했다. GM이 최근 개발한 입실론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자동차들에 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세계 모든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요타와 GM의 하이브리드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다르다. 토요타는 앞으로 하이브리드가 주 동력 시스템이 된다는 주장인데 반해 GM은 퓨얼셀이 실용화되기 전까지 과도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가 도쿄같이 정체가 심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것과 미국처럼 전체 주행의 60% 이상이 고속인 상황에서의 하이브리드의 기술적인 특성이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GM의 사고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GM은 적어도 20여년동안 필요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토요타의 기세를 꺾어 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경쟁은 곧 발전을 낳는다고 했다. 크라이슬러는 하이브리드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디젤 엔진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아직도 석유 잔존량에 대해 확실한 한계가 없다고 생각을 갖고 있는 미국 메이커들과 언젠가는 고갈된다고 믿고 있는 일본과 유럽 메이커들의 사고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전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7. 토요타, 퓨얼셀에서도 뒤질 수 없다.
연료전지라고 하는 퓨얼 셀 시스템은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선두주자다. 이미 미국 횡단 주행 테스트 등을 통해 그 안정성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핵심 기술인 스택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아직은 엄청나 실용화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연구에 그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년 디트로이트쇼에서 GM은 오토노미라는 컨셉트카를 통해 퓨얼셀 개념을 소개했고 2010년 시판, 2020년 실용화를 주장했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궁극적으로는 전기자동차의 개념이다. 이와는 달리 BMW는 아예 내연기관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한 수소엔진을 1970년대 말부터 연구에 들어가 세계 각국을 돌며 시연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쇼에도 745h라는 수소엔진차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쇼 마직막날 토요타가 예고에 없이 퓨얼셀 컨셉트카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퓨얼셀의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워낙에는 2003년 초 퓨얼셀카의 일부 시판을 주장했던 토요타였기에 그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아직은 연구기관에 시험용차로 공급하는 정도이지만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8. 컴퓨터 세대를 향한 디지털 감각의 디자인 터치
2003 디트로이트쇼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자동차의 디자인이 디지털 감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적인 디자인, 즉 따뜻한 감각의 터치가 공존하고는 있지만 각 메이커들이 선 보인 컨셉트카 디자인의 주제는 대부분 디지털 감각이었다. 익스테리어에 사용되는 선은 물론이고 실내의 각종 조작계의 디자인이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친숙한 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작하는 방법도 아날로그식이 아닌 디지털 식이다. 터치 패드 방식은 물론이고 음성인식 기능의 DVD 내장 내비게이션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디스플레이 방식도 스크린에 컴퓨터 모니터처럼 표시가 된다.

9. 계기판이 가운데로 몰린다.
올해의 디트로이트쇼에 등장한 모델 들 중 계기판이 대시보드 가운데에 설계된 것들이 많아졌다. BMW Z8의 알피나 버전 모델에 앉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쇼장을 돌며 그런 차들이 몇 개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GM의 컴팩트 세단 디비전인 세턴의 이온(Ion)이라는 모델의 게이지도 센터에 위치해 있었고 토요타가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새로운 브랜드인 사이온(Scion)의 xA라는 모델도 센터페시아 오디오 시스템 위에 두 개의 계기가 설계되어 있었다. BMW의 미니와 토요타의 Echo, 프리우스 등의 속도계가 가운데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닛산이 새로 선 보인 미니밴 퀘스트의 계기판도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BMW 뉴 7시리즈의 더블 계기판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GM 대우가 개발 중인 마티즈의 후속 모델도 계기판이 가운데에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익숙한 것이 아니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인간의 특성에 어떤식으로 접근을 해 갈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모델들이 계기판을 중앙으로 옮길지도 주목거리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