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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나의 사고 경험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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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12-26 09: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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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자동차 저널리스트이니만큼 당연히 다양한 차종을 운전해 볼 기회가 누구보다 많다. 카 마니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몰아보고 싶은 포르쉐나 페라리, 알파로메오 등부터 시작해 역사 속에 묻혀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차, 그리고 미래를 개척하는 첨단 컨셉트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모델들을 섭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워하기도 한다. 88년부터 시작했는데 한 달에 다섯 차종의 시승기를 쓰기도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아마 국내에서 자동차 시승기를 쓰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시승기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재미있는 직업이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일반인에 비하면 훨씬 많다. 특히 시승을 할 때는 대부분 엔진회전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고속주행을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해 본다. 필자의 경우 새 차를 만날 때는 한 여름에도 항상 정장을 한다. 그리고 시승 시 빠지지 않는 것이 최고속도 테스트이다. 시승기에는 약간 줄인 수치를 기록하지만 그런 시도를 반드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스피도미터의 바늘보다는 타코미터의 바늘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이 취재를 나간다고 하면 아침마다 불러 세워 놓고 꼭 확인을 한다. 일을 못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고 나면 안된다고. 바로 얼마 전에도 모 잡지사 기자가 시승 도중 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특히나 사진기자들은 진행차에 타 몸을 밖으로 빼 내고 시승차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직접 겪은 사고 경험 중 큰 사고로 여겨지는 것 몇 가지만 정리해 본다.
이 직업으로 들어서기 전 시골길에서 모터사이클 연료가 떨어져 끌고 가다가 택시에게 받혀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 하늘로 붕 떴단다. 깨어 보니 병원이었던 기억 뿐이다. 큰 상처 없이 살아났다. 자동차사고 시 그래서 현장에 고꾸라진 것보다는 하늘로 나는 것이 충격이 덜하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당시 국내 자동차생산대수가 50만대가 채 안되던 시절이었다.

다음이 90년대 중반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데뷔 시승 때다. 모 레이서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필자는 촬영을 하려고 자세를 잡고 있었는데 뒷바퀴가 모래 위에서 미끄러지며 가드레일까지 받고 360도 회전을 했다. 다행히 운전자 동승자 모두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물론 에어백이 작동했다. 문제는 그 차가 나에게 달려 들기에 일부러 그런 줄 알고 카메라 앵글만 맞추고 있었던 내 행동이었다. 운전자가 더 놀란 것이다. 당시 견적이 1500만원 가량이었다.

또 하나는 제천 비행장에서 있었던 일. 초보 레이서가 코너링 촬영을 위해 주행 중 모래를 밟고 컨트롤을 잃으면서 보행자를 통제하고 있던 우리 기자 한명을 치인 사건이었다. 저만치서 전체적인 지휘를 하던 중 사람이 거꾸로 돌며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 불행 중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두 달 동안이나 일을 못하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국내 자동차 저널리스트 중에서 최초로 에어백 실차 테스트 주인공이 된 사건.
1996년 10월의 일이다. 저 유명한 영국 재규어의 XK8이라는 스포츠카 데뷔 직전 현지 시승 때였다. 프랑스의 동남부 와인 산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디종이라는 곳에서의 시승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했었다. 여담이지만 여기에서 필자는 와인에 대한 교육을 두 시간 가량 받았다.

시승 첫날 두 사람 당 한 대씩 차와 지도를 주고 일정 포인트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저녁에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스케줄이었다.
필자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한 사람은 뉴질랜드 자동차잡지 편집장 알란 딕(Alan Dick)이라는 사람 좋게 생긴 40대 후반의 베테랑. 해외 시승회에서 두어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먼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그저 편안하게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높게 뻗은 길 가의 가로수와 함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알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영국 스포츠카의 맛을 느껴 보았다.

차량도 뜸하고 차는 4리터 290마력의 V8엔진의 고성능 버전이니 자연스럽게 오른발에 힘이 들어갔다. 스피도미터의 바늘은 다양하게 오르락 내리락.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인가 속도감없이 바늘은 올라갔다. 내 기억으로는 130km/h 부근. 알란은 150km/h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약간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가 나타나자 무의식적으로 오른발에서 힘을 뺐다. 그런데 갑자기 자동차가 컨트롤을 잃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차와 같은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 그대로 했다. 독일의 BMW 테스트코스에서, 스웨덴 북단 아예플로그라는 곳의 얼음판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연출해 실험을 하기도 했었다.

정말로 머리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왼쪽으로 머리를 트는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의 조작을 했지만 이번에는 말을 듣지 않고 길 옆 언덕에 머리를 쳐 박고 한바퀴를 돌았다. 전복되지는 않았다. 물론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이 모두 폭발했다.

차는 약간 찌그러졌지만 두 사람은 얼굴에 약간 찰과상을 입은 것 뿐. 얼얼한 충격에 달걀로 얼굴을 문지르는 것을 각 국의 기자들이 신기한 듯이 그 이유를 묻기도 했다. 그때 충격으로 튕겨 나간 안경은 렌즈만 교환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대향차가 없었다는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충돌했다면 상대편 차는 흔적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 반성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 때문에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뒷바퀴 굴림방식차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은데서 기인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도 200km/h를 넘기며 시승을 하는 것은 직업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 달라진 것은 어떤 시도를 하든지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전한 상황에서만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 여러분도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운전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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