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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세계는 지금 크로스오버 퓨전카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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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1-02-13 09: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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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퓨전카 열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의 메이커들은 앞 다투어 퓨전카를 만들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통 세단의 고급성과 럭셔리성을 아이덴티티로 삼으며 프레스티지카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임을 내 세워왔던 벤츠, BMW, 볼보, 캐딜락, 링컨 등은 물론이고 전통 스포츠카의 명가 포르쉐까지도 이런 류의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는 가히 퓨전카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붐이 일고 있다.

퓨전의 사전적인 의미는 융합이나 용해 등인데 그것이 생활에 접목이 된 것은 퓨전 재즈, 즉 재즈에 락 등이 섞인 것을 칭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개념에 다른 것, 특히 신구가 조화를 이루는 형태를 띠면 퓨전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이는 문화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열풍처럼 밀려왔고 요즈음에는 음식문화에까지 적용될 정도다.

그런데 그 단어가 자동차에까지 접목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퓨전카(Fusion Car)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다만 자동차에서는 신구의 융합은 물론이지만 성격의 용해라는 뜻이 더 강하다. 다시 말해서 설룬과 오프로더, 스포츠 세단과 오프로더, 더 나아가 세가지 이상의 성격이 섞인 자동차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타일링이 뛰어난 스포츠카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고급세단의 성격이 풍부하고 또 고급 설룬의 분위기인데 픽업 트럭의 실용성도 갖추고 있는 등 한마디로 ‘장르파괴형 자동차’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이 퓨전카는 크로스오버 비클(Crossover Vehicle)이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이다. 우리는 현대 싼타페 때문에 퓨전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하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크로스오버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자동차가 그렇다고 처음으로 선 보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의 디자인 트랜드가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바뀌는 시기에는 항상 이런 류의 장르파괴차들이 적지 않았다. 마차와 자동차의 중간 형태의 것도 있었고 자동차인지 비행기인지 분간하지 못할 스타일링의 차도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시험적인 수준의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있어서 퓨전이란 언제나 있어 왔고 앞으로도 무수한 퓨전카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과거의 퓨전카와 오늘날의 그것은 약간 그 의미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자동차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컨드카, 혹은 써드카 개념이 형성되었었다. 파티나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 타고 가는 고급 세단에 여행이나 레저를 위해 사용하는 SUV나 오프로더를 각각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이런 형태의 차량 소유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를 신분이나 부의 과시용으로 여기던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풍부한 사람만이 두 대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만들기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복합적인 성격을 섞어 내기 위한 기술적인 바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단과 스포츠카, 오프로더 등의 성격 구분이 확연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한가지 모델에 다양한 성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과거 같으면 고급세단은 포장이 잘된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성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또한 비포장도로나 험로, 또는 산악로 등은 당연히 오프로더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런 구분된 성격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장애 요소로 작용했고 좀 더 다목적적인 자동차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퓨전카다.

그런데 이 퓨전카도 지역에 따라 약간씩 그 형태가 다르다.
미국 시장의 베스트 셀러카는 포드 F시리즈라는 픽업 트럭으로 승용차 베스트 셀러 모델이 연간 40만대 가량 팔리는데 비해 80만대 정도의 판매고를 보인다. 2위, 3위도 픽업트럭이다. 전체적으로도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한 SUV, 미니밴등과 승용차의 판매비율이 52대 48 정도로 트럭류가 앞서 있는 시장이다.

바로 이 픽업트럭과 승용차의 개념을 혼합한 것이 먼저 등장한 SUV라고 할 수 있다. SUV는 말 그대로 거친 환경에서도 달릴 수 있는 주행성에 픽업 트럭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감각을 가진 차다. 그래서 미국의 자동차들은 주로 이 픽업트럭을 베이스로 한 SUV가 주를 이루어왔다.

그에 반해 최근에 등장하는 퓨전카들은 이 SUV와 승용차, SUV와 미니밴, 승용차와 미니밴, 더 나아가 세 가지 모두의 성격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는 모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또한 크기에 있어서도 놀라울 정도로 작아졌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제작년 데뷔한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다. 크라이슬러의 소형차인 네온의 플랫폼을 이용해 세단과 쿠페, 밴의 성격을 각각 부여해 라인업에서부터 혼합된 차의 성격을 보여 준다.

이를 시발점으로 미국의 퓨전카들은 점차 그 크기가 작아지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올 초 디트로이트쇼에 등장한 수많은 퓨전카들을 보면 그 흐름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 캐딜락 Vision이라는 차를 비롯해 폰티악 Vibe, LA쇼에서 발표된 시보레 Borrego 등이 그것이고 일본 토요타에서 내놓은 Matrix와 혼다의 모델X 등도 ‘작아지는 퓨전카’, 작아지는 SUV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현대 싼타페보다 더 작은 크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 모델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픽업이나 SUV, 또는 미니밴의 장점이 공간성을 그대로 살리려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더불어 승용 세단의 쾌적성과 안락성도 필수조건이다.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이들 모두가 젊은 층을 주 대상 고객으로 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볼보의 SCC, 미쓰비시의 ASX, 르노 계열 인피니티의 FX45, 미쓰비시 RPM7000, BMW(X쿠페), 아우디(슈테펜볼프) 등의 컨셉트카들도 대부분 퓨전카에 속할 정도로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SUV시장인 일본의 경우는 그렇게 작아지는데 미국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토요타의 RAV4라는 모델이 그랬었고 랙서스 RX300과 아쿠라 MD-X 등이 선두주자다. 여기에 올 들어서는 렉서스가 IS300 스포츠크로스라는 크로스오버를 내놓았고 혼다는 모델X를, 스즈키는 XL-7이라는 소형 SUV, 퓨전카를 선 보였다. 일본 메이커들은 이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앞선 모습을 보여 주며 미국시장에서 미국메이커들보다 선수를 쳤었고 그 결과 작년 판매에서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

한편 유럽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크지 않고 고성능인차, 주행성이 우수한 차를 선호한다. 그런데 미국와 일본을 중심으로 SUV와 미니밴 바람이 일자 역시 유행처럼 그런 류의 차를 원하게 되었는데 그런 흐름을 반영해 유럽식으로 소화해 등장한 것이 소위 모노볼륨 차다. 세단의 플랫폼에 미니밴의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르노 메간 세닉이라는 차가 선두주자인데 덩치 큰차를 좋아하지 않는 유럽 운전자들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주행성을 손상시키지 않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차에 대한 생각을 잘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 싼타페도 쏘나타의 플랫폼에 SUV를 만들었지만 모노볼륨에 비해 큰 차체를 하고 있다.

그 외에 정통 오프로더에 승용차의 고급감을 살린 형태로 BMW X5와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 등도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 스포츠카 만들기에만 전념해 오던 포르쉐마저도 SUV를 개발해 올 가을쯤에 선 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가히 그 열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는 SUV가 없는, 퓨전카의 성격을 가진 모델이 라인업되지 않는 메이커는 더 이상 그 존재가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세계는 퓨전카, 크로스오버 비클의 돌풍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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