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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허머 H-3 미국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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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9-12 21:57:54

본문

오프로더의 명가를 이야기할 때 지프와 랜드로버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군용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허머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더 명가의 대열에 무리없이 합류했다. 허머의 모태가 된 군용차 험비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AM 제너럴이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글/권규혁(Kwon, Kyuhyuk;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신원석(Shin, Won Suk)

AM 제너럴의 뿌리를 찾아보면 지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차 대전 이후 민수용 지프를 생산하던 윌리스 오버랜드는 1953년 헨리 카이저에게 인수되어 윌리스 모터스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지프를 제외한 윌리스의 차들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윌리스의 주력차종은 지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윌리스 모터스는 1963년 카이저 지프로 상호를 변경하고 그 이듬해에는 인디애나주의 사우스밴드에 자리잡은 스튜드베이커 공장을 인수했다. 카이저 지프는 파산절차를 밟고 있던 스튜드베이커의 공장을 사들인 뒤 군용 및 관용차 사업부로 활용했다.

1970년 카이저 지프는 AMC에 인수되었다. AMC 또한 그리 자금사정이 탄탄한 회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프랑스의 르노가 자본참여를 하게 되었다. AMC 산하의 군용및 정부납품용 차량 전담부서였던 사우스밴드의 개발및 생산시설은 방위산업체의 외국지분을 제한하는 미정부의 방침에 따라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하며 AM제너럴이 되었다. AM 제너럴생산차종은 M151 다목적 전술트럭을 비롯해 우편배달용 지프, 버스, 군용트럭등으로 상당히 다양했다.

한편 무기체계의 현대화와 함께, 주력병기인 전차의 성능향상에 따라 미 육군은 차세대 군용차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 결과 방위산업체를 경쟁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텔레다인과 크라이슬러 디펜스, AM 제너럴이 경합한 입찰에서 미 육군은 AM 제너럴의 프로토타입을 차세대 군용차인 험비로 선정했다. 험비는 고기동 다목적 차량을 의미하는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의 이니셜인 HMMWV를 발음하기 편하도록 Humvee로 부르게 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험비의 민수용 버전인 허머는 1992년 시판이 시작되었다. 사실 험비의 민수용차량에 대한 프로젝트는 걸프전 발발 이전인 1990년부터 시작되었다. 지프와 달리 험비는 제작단가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민수용 모델의 디자인은 고가에 어울리도록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허머의 초창기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비싼 가격과 함께 빈약한 딜러망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AM 제너럴은 군용과 관용차만 생산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와 정비망을 갖출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 반면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은 SUV에 있어서 확고한 이미지를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오프로더의 강자로 등극한 AM 제너럴의 허머와 GM의 판매망은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합이었다. 1999년 말, AM 제너럴과 GM은 허머 상표권과 마케팅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민수용 험머는 H-1 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2년에는 H-2를 출시했다.
유가가 올라간 요즘 GM은 H-3를 출시하여 허머 3종세트를 완성시켰다.

Exterior & Interior

H-3는 시보레 콜로라도, GMC 캐년 픽업트럭을 기본으로 만든 미드사이즈 SUV다.
허머 시리즈의 막내인 H-3는 미드사이즈이지만 클래스 내에서 큰 편에 들어간다. 길이는 경쟁차종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 도요타 4러너와 거의 똑같지만 폭이 넓고 키도 크다. 허머 특유의 얼굴과 넓고 낮은 비례감, 각진 차체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한눈에 허머네 식구임을 알아볼 수 있다. 7개의 수직그릴은 지프와 유사하다 하여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법정소송까지 갔었으나 GM이 승소했다. 지프와 AM 제너럴이 같은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허머가 새로이 지프를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H-3는 주차장에서나 도로 위에서 허머 가족의 일원이라는 존재감은 충분하다. 수직에 가까운 윈드실드와 두터운 필러는 허머다운 강인함을 잘 나타내지만 시야가 다소 좁아진다는 문제를 수반한다. 기능을 최우선으로 한 H-1과는 달리 H-3에서는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보닛에 달린 그릴은 H-1에서는 냉각기능을 하는 실제 그릴이지만 H-3는 플라스틱 빨래판에 불과하다. 카울 윗부분의 공기 흡입구 커버도 장식적인 요소일 뿐 실제 기능과는 아무렁 상관이 없다.

7개의 더블 스포크 휠에서도 장식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더블 스포크 중 하나는 공기압 조절장치인 CTIS(Central Tire Inflation System)의 에어호스가 지나는 것처럼 봉인되어 있지만 사실 H-3에는 CTIS가 장착되지 않는다. 이런 장식적 요소들은 실제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허머의 패밀리룩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디테일이다. 지프 커맨더나 토요타 FJ 크루저등 각지고 윈드실드가 수직에 가까운 SUV들이 늘어가는 추세에서는 보다 확실한 차별화를 갖는데 도움이 될만한 터치다.

인테리어는 현재 시판중인 GM 차종 중에서 가장 질감과 마무리가 우수한 그룹에 들어간다. 고급스럽게 다듬으려 애썼지만 2%부족했던 H1의 위크스테이션같은 인테리어나, H-2의 엉성하기 그지없는 실내분위기와는 격이 다르다. 계기판도 깔끔하고 전반적인 질감도 괜찮으며 조립 품질감은 역대 허머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일부 스위치류의 배치는 여전히 미국차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도어트림에 장착된 파워 윈도우 스위치는 너무나도 뒤로 물러나 배치되어 있어 팔꿈치에 손이 달린 사람을 위해 만든 느낌이 들 정도다. 차라리 왼손으로 창문을 여닫기 보다는 오른손을 배 위로 가로질러 뻗는 것이 스위치를 조작하기 편하다.

시트 등받이는 수동이지만 그 외에는 전동식으로 조절된다. 히팅 시트의 스위치도 전동시트 스위치 옆에 붙어있어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운전 중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페달배치다. 브레이크 페달이 너무 가속페달에 가깝게 붙어있고 그 높이 차이도 많이 난다.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급발진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달리던 중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속페달에서 브레이크로 빠르게 발을 옮기기에는 조금 부적합한 배치다. 일부 컨트롤의 배치를 제외하면 인테리어는 넓고 편한 공간을 제공한다.
앞, 뒤 좌석 모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반면에 동급 SUV에 비해 화물칸은 조금 작은 편이다. 뒷좌석을 접었을 때 바닥에 완전히 평평하게 수납되지 않는다는 것도 감점요인.



Powertrain & Impression


H-3는 미드사이즈 SUV중에서도 다소 무거운 편이다. V8 엔진을 얹은 도요다 4러너 4륜구동 모델보다도 무겁다. 반면에 엔진은 242 마력을 내는 3.5리터 직렬 5기통이다. V6를 기본으로 하고 V8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라이벌에 비하면 출력은 열세를 면할 수 없다. 시보레 트레일 블레이저와 GMC 엔보이에 사용되는 직렬 6기통 엔진의 실린더 하나를 잘라내어 만든 5기통 엔진은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경 트럭에 사용하기에는 저속토크가 조금 부족하다. 다소 느긋하고 넉넉하게 회전하는 다른 미드사이즈 SUV에 비해 반응은 조금 빠르지만 반응만 하고 뒷감당은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조금 부족한만큼 회전이 조금 올라가야 활기차게 움직인다. 기어비를 잘 설정하여 시내구간에서 여유롭게 이동하는데는 그리 답답하지 않지만 신호등에서 제일 먼저 뛰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 H-3에 보내는 눈길을 거둬야 할 것이다. 파워밴드가 좁은데다가 변속기마저 자동 4단이다. 그러다보니 파워를 적절히 활용하는 유연성은 상당히 부족하다. H-3는 허머 모델 중 유일하게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4단 자동보다는 5단 수동이 어울릴듯 하다.

스티어링은 조금 가볍게 느껴지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경트럭에는 적당한 느낌이다. 가벼운 만큼 노면정보를 전달해주는 느낌도 옅지만 유격이 크다거나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이런 종류의 차에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한 것 치고는 상당히 빠른데, 조금 신경질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스티어링을 감으면 방향전환보다는 차가 기울어지는게 먼저 느껴진다. 코너링 때 차체가 많이 기울고 오프로드용 타이어의 접지력 한계치가 낮은 만큼 코너가 많은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천천히 달리게 된다. 브레이크도 페달의 무게나 민감도에 비하면 제동거리가 조금 긴 편이다. 급제동시 노즈 다이브도 심하다. 아무튼 달리고 돌고 서는데 있어서는 드라이버의 욕심을 거두는 것이 좋다. 무거운 차체에 비하면 이를 뒷받침해주는 요소들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이다.

허머의 명성은 험난한 지형에서 전차와 보조를 맞추어 작전을 수행하는 군용차의 민수용 버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허머 엠블럼을 제외하면 H-1과 공유하는 부품이 하나도 없는 H-3이지만 가문의 혈통에 어울리게 높은 지상고와 큰 접근각, 이탈각, 장애물 돌파각을 갖추고 있는만큼 기본적인 신체조건은 험로주행에 부족함이 없다. 서스펜션은 앞 토션바를 사용한 위시본, 뒤 리프스프링에 달린 일체식 차축으로 시스템으로만 보면 구식이지만 형식 자체보다는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H-3의 경우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 폭이 크기 때문에 기복이 심한 험로에서 꾸준한 접지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하다.

시승차는 외경 33인치 타이어, 리어 디퍼렌셜 라커, 4.03:1의 로우 레인지를 포함한 오프로드 패키지를 장비한 차였다. 조금 부족한 저속토크는 로우레인지를 활용할 때 보상이 되지만 아무래도 융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의 트레일에서는 자꾸 4H와 4L을 오가며 주행하게 된다. 최소회전반경은 상당히 작아 온로드에서 유턴할 때 뿐만 아니라 오프로드의 좁은 트레일에서도 덩치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기동력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오프로더에 비해 비좁은 시야는 온로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오프로드에서도 운전편의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당한 체격과 오프로드에 어울리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몸무게에 비해 허약한 심장때문에 포장도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동력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가격대비 성능으로는 라이벌에 뒤지는 가장 큰 이유도 동력성능이다. 하지만 출력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면 꽤 괜찮은 차다. 내비게이션과 텔레매틱스, 오프로드 패키지등 다양한 옵션을 포함한 시승차는 4만 1,000 달러 정도지만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기본형은 3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서 시작한다. 성능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H-3가 최적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허머의 터프한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면, 그리고 출력과 동력성능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적당한 공간과 실용성이면 충분하다면, H-3도 꽤 괜찮은 구매대상이 되리라 생각된다.

주요제원 허머 H-3

크기
전장×전폭×전고4,742×2,171×1,898mm
휠 베이스 2,842mm
트레드 앞/뒤 1,651/1,664 mm
차량중량 2,134kg
연료탱크 용량 87 리터
트렁크용량 : 835.3 리터

엔진
3,653cc 직렬5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5.5×102 mm
최고출력 242hp/5,600rpm
최대토크 33.4Kg-m/4,600rpm

구동방식: 4WD
트랜스미션: 4단 AT
기어비:(1/2/3/4/R) 3.06 / 1.63 / 1.00 / 0.70 / 2.29
최종감속비 4.56

섀시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뒤: 리지드액슬 (리프스프링)
브레이크: 4륜 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파워)
타이어: LT285/75R16

성능: 0-60mph
최고속도
차량 가격 : $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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