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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한국차 잘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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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1-03-06 00: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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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차의 미국시장에서의 판매 급신장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판매의 신장은 그만큼의 상품성이 뒷받침되었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만큼 품질이나 가격, 사후관리 등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차가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 차종에 따라 메이커에 따라 차이가 있고 과거 모델과의 상대적인 비교라는 점을 전재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차의 상품성이 향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세단형 모델 몇 가지로 단순한 구성에 머물렀던 라인업이 경차에서 대형 럭셔리 세단, 미니밴, SUV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모델 세분화와 가지치기 모델로 다양한 소비자층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대부분 일본차를 그대로 가져왔던 상황에서 이제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일률적인 3박스카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로 노즈 하이데크의 풀 웻지 스타일에 날렵한 에어로다이나믹을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다. 헤드 램프 부분에서도 최근 등장한 현대의 뉴 EF쏘나타에 채용된 트윈 서클 헤드램프는 벤츠의 그것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싼타페는 스타일링 측면에서 SUV종주국인 미국시장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차의 인테리어 부분의 발전도 상당하다. 시트의 설계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트에 앉으면 엉덩이와 등이 시트에 밀착되지 않고 따로 놀아 위험하기까지 한 것에 비하면 최근의 모델들은 한층 격상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승차감을 중시한다고 푹신한 느낌을 강조하다보니 장시간 운전시 피로감이 누적되는 것은 한국차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지금은 버키트형 타입 시트의 도입으로 많은 부분 개선을 이룩했다.

또한 계기판의 판독 용이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클러스터들을 도입해 세계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더불어 미국과 일본에 이어 네비게이션을 독자개발 해 적용한 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편의장비의 발전은 실내의 쾌적성으로까지 이어진다. 공기정화기와 자동 에어컨 등이 중형차 이상에는 자연스럽게 적용이 될 정도로 세심한 부분에까지 배려를 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은 더 큰 폭으로 진척되었다. 80년대 말에는 자체 엔진 하나 없이 모두 로열티를 주어야 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1.500cc 엔진에서부터 1,800cc, 2,500cc엔진까지 완전 독자개발의 엔진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차는 곧 현대자동차라는 등식을 근거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인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소위 말하는 한국차들은 개발을 우리 메이커가 주도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지만 스타일링 디자인에서부터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의 파워 트레인 등은 외주에 의존해야 했었다. 그뿐 아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외국차의 설계도를 빌려와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스펜션과 엔진의 부조화로 인해 언밸런스한 자동차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내구성의 약화로 새 차를 출고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잔고장들이 나고 그것은 곧 한국차의 이미지를 구기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설계와 개발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체 기술을 보유하게 되어 그로 인한 기술력 향상과 품질 개선의 결과는 해외시장에서 판매신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동력 배분 시스템인 TCS라든가 서스펜션 조절장치인 ECS, 그리고 ABS 등의 도입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이런 장치들은 적극적 안전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올 겨울처럼 눈이 많고 추운 날씨에 톡톡히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한 사이에 안전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특히 트랜스미션 부분에서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차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자동변속기 부분에서 잦은 트러블로 인해 많은 원성을 샀었는데 EF쏘나타로 모델 체인지와 함께 HIVEC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는 MT에 못지않은 주행성을 보이며 안전운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비관계자들까지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 정도로 선진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다시피 하고 있는 세미 오토매틱 방식의 H 매틱을 적용한 것도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수동변속기도 변속시 충격이 시프트 레버에 그대로 전달되는 어설픈 면도 차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거의 해소가 되었다.

동시에 기어비를 차의 성격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발전이다. 과거 대우차가 묵직하고 현대차는 가볍다고 인식되었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기어비 설정에 따른 느낌일 뿐이었다. 단적인 예로 대우 르망의 차중은 930kg이었고 현대 엑셀은 970kg이었는데 일반 운전자들은 르망이 더 무겁다고 생각했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경쾌한 푸트워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 메이커들도 대부분 가벼운 느낌의 차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서스펜션과 잘 매치가 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서스펜션 분야의 발전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푹신한 차가 좋은 줄로만 알던 국내 운전자들의 의식 탓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메이커들은 마치 물침대 같이 출렁이는 차를 만들어왔다. 자동차가 출렁이는 것이 승차감이 좋은 것으로 여기는 국내 운전자들의 의식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올바로 계도하지 못한 메이커들의 책임도 크다.

전문적인 용어로 롤링이나 피칭, 요잉 등이 주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큰데 서스펜션의 댐핑 스트로크를 지나치게 길게 하면 발진시 차 앞이 들리는 스쿼트나 제동시 차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노즈 다이브가 심해진다. 또한 롤링이 심해 코너링시 차체가 심하게 쏠리고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져 자세가 흐트러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어떤 형식의 서스펜션을 채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최적치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국차들도 상당 부분 개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의 개선은 브레이크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운전자들은 브레이크가 예민하다는 것에 대해 페달에 발만 대면 차가 제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 운전에 반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차와 호흡을 같이 하며 원하는 만큼의 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이런 경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대기만 해도 패드가 디스크를 잡아 타이어를 완전히 록시켜 버리는 현상은 훨씬 억제되었다. 물론 역으로 제대로 잡지 못해 밀리는 현상도 현격히 줄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의 개선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신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국내에서도 수입차가 겨우 0.3%밖에 팔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국차만 타는 상황에서도 한국차는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이는 연간 생산대수가 간신히 100만대를 넘어섰던 80년대 후반이나 337만대를 생산해 세계 5위에 오른 21세기 벽두나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종사자들과 오너들의 의식은 아직까지 10여년 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역사가 짧기 때문에 한국차가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이처럼 국내외에서의 반응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내구성 결여에 기인한다. 초기품질에서는 상당한 점수를 얻지만 시간이 지나면 잔고장이 많다는 점이 이 시점에서 한국차의 가장 큰 과제라는 얘기이다. 운전자의 의식결여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서 발생되는 문제는 제외하고도 국내외에서 이런 문제는 아직 선진 메이커에 비해 떨어진다.

또한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는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이 일본 메이커처럼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 이런 사후관리의 부실은 2%의 불량률을 10%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와 대기업 위주의 풍토가 소비자들을 단지 소비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다. 이 부분은 기술개발 못지않게 우리 자동차회사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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