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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쉘비 GT500, 머스탱 블리트 미국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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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9-28 12:44:11

본문

미국의 자동차 문화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모든 것을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판단할 수 없다. 그런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것이 포드의 머스탱과 시보레 코베트, 크라이슬러의 닷지 바이퍼 등이다. 이번에는 포드의 성공 시대를 연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머슬카로 분류되는 포드의 쉘비 GT500과 머스탱 블리트의 시승기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권규혁(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권규혁,박지선


각 나라별로 유난히 사랑받는 차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는 머스탱이 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머스탱은 2차대전 이후 포드가 내놓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고성능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스포츠카 대신 기존 승용차의 차대와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포티한 스타일링과 보강된 성능을 추구하는 포니카로 기획된 머스탱은 당시 포드의 소형차인 팰컨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스포티한 외관과 적당한 가격, 다양한 옵션 등으로 머스탱은 출시 직후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본격 스포츠카의 성능보다는 적당히 스포티한 수준을 겨냥했으나 시장의 반응과 레이스 투입을 위해 좀 더 고출력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포드는 캐롤 쉘비와 손잡고 쉘비 머스탱을 출시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머스탱은 포니카로 시작하여 머슬카까지 어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미국인중에 머스탱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이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만큼 머스탱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는 다양한 영화속에 나타나는 차들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식스티 세컨즈의 67년식 쉘비 GT500처럼 자동차가 주요소재인 영화는 물론이고 앤 해서웨이 주연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초대 머스탱 컨버터블까지 다양한 영화주인공들이 극중에서 머스탱을 타고 스크린에 등장했다.

필자의 경우도 어린 시절 TV 외화를 통해 가끔씩 머스탱을 접하며 그 매력에 빠져든 경우다. 그 시절에는 인터넷은 고사하고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 잡지도 발행되기 전이었다. 자동차에 대한 정기적인 정보소스가 없단 상태에서 가끔씩 TV 외화시리즈를 통해 보는 자동차 액션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으며 화면 속의 자동차 중에서는 유난히 머스탱이 기억에 남았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훨씬 전의 나이였으므로 화면을 통해서 보는 스타일과 엔진음이 그 매력의 전부였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멋진 스타일의 차가 당시의 국산차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사운드를 내며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는 액션만으로도 머스탱은 필자의 드림카 리스트에 오를 충분한 자격이 주어졌던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머스탱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머스탱 시승차를 받을 때면 헐렁한 마무리나 싸구려 내장재의 질감 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가슴이 뛰곤 한다. 얼마 전에는 이렇게 어린 시절 동경하던 스크린 속의 액션스타 머스탱의 면모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쉘비 GT500과 머스탱 블리트를 연달아 시승차로 받은 것이었다.

머스탱의 라인업은 4.0 V6 엔진을 장착한 베이스모델, 4.6 V8엔진을 장착한 GT가 있고 그 위로 5.4리터 수퍼차저 V엔진을 얹은 쉘비 GT500, 그리고 그보다 상위기종으로 GT500 KR이 있다. GT500KR은 새로 리메이크되는 나이트 라이더에 키트로 투입되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시판중인 쉘비 GT500은 2003년 공개된 후 2007년형으로 출시되었다. 출시에 맞춰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차로 출연하여 액션스타 머스탱의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GT500도 영화와 관련이 많지만 머스탱 블리트는 영화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차다.

머스탱 블리트는 68년작 스티브 맥퀸 주연의 영화 블리트(Bullitt)를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모델이다. 초대 머스탱은 데뷔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 인기의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 영화 블리트였다. 블리트는 자동차 추격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 중 하나다.

영화속에서 스티브 맥퀸은 68년식 진녹색 머스탱 GT390을 타고 전문킬러들이 탄 검정색 다치를 쫓아 박진감 넘치는 랙션을 보여주었다. 블리트 이전에도 자동차 추격전이 담긴 영화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필름을 빨리 감는 등의 트릭으로 속도감을 강조했다. 그런 반면 블리트에서는 실제로 시속 100마일이 넘는 속도로 추격전을 연출하며 촬영을 하여 그 시각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포드는 이 영화에 머스탱을 투입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씨도 블리트를 보고 머스탱에 반해 한 대 구입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는 국산차의 가격도 상당히 비싸던 시절이었고 외제차는 더더욱 구하기 힘든 때였으므로 신성일씨가 이 차를 손에 넣기까지 상당한 투자를 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질주하던 머스탱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겨졌고 블리트를 통해 포드가 얻은 이런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계속 재생산되었다. 포드는 이를 십분 활용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부활시킨 스티브 맥퀸이 푸마를 몰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장면으로 구성된 광고를 만들기도 했고 2001년에는 6천5백대 한정생산으로 머스탱 블리트 GT가 출시되기도 했다.

Exterior

머스탱은 레트로 디자인의 아메리칸 머슬카라는 트렌드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초대 머스탱의 이미지를 잘 재현한 현재의 머스탱은 2005년 처음 출시되었고 풀 모델체인지를 기준으로 5세대에 해당한다. 데뷔 이후 약간의 세월이 흘렀으므로 신선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레트로 스타일의 특성과 함께 경쟁자의 부재로 인해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느낌 또한 없었다.

얼마 전 다지 챌린저가 출시되었고 시보레 카마로가 곧 딜러에 도착할 예정인 만큼 6070세대 아메리칸 머슬카의 부활은 다시금 3파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포니카의 개척자이자 레트로 아메리칸 머슬카 트렌드의 최고참인 머스탱은 챌린저와 카마로의 도전에 맞서 어떤 결과를 보여주게 될까?

우선 외관을 살펴보면 쉘비 GT500과 머스탱 블리트는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쉘비 GT500을 살펴보자. 언뜻 보아도 얼굴이 좀 더 공격적인 표정으로 바뀌었고 뒤 윤거가 일반형 머스탱보다 넓어졌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수퍼차저 때문에 높아진 엔진을 커버하기 위해 보닛이 약간 부풀어있으며 냉각을 돕기 위해 통풍구가 설치되어 있다. 포드의 블루 오벌이나 머스탱 특유의 말 엠블럼 대신 쉘비 로고가 차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브라 배지가 라디에이터 그릴과 트렁크, 펜더에 붙어있고 레이싱 스트라이프와 사이드 하단부의 데칼로 멀리서도 일반형 머스탱과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스트라이프는 기본품목이지만 원할 경우 딜리트 옵션으로 삭제가 가능하다. 앞255/45ZR18, 뒤 285/40ZR18의 굿이어 F1 타이어를 신고 있으며 전륜에는 브렘보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있다.

GT500이 은근히 디테일을 내세워 차별화한 외관을 자랑한다면 머스탱 블리트는 그 반대의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스티브 맥퀸의 머스탱은 잠복근무하는 형사의 차답게 고성능이면서도 눈에 띄는 장식적인 요소들이 제거되어 있었는데 2008년형 블리트 에디션도 이런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조랑말 엠블럼은 물론이고 안개등, 데크리드 스포일러도 삭제되었고 데칼이나 로고도 없다.

단 하나 트렁크에 붙은 블리트 배지만이 이 차의 특별함을 은근히 나타낸다. 18인치 휠도 림부분은 반짝이지만 스포크 부분이 스모크 처리되어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멀리서 차를 바라볼 때 차의 형태가 주요 특징만 부각되어 눈에 들어온다. 언뜻 평범한 머스탱 같으면서도 은근한 포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블리트 에디션에 적용되는 컬러는 영화속 머스탱의 하이랜드 그린, 도주차의 색상인 블랙 두 가지이지만 구매자들의 절대다수가 하이랜드 그린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Interior

쉘비 GT500과 머스탱 블리트 모두 일반형 머스탱에서 커다란 변화는 없는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듀얼 콕핏을 표방하는 대시보드의 형상이나 센터페시아의 디자인도 그대로다. 운전자세나 시야는 키가 큰 사람에게서부터 필자처럼 단신의 운전자에게까지 큰 부담없이 다가온다. 일반형 GT의 계기판과 에어벤트에 둘러진 크롬 테두리는 좀 두툼해서 고급스럽다기보다 조금 촌스러운 인상을 주기도 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번쩍여 거슬렸는데 쉘비 GT500과 머스탱 블리트 모두 이 부분이 무광 메탈릭으로 처리되어 훨씬 나아졌다.

GT500의 실내를 둘러보면 전압계가 삭제된 대신 부스터게이지가 추가되고 타코미터에 SVT 로고가 새겨진 계기판을 비롯해 등받이에 코브라 로고가 양각된 빨간 스티칭의 스포츠 시트, 혼 패드에 달린 코브라 배지, 페달 커버 등이 차별화된 부분이다. 대시보드 커버에 딱딱한 플라스틱 대신 인조가죽 패드가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무척 저렴하다. 분명히 차별화되어 있기는 해도 일반형 머스탱과 차이가 나는 가격은 실내가 아니라 성능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내세우는 듯 인테리어의 변화는 좀 미미하다.

머스탱 블리트의 인테리어는 메탈릭 질감을 재현한 대시 트림, 블리트 로고가 새겨진 스티어링 휠, 금속제 시프트 노브, GT500에서 가져온 스포츠 시트 등으로 차별화시킨 모습이다. 내장은 진회색만 적용되는데 차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옵션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빼면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같은 시트를 사용하는 두 차의 착좌감이나 서포트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우선 쉘비 GT500의 시승소감을 이야기해보자. 쉘비 GT500의 엔진은 포드 GT에 쓰인 5.4 V8 수퍼차저 엔진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우선 포드 GT의 엔진은 알루미늄 블록인데 반해 GT500은 주철제 블록을 사용한다. 포드 GT는 드라이섬프이지만 쉘비 GT500은 웻섬프다.

하지만 실린더 헤드부터는 포드 GT와 동일하다. 500마력의 최고출력과 66.2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엔진은 트레멕 6단 수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1단에 넣는다. 시프트레버를 통해 기어가 체졀되는 느낌은 확실히 손바닥으로 전달되지만 기어의 드나드는 감각은 아주 뻑뻑하다. 가속페달의 초기반응도 느리고 고출력의 효율적 전달과 함께 내열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 세라믹 코팅 듀얼 플레이트 클러치의 접속감도 꽤나 무디기 때문에 부드럽게 출발하기는 쉽지 않다.

시승차는 많은 저널리스트의 손을 타며 혹사를 당해서였는지 동력계통에 약간의 유격이 있었다. 속도를 차차 올리며 기어를 변속해 보아도 어느 단수에서나 시프트 레버가 뻑뻑하게 느껴진다. 합법적이면서도 이 차의 성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구간은 프리웨이 진입램프다. 특히 신호등이 설치된 진입램프에서 녹색등을 받고 출발하여 풀가속 할때의 느낌은 상당히 스포티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일단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프리웨이에서는 전방이 트여있다고 해도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고속도로 순찰대 때문에 함부로 밟지 못한다. 빨간 페인트에 흰 스트라이프가 그어진 쉘비 GT500은 쉽게 눈에 띄는 차인데다 소리까지 크기 때문에 다른 차들과 같이 속도위반을 해도 혼자만 적발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밟는다면 고속크루징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달리는 산악도로로 들어선 뒤 조금씩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아메리칸 V8의 낮은 배기음과 함께 수퍼차저의 높은 기계음이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소리를 낸다. 첨부한 동영상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 독특한 음색은 다른 차에서 찾기 힘든 사운드다. 출력과 토크 모두 상당히 높지만 체감성능은 수치로 표현된 것보다 한 수 아래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만큼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속페달을 놓았을 때 RPM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6단 수동변속기를 이리저리 조작하는 운전재미를 반감시키는 경향이 있다. 스티어링의 무게는 일반형 머스탱보다 무거워졌으나 피드백은 줄어들고 오히려 킥 백이 강해졌다. 출력에 맞게 딱딱해진 서스펜션은 저속에서는 거친 승차감과 함께 다소 과장된 접지력 변화를 보이는 반면 속도가 올라가면서 안정감을 되찾는다. 평탄한 노면에서의 핸들링은 좋으나 노면에 기복이 있는 도로에서 빠르게 달리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GT500의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3링크 일체식 차축의 구성이다. 처음 5세대 머스탱이 등장했을 때 SVT나 코브라 버전이 출시되면 독립식 뒤 서스펜션을 장착할 것이라던 필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된 머스탱 SVT 코브라의 경우 독립식 뒤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었다.

일체식 뒤 차축이 머스탱의 전통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2만 달러 이하에서 시작되는 V6 베이스 모델부터 3만 달러 대 초반의 머스탱 GT까지는 통용될 지 몰라도 4만 달러를 넘는 쉘비 GT500이라면 분명한 불만요소다. 아무리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세팅에 신경을 썼다 해도 승차감과 조종성의 밸런스에 있어서도 비슷한 가격의 라이벌에 비해 열세임을 숨기지 못한다.

슬라럼 속도와 스키드패드에서 측정하는 횡가속도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는 수치를 보이지만 노면의 기복이 있는 실제 도로상황에서는 숫자가 제시하는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머스탱 GT에 비해 250kg이 넘는 무게증가분이 차 앞부분에 집중되어 있어 FR이면서도 사실상 거의 FF에 가까운 중량배분을 보인다.

이런 특성 때문에 코너가 연속된 산길에서의 몸놀림은 경쾌함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대배기량 수퍼차저 엔진이 뿜어내는 파워와 브렘보 브레이크가 제공하는 제동력에 힘입어 상당히 빠른 평균속도로 와인딩 로드를 주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속도의 기복이 커지고 그만큼 차와 드라이버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하지만 산악도로에서 조금 불만족스러웠던 모습은 다른 상황에서 보상을 받는다. 신호등 드래그 레이스에서 높은 승률을 보이는 가속성능과 함께 주변에서 보이는 호의적인 관심도 쉘비 GT500이 오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쁜 연비 때문에 시승기간 동안 자주 갈 수밖에 없던 주유소에서도, 신호대기 중에도 ‘Hey, Nice car!’ 라고 이야기하며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쉘비 GT500은 어디서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머스탱 블리트는 그 반대다. 디테일이 삭제되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기조의 색상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뜻 보아서는 평범한 머스탱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차의 특별함을 알아주는 팬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엔진은 머스탱 GT와 동일한 4.6리터 V8이지만 오픈형 필터를 포함한 흡기계통, 캠 타이밍, 제어시스템 등을 손질해 15마력 증가한 31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4.9kg-m. 동력성능은 일반형 머스탱 GT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나 감성적인 면에서 블리트 에디션이 주는 특징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영화 속 추격장면의 사운드를 재현한 배기음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다. 블리트의 추격전에서는 음악이나 다른 배경음이 사용되지 않고 쫓고 쫓기는 두대의 차가 내는 엔진음과 타이어소리만이 효과음으로 사용되었다. 포드 엔지니어들은 영화 블리트의 DVD를 통해 추격장면을 반복 재생하면서 2008년형 머스탱 블리트도 같은 배기음을 내도록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그 결과 정말 영화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차를 탄생시킨 것이다.

매력적인 엔진음이 주는 감성과 함께 빠른 반응성 덕분에 실제보다 체감성능이 높게 느껴진다. 10mm정도 낮추면서 스프링과 댐핑도 그에 맞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지금까지 타 본 머스탱중 가장 좋은 밸런스를 제공한다. 핸들링만 논한다면 렌터카 회사인 허츠에 제공되는 쉘비 GT-H가 조금 더 샤프했으나 다소 과도하게 낮춰진 서스펜션 때문에 그리 높지 않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차 바닥이 긁혔다.

블리트는 일상주행용으로 무리 없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낮춰진 서스펜션으로 인해 승차감과 핸들링, 그리고 보기 좋은 자세라는 세가지 측면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가감속 반응과 핸들링 모두 일반형 머스탱 GT보다 우수하지만 가격의 차이만큼 성능이 월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블리트 에디션이 주는 매력은 성능보다는 희소성과 문화적인 배경이 주는 감성에 있다. 단순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니라 블리트를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이 이 차에 부여하는 의미는 상당하다. 영화를 통한 자동차 마케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블리트이며 40년만에 재현된 머스탱 블리트 에디션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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