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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메르세데스-벤츠 S 320 CDI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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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08-11-20 12:58:08

본문

메르세데스-벤츠의 S 320 CDI는 요즘 디젤의 장점이 집대성 되어 있다. 타이트한 기어비와 맞물린 넉넉한 토크는 발빠른 순발력을 제공하며 고속으로 뻗어나가는 힘도 일품이다. 240km/h 이상까지 밀어붙이는 가속력은 3리터 디젤로는 최상의 성능이고 그래서 1등급 연비가 더욱 빛난다. 엔진은 터빈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가솔린만큼이나 조용하다. S 320 CDI는 S 클래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의 성능과 편의성, 가격을 모두 갖췄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수입 디젤차는 이미 익숙한 존재이고 비율 면에서 국산 디젤차보다 많이 팔리는 상황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 320 CDI의 존재는 아직 낯설다. S 클래스는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모델이고 독일 메이커들이 S 클래스 급의 디젤 승용차를 내놓은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디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S 320 CDI 같은 모델이 어색하지 않다. 디젤은 유럽의 신차 점유율 50%를 넘어선지 오래됐고 일부 국가에서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각 유럽 국가들이 CO2 배출량 기반의 세제를 도입하면서 판매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흔히 유럽의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좋아하는 이유를 넉넉한 토크와 가솔린 대비 좋은 연비를 꼽지만 그들 역시 세금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우 CO2 배출량을 A~G 등급으로 나누어 추가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오늘 시승하는 S 320 CDI는 F 등급으로 연간 205파운드, 반면 G 등급로 분류되는 S 350(242g/km)과 S 280(237g/km)는 연간 300파운드의 돈을 더 내야한다. 성능에 큰 차이는 없지만 세금 혜택과 좋은 연비라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 한 가지 더하자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다. 일반적으로 디젤은 가솔린 보다 CO2 배출이 20~30% 적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가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슈이기에 이왕이면, 그리고 세금 혜택도 주어지니 디젤차의 판매가 활성화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CO2의 개념은 희박하다. 메이커와 정부, 차를 굴리는 소비자까지 CO2에 대한 의식은 없다. 기자만 해도 연비 때문에 다음 차로 디젤을 고려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도 생각해야지’라는 마음은 없다.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 320 CDI와 정확히 매칭되는 라이벌은 손에 꼽는다. 비슷한 차체와 배기량의 모델은 페이톤 3.0 TDI와 재규어 XJ 2.7D 뿐이다. 어찌 보면 틈새에 틈새 모델이다. S 320 CDI의 성공 여부에 따라 BMW와 아우디도 비슷한 사이즈의 디젤차를 더욱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을까 싶다.

Exterior & Interior

외관은 다른 가솔린 S 클래스와 완전히 동일하다. 트렁크 리드에 붙은 S 320 CDI를 제외한다면 겉만 보아서는 디젤차임을 알아차릴 수 없다. 이번에 출시된 S 320 CDI는 롱 휠베이스가 아닌 숏 휠베이스 모델로, 완전히 운전자 위주의 모델임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숏 보디라고는 하지만 휠베이스는 여전히 3m가 넘는다.
타이어는 255/45R 사이즈의 던롭 SP 스포트 01로, 척 보아도 접지력 위주의 트레드 패턴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의 순정 타이어는 독일차의 특징 중 하나로, 분명히 정숙성에 불리하지만 적극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18인치 휠은 전형적인 벤츠의 5스포크 타입이다. 스포크 사이로 보이는 구멍 숭숭 뚫린 디스크는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S 320 CDI는 흔해진 스마트 키가 없는 대신 리모컨으로 도어 록을 해제하면 접혀있던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고 잠그면 접히는 기능이 있다. 이지 액세스는 시동을 걸고 문을 닫아야지만 작동한다.
시승 전 혹시 라인업의 최하위 모델이라 썰렁한 거 아닐까 하는 우려가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실내에는 대부분의 편의 장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나이트 비전 같은 일부 장비가 빠지긴 했다. 밤눈 어두운 기자가 무척 좋아했던 나이트 비전이 빠진 건 아쉽지만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기능은 다른 S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풍족하고 주위에 늘어선 많은 버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S 320 CDI에는 12웨이 열선 및 통풍 시트, 4구역 개별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 8개의 에어백, 커맨드 시스템, 한국형 DVD 내비게이션과 MP3 플레이어, 블루투스 등의 편의 장비가 기본 제공된다. 마지막 S 클래스 시승이었던 재작년의 S 600 L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시동 버튼이 없는 게 이상해 보인다. 그사이 최악이었던 내비게이션의 화질도 매우 좋아졌다.
숏 보디지만 2열 공간도 충분히 넓고 시트는 냉난방 기능이 내장되었다. 2열 승객은 파노라마 루프가 없는 게 아쉬울 것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S 클래스에서 들리는 디젤 특유의 소음은 좀 어색하다. 디젤 승용차에 익숙해진지 오래지만 디젤 S 클래스는 처음이기에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다. 공회전 소음은 여타의 디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인 아이들링 소음을 감추지는 못한다.
다른 것은 엔진룸의 흡음재를 두텁게 발라 음량이 좀 더 부드러워진 점이다. 이는 같은 엔진의 E 320 CDI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 진동 억제 능력도 탁월하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기어 레버로 전해지는 떨림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물론 진동과 소음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더욱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이 큰 차체에 3리터 디젤은 힘이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하지만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3리터 CDI 엔진의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1,600rpm으로 매우 낮고 거기다 7단 변속기의 초반 기어비를 잘게 나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순발력이 나온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8초로, 7.3초의 S 350과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순발력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시내 주행에서도 가뿐히 움직인다.

약간의 지체 현상은 물론 있다. 정지 상태에서 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터빈의 부스트가 차기 전까지 약간의 뜸을 들인 후 튀어나간다. 힘의 수준은 차원이 다르지만 이런 느낌은 S 600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일단 토크 밴드에 들어서면 오른발의 입력에 따라 큰 차체가 바로바로 반응한다.

대부분의 디젤이 그렇듯 S 320 CDI 역시 터보가 돌기 시작하면 더욱 조용해진다. 아이들링을 비롯해 터보 작동 전까지는 분명히 디젤 엔진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00~3,000rpm 사이로 순항할 경우에는 디젤임을 잊는다. 결정적으로 E 클래스 보다 소음 대책이 더 잘되어 있다.

엔진은 묵직하지만 부드럽게 회전하고 변속되기 전까지 끈질기게 토크를 뱉어낸다. 최대 출력의 수치가 3,600rpm이라는 비교적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지만 4,000rpm 넘어서도 토크의 하락을 크게 느낄 수 없다. 중속에서는 엔진의 소음보다는 타이어 소음이 더 두드러지며 속도가 높아지면 바람 소리가 좀 더 부각된다.

7G-트로닉은 3단으로 100km/까지 숨 가쁘게 변속이 되고 이후부터는 조금씩 보폭이 넓어진다. 4단의 최고 속도도 140km/h 정도이다. 이후 5단에서는 정확히 200km/h까지 가속되는데 벤츠 특유의 끈질긴 가속은 디젤도 예외가 아니다.
회전수 상승은 더디지만 5단으로 200km/h 가속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고 기어비가 낮은 6단에서도 비슷한 페이스로 속도가 올라간다. 3리터 배기량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힘이다. 6단 220km/h에서 언덕을 만나도 속도가 계속 올라간다. 시승 중 기록한 최고 속도는 245km/h이다.

7G-트로닉은 익히 경험한 대로 혼자서 바쁘게 움직이고 변속도 부드럽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저속에서 간헐적으로 튀는 현상이 발생하고 반응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7G-트로닉 자체가 원래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디젤과 매칭되니 그보다 조금 더 더디게 느껴진다. 철석하고 다른 기어로 붙는 느낌이 다소 부족해 이런 면에서 ZF, 그리고 듀얼 클러치와 비교 시 열세에 있다.

스티어링 휠의 림 뒤에 붙은 변속 버튼을 누르면 D 모드에서 곧장 수동 모드로 넘어갈 수 있다. 위치도 손가락이 잘 닿는 위치에 있어 손가락만 까닥거려 변속하는 맛이 쏠쏠해 반응이 느려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손가락만 움직여 엔진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는 재미도 있다. 홀드 기능은 가다서다가 잦은 시내 주행이나 언덕길에서 매우 편하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릴 때의 작동감도 예전보다 매끄러워졌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도 예외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들지만 대형 세단으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보디 컨트롤이 안정적이다. 200km/h 이상의 영역에서 직진 안정성은 물론이고 조향 시에도 민첩하진 않지만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감각이 그만이다.

조향 특성은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는 뉴트럴을 유지하다가 그립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ESP가 마무리한다. 조향 반응 역시 빠르지 않다. 조향하면 반박자 늦고 코너에서는 차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진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을 감았을 때 지지력이 뛰어나고 몸의 쏠림도 심하지 않다. 과격한 코너링 또는 급제동 시 순간적으로 몸을 꽉 조여 주는 시트 벨트는 여전히 듬직하고 상황이 끝나면 벨트가 풀리는 모터의 소리가 감미롭게 들릴 정도다.

브레이크는 초기 반응도 좋지만 제동력이 리니어하게 늘어난다. 또 150km/h 이상의 속도에서 수차례 풀 브레이킹 해도 일정한 제동력이 발휘된다. 문득 구멍 뚫린 디스크가 생각난다. 좌우 밸런스는 당연히 좋고 페달로 전해지는 ABS의 진동도 극히 미미하다.

지금까지 말한 대로 S 320 CDI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몇 가지 옵션이 빠지기는 했지만 S 클래스의 편의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성능은 비슷한 급의 가솔린만큼이나 좋다. 거기다 연비도 1등급이고 CDI 엔진 때문에 국내에서는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혜택은 5년 동안 환경개선 부담금 면제와 공영 주차장 이용 시 50% 주차 요금 감면, 혼잡 통행료 50% 할인 등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 비싼 가격이다. 물론 S 350 보다 2,900만원이나 싸지만 비슷한 차체와 동일 배기량의 페이톤 TDI를 생각할 때 다소 부담스럽다. 물론 성능을 떠나 네임 밸류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다. 과연 S 클래스를, 또 1억 넘는 차를 살 고객들이 3리터 디젤 벤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사이다. 이런 입장이 돼본 적이 없으니 그 심리를 정확히 헤아릴 순 없지만 만약 S 350를 놓고 저울질한다면 마음은 S 320 CDI로 쏠린다.


메르세데스-벤츠 S 320 CDI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89×1,870×1,475mm
휠베이스 : 3,035mm
트레드 (앞/뒤) : 1,600/1,610mm
최저 지상고 : - mm
중량 : 2,065kg

엔진
형식 : V6 DOHC 디젤 터보
배기량 : 2,987cc
최고출력 : 235마력/3,600rpm
최대토크 : 55.0kg.m/1,600~2,400rpm
보어×스트로크 : 83.0×92.0mm
압축비 : 17.7:1

섀시
구동방식 : 뒷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4링크/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변속기
형식 : 자동 7단
기어비 : 4.377/2.859/1.921/1.368/1.000/0.820/0.728
최종감속비 : 2.65

성능
0-100km/h 가속 : 7.8초
최고속도 : 250km/h
최소회전반경 : 5.9m

타이어 : 255/45R18
연료탱크 용량 : 90리터
트렁크 용량 : 560리터
연비 : 10.0ℓ/km(1등급, 7군, 2008년 3월 작성기준)

차량 가격 : 1억 3,3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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