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생존의 필수조건 브랜드를 창출하라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2-04-20 12:06:06

본문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바야흐로 호황을 누리며 순풍에 돋을 단 듯 전진하고 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은 2000년의 197만792대에 비해 9.5% 감소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우자동차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것이고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을 냈다. 2000년보다 4.3% 많은 159만8,965대의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기아자동차도 수출과 내수를 포함해 99만804대로 2000년 대비 7.5%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 중 수출이 9.4% 증가한 59만9,020대로 4.7% 늘어난 내수 39만1,784대를 크게 앞질렀다. 현대자동차는 특히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판매신장을 보이며 작년 한해 2000년 대비 42%라는 초유의 성장을 기록하며 34만 6,235대를 판매했다. 기아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시39.1% 늘어난 22만 3,400대를 팔았다. 대우자동차가 28.5% 감소해 4만 8,600대밖에 판매하지 못했지만 한국차 전체로 보아도 61만8,235대로 전년보다 30.7% 증가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 외적 수치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실체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서유럽 지역 수출은 미국과는 달리 2000년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41만대에 그쳤다. 시장의 규모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나타난 성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새로이 시장 개척에 나선 일본에서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사실 작년 한국차의 성장은 어찌보면 미국시장에서 특수한 마케팅 전략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현대자동차의 10면 10만 마일이라는 그 누구도 생각치 못한 프로그램이 먹혀 든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기 보증 프로그램의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현대자동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다른 메이커까지 자극해 올 초 크라이슬러가 7년 10만 마일이라는 한시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일본의 스바루가 10년 12만 마일을 제시하는 등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또 다른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야만 한다. 어찌보면 충격 요법에 해당하는 마케팅인데 이런 식의 대응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처럼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한국차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저 ‘싸고 좋은 차(good and cheap)’정도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서 ‘good’ 이라는 의미는 사실 그들의 실 생활에서는 나쁘다고 하지 못해 ‘그저그렇다’는, 혹은 ‘제법 괜찮다’는 정도의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누가 보아도 괄목할만한 품질향상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지갑에서 돈을 꺼내 차를 구입하려는 실소비자들에게 한국차의 이미지는 ‘good’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잡지인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신형 모델을 구입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딜러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는 전체 조사대상 30개 업체 가운데 25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이 자동차 품질 자체를 평가한 수치는 아니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같은 항목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와 마쓰다, 토요타는 각각 29위, 28위, 27위로 현대자동차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토요타는 지난 1959년 처음 승용차를 가지고 기세 좋게 미국시장을 두드렸으나 프리웨이 위에서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퍼지는’ 자동차라는 이미지만 각인 시키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고장이 잘 나고 부품 구입이 어렵다는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극복하는데 토요타는 무려 30년이 넘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의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토요타, 아니 일본차는 특색이 없고 잔고장이 많은 차라는 미국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지 못했다. 후발주자로 한국차가 싼 가격을 무기로 미국시장에 상륙해 86년부터 88년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역시 `일본차의 아류`라는 평가를 받으며 `싼게 비지떡`이라는 별명을 얻고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여기에서 토요타는 우회전략을 썼다. 랙서스(Lexus)라는 전혀 다른 브랜드를 내 세운 것이다. 사실 랙서스는 말 그대로 브랜드만 있는 상품이나 다름없다. LS는 일본 내에서 셀시오(Celsio)라는 이름의 고급차의 플랫폼을 유용하고 있고 ES는 윈덤(Windom), GS는 아리스토(Aristo), IS는 알태자(Altezza)의 랙서스 버전이다. 이런 플랫폼 공유 전략은 이미 토요타 라인업에서 시험 주행(?)을 마쳤다는 점과 자동차가격 설정에 융통성이 크다는 큰 장점으로 나타난다.

또한 토요타는 이 랙서스를 전 세계 모든 시장에 동시에 출시하지 않았다. 미국시장을 최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미국시장 소비자들의 취향과 특성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들이 미국시장을 택한 이유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소비 성향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적합한 실험 무대라는 점도 작용했다. 더불어 2만가지 이상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것은 당연하며 고장이 나면 수리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유럽의 소비자들과 달리 미국의 소비자들은 잔 고장으로 인한 번거로움을 아주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전 자발적 리콜제를 최대한 활용했다. 고장이 나기 전 먼저 수리기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대여해 가며 고장이 나지 않는 차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물론 그것은 품질이 바탕이 된 것이었지만 토요타는 특히 판매하고 나서 매월 소비자 조사를 하는 등 끝까지 유저를 추적해 사후관리를 해 나갔다. 한국에 근무하는 미군들은 그들이 미국에서 구입한 일본차에 대한 일본차 메이커의 추적관리에 혀를 내두르며 이러니 일본차를 사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토요타의 전략은 집중했고 렉서스는 90년대 후반 미국시장에서 가장 갖고 싶은 고급차 브랜드 1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토요타는 비로소 유럽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수순을 밟은 것이다. 유럽시장에서의 랙서스는 아직까지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 재규어 등에 밀리지만 점차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차는 어떤가. 지역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의 브랜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작년 일본시장에 상륙한 한국차의 판매부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이 그 어느 민족보다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한국차를 품질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것보다는 한국차 브랜드가 그들에게 주는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런 가치에 대한 집착은 유럽시장의 경우 더 심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쌓은 브랜드의 가치는 한 두가지 결함이 있어도 웃어 넘기는 아량을 보이며 브랜드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둔다. 미국시장에서는 판매부진으로 철수한 프랑스의 푸조나 이탈리아 피아트등은 유럽시장에서는 폭스바겐과 선두다툼을 벌이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푸조 그룹은 미국시장에서는 철수했지만 97년 210만대에서 2001년 313만대 생산이라는 놀라운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특성에 따라 이처럼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이 자동차이다.

앞으로 이런 브랜드 집착 경향은 더 심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합치된 의견이다. 한국차, 살아 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