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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기아 스포티지R 터보 GDI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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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4-15 1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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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R 터보 GDI는 머슬 SUV라 부르고 싶다. 직진 가속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261마력의 2리터 터보 엔진은 기대 이상으로 성능이 뛰어나고 밟는 대로 나간다. 초기 가속력만 본다면 제네시스 쿠페 2.0보다도 좋아 보인다. 속도 제한이 없다면 230km/h 이상도 가속될 기세다. 핸들 감각은 여전히 좋지 않다. 출력 대비 가격도 만족할 수준이지만 디젤에 비해 확연히 차이나는 연비는 감안해야 한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터보 직분사 엔진. 요즘 메이커들이 갖고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디젤은 물론이고 가솔린도 터보 직분사 엔진이 대세이다. 2000년대 들어 디젤에 크게 밀릴 거 같았던 가솔린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터보 직분사 기술이다. 터보와 직분사, 다운사이징이 더해지니 요즘 가솔린 엔진의 효율 향상 폭은 디젤보다 높다.

2011년형 스포티지R에는 2리터 터보 직분사 엔진이 추가됐다. 이른바 스포티지R 터보 GDI다. 예나 지금이나 2리터 터보 엔진은 매력적이고 전 세계 어디서나 두루두루 먹힐 수 있는 패키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배기량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국산 2.0 터보는 좀처럼 나오지 않다가 제네시스 쿠페에 첫 선을 보였다.

스포티지R의 2.0 직분사 터보는 최근의 현대 엔진들처럼 스펙이 근사하다. 2리터 배기량으로 261마력을 뽑아내고 최대 토크의 수치는 37.2kg.m에 이른다. 구형 에쿠스 시절의 4리터 V8보다도 힘이 좋다. 90년대에는 200마력 넘는 2리터 터보는 그림의 떡이었고 그런 엔진도 많지 않았다.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타 II 2.0 터보 가솔린은 기아로서는 K5에 이은 두 번째 터보이고 국내에는 처음이다. 왜 국내에는 인기 있는 K5가 아닌 스포티지R에 먼저 탑재됐는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K5에 가장 큰 엔진은 201마력의 2.4리터 직분사인데 더 출력이 높은 2.0리터 터보가 올라가면 뭔가 아이러니하다. 상식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출력도 낮고 세금도 비싼 2.4리터를 살 이유가 없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세금이 줄기 때문에 안 좋아한다. 수입차의 2.0 터보랑 기아 중형차의 2.0 터보는 볼륨에서 게임이 안 된다. 하지만 스포티지R은 다른 엔진과 겹치는 게 없고 어차피 가솔린 모델의 비중은 높지 않다. 어찌 보면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서비스적인 차원이다.

제네시스 시승기에서 밝혔듯 현대의 엔진 스펙과 체감 성능의 갭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젠 스펙에 대한 기대치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대신 터보는 좀 얘기가 다르다. 제네시스 2.0은 수동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없었다. 기어비가 짧아서 손만 바쁘고 나가는 건 별로다. 211마력이 아니라 170마력 같았다. 트윈 스크롤 터빈 기술이 적용된 최신 터보의 성능은 어떨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스포티지R 터보 GDI의 성능은 예상 이상이다. 이정도면 제네시스 쿠페 2.0 보다 빠르지 않나 싶다. 밟는 대로 쭉쭉 뻗어나가고 후련한 가속을 보여준다. 저속 토크도 좋고 특히 자동 변속되는 시점까지 힘의 하락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 사운드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흠 잡을 정도는 아니다. 이 엔진이 i30에 올라가면이라는 괜한 상상도 해본다.

정지 가속에서는 긴 휠 스핀도 발생한다. 출발 시 타이어가 헛도는 게 생각보다 길다. 이정도로 휠 스핀이 강하게 날 만큼 고출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고성능이라는 분위기가 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립이 썩 좋지 않은 한국타이어의 H426(235/55R/18)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VDC가 개입하지 않으면 휠 스핀이 더 길지 않을까 싶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순발력부터 남다르다. 동영상을 보면 0→100km/h 가속에 7초가 조금 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SUV 중에서 이렇게 빠른 차는 없었다. 어지간한 승용차는 다 앞설 수 있는 순발력이다. 엔진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다. 생각보다 토크 밴드도 넓고 끝이 살아 있다. 현대 엔진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된다. 듣자니 이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고 하는데, 그럴 만하다. 제네시스 쿠페 2.0은 얼른 이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스포티지R의 뒤를 보고 따라가야 할 판이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38, 80, 130, 170km/h이다. 3단까지는 출력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 이후에도 가속력이 살아 있는 것에 좀 놀랐다. 아무래도 SUV다 보니 고속으로 올라가면 가속력이 주춤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5단에서도 200km/h를 어렵지 않게 넘긴다. 미국 시장을 위한 차라서 속도는 210km/h(계기판에는 215km/h)에서 걸린다. 이때의 회전수는 5,300 rpm으로 속도 제한이 없다면 230km/h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6단으로 변속해도 속도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엔진의 힘은 확실히 있다고 봐야겠다. 6단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900 rpm이다.

엔진은 저회전에서 노킹음이 많이 난다. 에코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엔진 소리와는 별도로 가볍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불편한 소리가 계속 들린다. 옆에 앉은 사람도 확연하게 들릴 정도니 볼륨은 적어도 잘 들리는 음색이다. 물론 회전수가 높아지거나 음악을 듣는다면 지워질 음량이긴 하다. 스포티지R의 2.0 터보의 압축비는 요즘 직분사 엔진으로서는 다소 낮은 9.5:1이다. 노킹 때문에 압축비를 낮게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압축비를 높이면 토크는 더 강해지기 때문에 성능 향상의 여지는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승용차보다는 덜하지만 가속 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움직임은 여전하다. 이것은 좋게 보면 스포티함을 부추키는 스릴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안하다. 가속할 때 운전대가 딱 잡혀 있어야 맘 편하게 속도를 내는데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차 또는 미국 시장을 위한 차는 이게 의도적인 세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최근 타본 차들이 얼추 비슷하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EPS 시절부터 운전을 시작한 사람은 이런 감각이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스포티지R 터보 GDI는 그랜저, 제네시스, K7보다는 고속 안정감이 좋다. 투싼, 스포티지R이 승용차보다 고속 안정감이 좋은 게 좀 아이러니하다. 스포티지R 터보 GDI가 앞서 말한 세 차종처럼 불안했으면 210km/h 속도 제한 되는 게 다행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티지R 터보 GDI는 견딜 만하다.

아이들링에서는 디젤보다 조용하지만 주행할 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방음이 부족해 외부 소음이 실내로 많이 들어온다. 바람이 좀 부는 날이긴 했지만 앞쪽에 부딪치는 풍절음도 많다. 80km/h 이하의 속도에서도 풍절음이 들리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많다.

6단 변속기의 성능은 무난하다. 일반적인 주행이나 정차 시에는 변속 충격도 없다. 대신 간헐적으로 튀고 킥다운 시 토크가 순간적으로 몰리면 클러치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킥다운이 되지 않는다. 엔진 성능을 생각할 때 시프트 패들이 있었으면 한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직진할 때 가장 편하다. 좌우로 잘 움직이기에는 핸들 감각이 별로고 롤도 많다. 운전대는 저속에서도 제법 무겁지만 감각이 정확치 않다.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고 반응도 늦다. 차선을 바꿀 때는 움직임이 깔끔하지 않고 어딘가 허둥지둥한다. 이럴 때는 참 유압이 그립다.

보통 좋다는 서스펜션을 가리켜 부드럽지만 단단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BMW는 이전보다 부드러워졌지만 그 안에는 단단함이 있다. 반면 스포티지R은 단단한 거 같은데 부드럽다. 저속에서는 댐퍼 스트로크도 짧고 단단한 것 같은데 속도가 올라가면 롤이 많아진다. 저속에서의 느낌을 갖고 코너로 진입하면 처음엔 약간 당황스럽다.

한국타이어의 옵티모 H426은 측면 그립이 약한 편이다. 코너에 빠르게 진입하면 옆으로 쭉 미끄러진다. VDC가 있으니 다행이다. 사이드 월에는 ‘ENVIRONMENT’라고 써 있는데, 요즘 유행처럼 연비를 높이기 위해 구름 저항을 줄인 타이어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VDC가 개입 후 빠지는 것은 다른 현대기아의 승용차보다는 조금 더 빠르다. 엔진을 생각하면 더 질 좋은 타이어가 좋을 듯한데 연비에 죽고 사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브레이크는 과거를 생각하면 훨씬 좋아지긴 했지만 엔진에 비해서는 조금 모자라다. 고속에서 연속으로 급제동하면 곧바로 제동력이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좌우 밸런스도 흔들린다. 여기서 속도를 낮춰 제동을 한 번 더하면 페이드가 더 심해진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틈새 차종이다. 국내 스포티지R 판매의 가솔린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SUV=디젤이다. 가격 대비 출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연비에 불리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스포티지R 터보 GDI의 2WD 공인 연비는 11.2km/L, 디젤은 15.6km/L로 차이가 크다. 사실 천천히 달리면 스포티지R 터보 GDI도 연비는 좋다. 90km/h으로 정속 주행하면 트립 컴퓨터의 실시간 연비가 17~19km/L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같은 조건으로 에코 모드에서는 연비가 좀 더 좋아진다. 대신 가속 성능은 그만큼 처진다. 느낌상 에코 모드는 가속력이 20% 정도 처지는 것 같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천천히 달리기가 어려운 차종인 게 문제다. 261마력의 성능에 디젤과 같은 연료 탱크(55리터) 용량도 부족해 보인다.


주요제원 기아 스포티지R 터보 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4,450×1,855×1,635mm
휠베이스 : 2,640mm
트레드 앞/뒤 : 1,614/1,615mm
차량중량 : 1,550kg
연료탱크 용량 : 54리터
트렁크용량 : 740리터

엔진
형식 : 1,998cc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최고출력 : 261마력/6,000rpm
최대토크 : 37.2kg.m/1,800~3,000rpm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9.5:1
구동방식 : 4WD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6단
기어비 : 4.651/2.831/1.842/1.386/1.000/0.772
최종감속비 : 3.32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55R/18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초
최고속도 : 210km/h(속도 제한)
최소회전반경 : --
연비 : 10.8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217g/km

차량 가격 : 2WD - 2,075~2,710만원
터보 GDI 4WD - 2,579~2,8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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