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적 스캔들이 됐던 용감한 사랑

191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1982년 영국 런던에서 죽은 명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1941년), 카사블랑카(1942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년), 잔다르크(1948년), 아나스타샤(1956년) 등 수 많은 영화에서의 명연기로 일생동안 3번의 아카데미 주연여우상을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랑을 한 세기적 여배우로 사랑과 일의 집념에 생을 불사른 화신이었다.

버그만은 두 살 때 어머니가,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숙부 집에서 자라난 외로운 여인이었지만 타고난 끼 때문에 그녀를 대학이 아닌 스톡홀름 왕립극장 부속 연극학교로 유혹한다. 연극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영화 촬영소에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175센티미터의 큰 키에 그리스 조각상같이 완벽한 용모를 지닌 그녀를 보고 감독 한 사람이 유혹했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만 스무 살을 앞둔 1934년에 영화에 데뷔했다.

이를 시작으로 출연작이 수가 더할수록 그녀의 인기는 스웨덴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타고난 미모와 폭넓은 연기력에 주목한 것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촬영한 영화 <이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녀는 1944년, <가스등>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그때 나이 스물아홉사로 얼마 후 변호사인 피터 린드스트롬과 결혼으로 딸 피아의 출생 등 전성기에 들어서던 때에 그녀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1945년 가을, 버그만은 뉴욕에서 이탈리아의 출신 명감독으로서 40년대 전후 영화는 삶의 사실(reality)을 담아야 한다. 영화는 사실을 얻기 위해서 문학을 각색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담아야 한다는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영화의 기수인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무방비 도시>를 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항운동의 선봉에 선 시민들의 활약상을 그린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원이 달라 버그만은 큰 충격과 감명을 받는다. 이어 1948년 봄에는 역시 로셀리니 감독의 '전화의 저쪽'을 보고 역시 감동에 휩싸인 버그만은 로셀리니에게 편지를 보낸다.

「존경하는 로셀리니 감독님, 당신의 영화 <무방비 도시>와 <전화의 저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만일 스웨덴 여배우를 필요로 하신다면 저는 서슴지 않고 달려가 선생님과 영화를 같이 만들 용의가 있습니다. 저는 영어는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어는 티 아모(Ti Amo; ‘I Love You’ )밖에 모른답니다. 잉그리드 버그만 올림」

1949년 '전화의 저쪽'으로 뉴욕영화비평가상을 받으러 온 로셀리니는 버그만을 만났고, 그로부터 한 달 뒤 두 사람은 이탈리아 관광여행에 나면서 버그만은 원했던 사랑과 일을 얻었으나 여기에는 큰 문제 하나가 앞을 막았다. 버그만은 남편과 딸을 가진 유부녀였고, 로셀리니 역시 부인과 별거중인 유부남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당대의 할리우드는 이를 용서하지 않았다. 미국 교회와 의회가 모두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고, 어떤 영화사도 그녀를 다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으려 했다. 비난이 세계의 모든 언론에서 빗발쳤고, 버그만은 남편과 자식, 미국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재산 등 가진 것 모두를 잃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모은 모든 재산을 남편과 딸에게 넘기고 그녀는 모든 압박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고 이혼장에 도장을 찍는다. 때를 같이하여 로셀리니도 아내와 이혼을 하고 드디어 1950년 이탈리아의 명감독과 스웨덴 출신 명 여배우는 결혼에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