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로메오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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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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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02 09:3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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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맞는 시점에서 보면 앞으로는 보다 더 다양한 자동차의 생산방식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알파로메오(AlfaRomeo) 브랜드가 공개한 새 모델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는 약 2주 전인 12월 20일에 공개됐는데, 한정 생산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가토(Zagato)와 알파로메오는 별개의 기업이고, 자가토는 이탈리아에서 카로체리아(Carrozerria)라고 불리는 차체 제작이나 차량의 소량 생산을 전문으로 해 온 기업, 즉 코치빌더(coach builder)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알파로메오와 자가토는 1921년부터 협업을 해왔다고 한다. 그것은 양산형 모델이 아닌 한정 생산 모델 제작을 자가토에게 의뢰하는 식의 협업이었다. 그리고 그 협업이 100년이 되는 2021년에 앞파로메오의 양산형 세단 줄리아(Giulia)를 바탕으로 휠베이스를 줄인 쿠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온 모델이 바로 줄리아 SWB(Short Wheel Base) 자가토 쿠페 라고 한다.
그리고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는 독일의 알파로메오 수집가가 그의 소장품에 추가했다고 하는데, 정말로 1대만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여러 대가 만들어진 것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바탕이 된 2022년형 줄리아 세단은 전폭, 전장, 전고가 182.5”(4,636mm), 73.7”(1,872mm), 57.1”(1,451mm)에 휠베이스는 111.0”(2,820mm)라고 돼 있는데, 이는 대략 중형 승용차의 크기이다. 그렇지만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는 휠베이스를 얼마나 줄인 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공식 자료 중 눈에 띄는 것 하나는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가 닷지 바이퍼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있다. 이 내용은 사실 의외이긴 하다. 과거에 바이퍼 개발에서 자가토가 연관이 돼 있었는지는 확인은 어려워서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그렇지만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와 닷지 바이퍼의 차체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후드 길이나 카울의 위치 등 차체 비례가 서로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바이퍼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4,460ⅹ1,940ⅹ1,250(mm) 이고 휠베이스가 2,510mm 이니,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도 비슷한 크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의 앞 모습은 3등식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그리고 알파로메오 특유의 방패형 역삼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 등으로 매우 강렬한 인상이다.
물론 이 쿠페는 알파로메오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메소네로(과거 르노삼성에서도 근무했던 인물이다)와 자가토의 협업으로 디자인 됐다고 하지만, 자가토의 디자인 성향을 보여주는 걸로 보인다.
자가토의 차체 디자인 성향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답게 대체로 강한 개성을 표현하는데, 2010년에 협업을 했었던 코르사 쿠페의 독특한 뒷모습(마치 귀여운 퍼그 강아지같은 모습도 보인다)이 특징적이다.
1986년에 나왔던 애스턴 마틴 V8 자가토 쿠페 역시 강한 개성을 보여줬듯이 특색이 넘치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차량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2013년에 나왔던 애스턴 마틴의 슈팅 브레이크 모델 역시 근육질 차체가 개성적이었다.
양산 메이커의 차량은 보편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양산 브랜드의 차량들도 강한 개성의 디자인으로 개발된다. 그건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에 존재하는 많은 차량들 가운데서 주목성 있는 디자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물론 강렬한 앞 모습이기도 하다.
줄리아 SWB 자가토 쿠페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줄리아 세단의 것을 공용해서 제작됐다. 기본적으로 알파 로메오의 차량은 세단일지라도 스포티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태는 센터 페시아와 앞 콘솔이 연결된 연직형 디자인이면서 근육질이기는 하다. 물론 최근의 경향은 클러스터를 작게 만들면서 수평적 크러시 패드로 개방감을 강조하는 흐름이긴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갈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알파로메오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수입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삿짐 형식으로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간혹 보이는데, 직선적이고 개성적 차체 스타일의 156 세단이나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특징인 알파 스파이더 같은 차들을 도로에서 간혹 목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알파의 애호가들도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정식 마케팅으로 이어지려면 소수의 애호가들 규모의 시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알파로메오는 이탈리아 브랜드 중에서도 정말로 개성을 추구하는 소수 중의 소수를 지향한다. 특유의 방패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1937년형 8C 모델부터 쓰여왔고, 알파로메오의 가장 큰 유산이다. 부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기호도 더 다양해져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으로 판매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