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건 일병 구하기? 쌍용자동차를 되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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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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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8-01 02:0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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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라는 영화가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군에서 있었던 일화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 전쟁에 참전한 4형제 중 유일한 생존자이면서도 실종상태인 막내 라이언 일병을 찾아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위해 다른 병사들이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였었다. 정말로 2차 대전 중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군인들이 전장에서 수행하는 임무들은 모두가 목숨을 건 일이다.
현재의 쌍용자동차는
쌍용자동차는 이제 인도의 마힌드라(Mahindra) 자동차에 매각이 된 상태이다. 마힌드라 자동차는 인도 자본에 의해 세워진 인도 내수용 차량을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인데, 일본산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해서 변형시킨 몇 종류의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사실 쌍용자동차는 이전에 중국의 상하이기차와 합병됐다가 다시 분리된 이후 중국 메이커에게 ‘먹튀’ 당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인도의 파트너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쌍용자동차의 현재 모습은 한편으로 본다면, 가장 21세기적인 자동차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쌍용자동차가 가진 제품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중형급 이상의 SUV들과 하이엔드(high-end)급의 대형 고급 승용차들로 구성돼 있는 제품 구색은 지구상의 어느 자동차 메이커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긍정적으로 비유하자면, 랜드로버와 마이바흐를 같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쌍용자동차의 DNA는…
쌍용자동차의 역사는 정말로 길다. 물론 보는 이마다 기준을 각기 달리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따져 보면 1954년의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설립부터가 쌍용자동차의 시초로 보는 게 보통인데, 6.25 사변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와 거의 같은 셈이다. 이후 1977년에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꾸고, 1957년에 설립되어 미국의 AMC 지프를 라이센스 생산하던 거화자동차(舊신진자동차)와 1984년에 합병되고, 1986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되었다.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렇다면 어떻게 디자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단 말인가? 결국 최종 판단은 최고 경영자의 몫일진대,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기란 것인가? 필자가 이야기하는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과거에,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의사결정은 거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었다. 결국 ‘회장님의 취향’ 또는 ‘요즘의 유행’이나 ‘그날의 회장님 기분’에 따라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의 답을 연필을 굴려 찍듯 결정했었다.
그렇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의 기업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 사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결정된 디자인의 차가 안 팔릴 경우에 책임을 물을 걸 우려해서 결정권을 가진 임원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결국 ‘거수’로 결정하거나 ‘개발하기 편한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거수’와 ‘개발하기 편한 것’은 일견 민주적이거나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렇다면 초기의 마케팅 전략이나 디자인 컨셉트는 휴지가 돼 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좋은 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좋은 건 결국 ‘임의적 선택’이 되어 기업의 장기적 전략에는 독이 된다.
1990년대의 미국 GM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에 의한 경영이 절정이던 시기에 나왔던 차들 중에 ‘스카이락(Skylark)’이라는 모델이 있었다. 도무지 디자인 특징이 무엇이고 어디가 아름다운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차였지만, ‘전문 경영진’들의 의사결정으로 5년간 수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이 시기의 GM에는 이런 식으로 개발된 차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차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거의 팔리지 않아서 렌트카 판매로 근근이 연명하면서 본전만 간신히 뽑거나 손해를 보고, 또 다시 그런 방식으로 개발된 다음 모델로 대체돼 버리곤 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방식은 금융이나 증권회사 같이 통계적 실적이 힘을 발휘하는 기업에서는 유효하지만, 자동차는 단지 가격과 성능으로만 팔리는 단순기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를 MBA를 가진 경영자들이 운영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전문가적 안목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에 의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니치마켓을 지향하고 있고, 그리고 또 앞으로도 계속 니치마켓을 지향해야하는 쌍용자동차에게 디자인 개발은 사실 어떤 엔진을 쓰느냐 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이다. 어차피 글로벌 메이커들 간에 하드웨어 공용화는 이제 당연한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자동차의 상품성에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이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토록 중요한 ‘디자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사실 어느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이 달라지려면 우선은 그 메이커 디자이너들의 ‘그림 실력’이 좋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상품 전략을 가졌다고 해도, 그저 전략 보고서로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멋진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실무적인 디자인 개발보다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동차로 만들어질 ‘최종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일은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의 그 어느 과정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수 있다. 아무리 개별 연주자들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만약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장차 연주하려는 곡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각각의 연주자들의 역량과 연주 타이밍을 적절히 안배해주지 못한다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공연은 불가능할 것이다. 뛰어난 연주 기량을 가진 단원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회를 앞두고 수많은 시간동안 ‘연습’을 되풀이하는 것은 연주자들의 기량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다.
지금의 쌍용자동차는 어쩌면 확고한 음악적 주관을 갖춘, 이를테면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물론 지휘자 한사람만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전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전문성과 안목을 갖춘 치프 디자이너를 통해 결정된 디자인을 최종 완성차에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의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발견하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단지 치프 디자이너 한사람만 바뀌었을 뿐인데’, 즉, 디자인 의사결정이 전문가의 의견을 경영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차들의 디자인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실무 디자이너들은 의사결정시스템이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
현재의 쌍용자동차는
쌍용자동차는 이제 인도의 마힌드라(Mahindra) 자동차에 매각이 된 상태이다. 마힌드라 자동차는 인도 자본에 의해 세워진 인도 내수용 차량을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인데, 일본산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해서 변형시킨 몇 종류의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사실 쌍용자동차는 이전에 중국의 상하이기차와 합병됐다가 다시 분리된 이후 중국 메이커에게 ‘먹튀’ 당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인도의 파트너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쌍용자동차의 현재 모습은 한편으로 본다면, 가장 21세기적인 자동차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쌍용자동차가 가진 제품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중형급 이상의 SUV들과 하이엔드(high-end)급의 대형 고급 승용차들로 구성돼 있는 제품 구색은 지구상의 어느 자동차 메이커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긍정적으로 비유하자면, 랜드로버와 마이바흐를 같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쌍용자동차의 DNA는…
쌍용자동차의 역사는 정말로 길다. 물론 보는 이마다 기준을 각기 달리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따져 보면 1954년의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설립부터가 쌍용자동차의 시초로 보는 게 보통인데, 6.25 사변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와 거의 같은 셈이다. 이후 1977년에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꾸고, 1957년에 설립되어 미국의 AMC 지프를 라이센스 생산하던 거화자동차(舊신진자동차)와 1984년에 합병되고, 1986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되었다.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렇다면 어떻게 디자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단 말인가? 결국 최종 판단은 최고 경영자의 몫일진대,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기란 것인가? 필자가 이야기하는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과거에,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의사결정은 거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었다. 결국 ‘회장님의 취향’ 또는 ‘요즘의 유행’이나 ‘그날의 회장님 기분’에 따라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의 답을 연필을 굴려 찍듯 결정했었다.
그렇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의 기업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 사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결정된 디자인의 차가 안 팔릴 경우에 책임을 물을 걸 우려해서 결정권을 가진 임원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결국 ‘거수’로 결정하거나 ‘개발하기 편한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거수’와 ‘개발하기 편한 것’은 일견 민주적이거나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렇다면 초기의 마케팅 전략이나 디자인 컨셉트는 휴지가 돼 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좋은 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좋은 건 결국 ‘임의적 선택’이 되어 기업의 장기적 전략에는 독이 된다.
1990년대의 미국 GM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에 의한 경영이 절정이던 시기에 나왔던 차들 중에 ‘스카이락(Skylark)’이라는 모델이 있었다. 도무지 디자인 특징이 무엇이고 어디가 아름다운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차였지만, ‘전문 경영진’들의 의사결정으로 5년간 수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이 시기의 GM에는 이런 식으로 개발된 차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차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거의 팔리지 않아서 렌트카 판매로 근근이 연명하면서 본전만 간신히 뽑거나 손해를 보고, 또 다시 그런 방식으로 개발된 다음 모델로 대체돼 버리곤 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방식은 금융이나 증권회사 같이 통계적 실적이 힘을 발휘하는 기업에서는 유효하지만, 자동차는 단지 가격과 성능으로만 팔리는 단순기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를 MBA를 가진 경영자들이 운영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전문가적 안목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에 의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니치마켓을 지향하고 있고, 그리고 또 앞으로도 계속 니치마켓을 지향해야하는 쌍용자동차에게 디자인 개발은 사실 어떤 엔진을 쓰느냐 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이다. 어차피 글로벌 메이커들 간에 하드웨어 공용화는 이제 당연한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자동차의 상품성에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이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토록 중요한 ‘디자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사실 어느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이 달라지려면 우선은 그 메이커 디자이너들의 ‘그림 실력’이 좋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상품 전략을 가졌다고 해도, 그저 전략 보고서로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멋진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실무적인 디자인 개발보다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동차로 만들어질 ‘최종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일은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의 그 어느 과정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수 있다. 아무리 개별 연주자들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만약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장차 연주하려는 곡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각각의 연주자들의 역량과 연주 타이밍을 적절히 안배해주지 못한다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공연은 불가능할 것이다. 뛰어난 연주 기량을 가진 단원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회를 앞두고 수많은 시간동안 ‘연습’을 되풀이하는 것은 연주자들의 기량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다.
지금의 쌍용자동차는 어쩌면 확고한 음악적 주관을 갖춘, 이를테면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물론 지휘자 한사람만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전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전문성과 안목을 갖춘 치프 디자이너를 통해 결정된 디자인을 최종 완성차에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의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발견하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단지 치프 디자이너 한사람만 바뀌었을 뿐인데’, 즉, 디자인 의사결정이 전문가의 의견을 경영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차들의 디자인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실무 디자이너들은 의사결정시스템이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