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디자인의 난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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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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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13:3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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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는 요즘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단어 일 것이며, 미래에는 자동차 대신 모빌리티라는 말이 더 보편적으로 쓰일 것이다. 모빌리티의 학술적 정의를 보면, 기차, 자동차, 비행기, 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과 같이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해서 사람, 사물, 정보 등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포괄적 기술을 의미한다.
좀 더 큰 맥락으로는 도시의 구성과 인구 배치 변화, 노동과 자본의 변형, 권력 또는 통치성의 변용 등을 통칭하는 사회적 관계의 이동까지도 포함한다는 제임스 앨리슨(James, Alison, 2016)의 견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증강현실 등 기기에 의한 인간 능력 향상과, 사물 인터넷(IoT)과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에 기초한 스마트 도시 건설을 오늘날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본질적 측면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Merriman, 2019).
이처럼 여러 견해가 있지만, 정확히 사전적 정의를 내리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몇몇 사례를 통해 모빌리티 디자인의 특징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초에 열렸던 소비자가전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appliance Show)에 나온 자율주행 1~2인승 스마트 모빌리티, 플라잉 카(flying car), 향상된 음성인식기술 등을 선보였다. 그들 중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BMW Urban Suite
BMW는 전기 동력 소형 차량 i3를 기반으로 제작된 어반 스위트(Urban Suite)를 내놨다. 이 차량은 편안한 이동과 휴식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인 콘셉트를 가진 차량으로, 기존 BMW i3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제외한 실내의 대부분을 변경해서 마치 호텔의 스위트룸(suite room)과 같은 콘셉트로 구성한 2인승 차량이다.
i3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차체는 크지 않지만 실내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공간적으로 구분이 돼 있고, 두 사람이 이동하면서 서로 개별적으로, 혹은 1인이 운전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연출돼 있다.
기본적 콘셉트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 그것이 업무이든 휴식이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모빌리티이다.
FMC BYTON M-BYTE
2016년에 창업한 중국의 FMC(Future Mobility Corporation) 산하 전기차량 브랜드 바이톤(BYTON)은 콘셉트 카 엠-바이트(M-BYTE)를 2018년에 처음 공개했었다. 그 이후, 바이톤은 더욱 개선된 실내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해서 제시했다.
이 콘셉트 카는 4 인승 5 도어 SUV 이며, 2019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고 했으나, 이후 연기되었고, 실질적 판매는 올해 2020년 말부터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한다.
엠-바이트 모델은 거의 양산차에 근접하는 마무리를 가지고 있어서, 2021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며, 바이톤이 인수한 우리나라의 군산 공장에서 한국에 판매하기 위한 모델을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Fisker Ocean
피스커(Fisker)에서 출품한 차량 오션(Ocean)은 2022년에 생산 예정인 전기 동력 SUV로 배터리 용량은 80kWh이며, 1회 충전으로 최대 약 300마일(약 480km) 주행 가능하다고 발표되었다. 전후 차축에 각각 모터를 탑재한 4륜 구동 방식이며, 실내에는 최대 4인이 탑승 가능한 레저용 차량이다.
이 차량에는 ‘캘리포니아 패키지’ 라는 선택 사양이 있으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패키지는 SUV로서는 처음으로 소프트 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물이라고 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터치 인터페이스가 주조를 이룬 거대한 센터 페이시아 패널이 특징이며, 도어 트림 패널 등에 쓰인 실내 마감재는 3차원 기하학적 패턴이 적용돼 있어서 디지털적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Hyundai UAM
현대자동차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로서 UAM(Urban Air Mobility) 이라는 이름의 날개와 로터가 달린 플라잉 카를 제안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쇼핑과 업무, 휴식 등의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도심형 모빌리티 라고 한다. 전시회 기간 동안 이 콘셉트 모빌리티의 실내 디자인의 세부적인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체의 특징은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가진 소형 여객기의 형태이다. 이에 따라 실내 역시 여객기와 유사한 승객의 개별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행에 의한 이동수단의 특성 상 저속으로의 이동은 어려우나, 도로 상황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이동이 가능한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를 결합하여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환승용 거점 허브(Hub)를 통해 미래 도시의 변화도 제안하였다.
FCA Airflow Vision Concept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 Group)은 에어 플로우 비전 콘셉트(Air Flow Vision Concept)는 이름의 3~4인승 규모의 실내 공간을 가진 콘셉트 카를 제시했다.
에어 플로우(Airflow) 라는 이름은 1930년대에 크라이슬러가 처음으로 내놓았던 유선형 차체 디자인으로 차량의 모델 이름으로, 그때의 혁신을 이어 미래 모빌리티에서 크라이슬러의 또 하나의 혁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콘셉트 모빌리티는 대부분의 기능을 디지털 화 했으며, 실내에서는 독립된 개별 좌석과 여섯 개의 스크린을 통해 각각의 승객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내에서 물리적 버튼은 엔진 스타트 버튼과 휠 방식의 내비게이션 버튼만 존재한다.
Mobis M Vision S Concept
현대모비스가 전시한 콘셉트 카 엠 비전 에스(M VISION S)는 자율주행기능과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전동화 기술, 그리고 각종 램프 류 개발 능력 등 현대모비스의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완전 자율 주행 콘셉트 모빌리티 이다.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자율주행 기능을 위한 다양한 센서와 가상 공간 터치, 3D 개념의 테일 램프,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현대모비스 미래 핵심 기술을 모았다고 한다.
이 콘셉트 모빌리티는 모비스 자체 기획의 결과물이어서, 향후에 모비스의 기술과 디자인 개발 행보를 주목해 볼만 하다.
이처럼 모빌리티는 공통적으로 ‘소유’보다는 ‘사용’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사회학에서는 미래 사회에서 모빌리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쓰이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찰에 집중한다. 그것을 가리켜 ‘모빌리티의 사회학’ 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이동 형태, 혹은 이동 수단이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에서의 다양한 관점에서의 관찰과 묘사가 이루어진다.
크게는 국가와 정치, 작게는 관광이나 출퇴근 등의 행위 동반과 아울러, 다양한 단위공간에서의 고찰 역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의 사회학적 현상이 그것인데, 그들 중에서 피터 에디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보다 작은 단위의 이동 모빌리티 공간에서 관찰되는 “시민적 무관심(civil inattention)”의 사회학을 제시하였다(Pitter Adey, 2016).
그는 엘리베이터 승객들이 마치 “안전한 여행이 깊은 집중에 달려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안내원의 목덜미’, ‘바닥을 밝히는 작은 빛’ 등을 과도하게 주목 한다” 는 점을 지적하면서, 서로에 대한 시민적 무관심은 오히려 다른 부분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형성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사실상 우리들 모두는 이미 일상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들은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승객의 개별성의 성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존의 콘셉트 모빌리티들 역시 독립 좌석을 가진 실내 구조 등에서 승객의 개별성에 주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빌리티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모빌리티에서 나타나게 될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승객들의 행위에 대해 주목해야 할지 모른다.
미래 모빌리티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기계에 대한 신뢰성이나, 인간을 능가할지 모를 인공지능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떨지 등등의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타인과의 관계, 타인과의 거리 일지도 모른다. 작금의 코로나-19로 대두된 ‘사회적 거리 두기’, 혹은 비대면 문화는 그 시작은 다르지만, 미래의 모빌리티에서는 그 비중은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소유’보다 ‘이용’에 중점을 둔 모빌리티 디자인의 난제(難題)는 ‘타인에 대한 스탠스’ 일지 모른다. 승객의 개별성이나 시민적 무관심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메이커의, 디자이너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는 향후 모빌리티의 실내 디자인의 특징을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며, 모빌리티가 장거리와 단거리에서 어떻게 사용되도록 하는가에 대해 시민적 무관심을 반영한 서비스 차원의 디자인 접근 역시 필요할 것이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