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포르쉐의 첫 4도어 스포츠카 파나메라(Panamera)가 공개되었다. 포르쉐가 그들 최초의 4도어 스포츠카 모델을 다른 모터쇼도 아니고 북경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것은 그만큼 중국 자동차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은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으로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할 ‘최후의 시장’ 일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그러한 폭발은 시작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기존 거대 자동차 메이커에서 물러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의 고급인력들이 중국의 자동차메이커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니, 아마도 수년 내에 중국 메이커들의 개발력은 크게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아무튼 그러한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포르쉐의 파나메라(Panamera)는 전통적으로 2도어 스포츠카만을 만들어온 포르쉐가 내놓은 첫 4도어 승용차 모델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파나메라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뒷모습, 소위 엉덩이의 디자인 때문이다. 파나메라의 차체 구조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트렁크 공간이 분리된 3박스의 세단 구조가 아니라, 5도어 해치백 구조이다. 아마도 5도어 해치백 형태의 승용차 중에서는 파나메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값비싼 모델일 것이다.

파나메라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인상으로 보면 포르쉐 911 계열의 디자인과 그 흐름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마치 포르쉐 911 모델의 차체를 앞뒤로 길게 늘여놓은 듯한 인상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뒷모습, 특히 데크와 범퍼로 이어지는 차체의 형태는 911의 그것이 매끈하게 한 덩어리로 처리된 것에 비하면, 파나메라는 양쪽의 테일 램프와 데크의 볼륨이 각각 독립되어 세 개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엉덩이’ 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에도 세 덩어리의 엉덩이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테일 램프와 데크 리드의 볼륨이 독립적으로 설정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는 ‘뱅글의 엉덩이(Bangle's Butt)’라는 애칭(?)을 얻었던 2002년에 등장했던 BMW의 7시리즈이다. 크리스 뱅글이 치프 디자이너로 디자인 개발을 지휘했던 7시리즈는 등장 초기에 이상하게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더 이상했던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비판을 하면서도 그 차를 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후에 그러한 분리된 볼륨을 가진 ‘엉덩이’ 형태의 뒷부분은 많은 메이커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등장했다.

차체의 형태는 사실 통합적으로 보면 하나의 입체이지만, 그 입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의 형태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차체의 형태가 단지 모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들이 차량의 기능과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메라와 7 시리즈의 ‘엉덩이’는 미시적(微視的) 시각으로 보면 각 부분을 갈라놓은 듯이 보이지만, 만약에 차체 전체의 모든 부품을 흰색으로 칠했다고 가정하고 살펴보면, 오히려 역동적이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주는 조각품(sculpture)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최근의 자동차들이 기술적인 평준화와 함께 나타나는 현상으로써의 감성적인 차별화, 또는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디자인의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