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첫 고유모델 차량은 1976년에 나온 ‘포니’ 이다. 물론 이보다 훨씬 앞서서 1955년에 국산 차량으로 개발된 ‘시발(始發)’ 차량이 있었으나, 그것은 대량생산설비를 갖춘 근대적인 개념의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아니라, 재생된 부품과 재료를 활용해 수공업적인 방법에 의해 생산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디자인 개발과정을 거치고 대량생산에 의해 개발된 첫 고유모델 국산 차량은 ‘포니’가 최초이다.

아마도 지금의 20대에서 30대 초반의 계층들 중에는 포니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본 경우가 거의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저 빛바랜 사진이나 아니면, 아주 낡은 상태의 올드 카 정도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포니를 개발할 당시에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었으면서, 전체 수출도 100억불에도 미치지 못하던 때였다. 지금은 자동차만을 놓고 봐도 수출 액수가 250억불이 훨씬 넘어간다. 그렇지만 1970년대에는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전쟁을 격은 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이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산업을 이렇게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외국 메이커에 없는 스스로의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분명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는 정부의 국민차 개발계획에 의해 현대자동차가 차체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의 손을 빌렸으며, 엔진과 변속기, 차축 등의 주요 부품은 일본의 미쓰비시(Mitsbishi)가 생산하던 랜서(Lancer) 승용차의 것을 기술제휴로 들여와 만든 것이었지만, 포니는 한국의 메이커 ‘현대자동차’만이 가진 ‘고유모델’이었던 것이다.

포니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을 외국모델의 단순조립생산에서, 고유모델의 개발과 생산 단계로 바꾸어 놓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세계 자동차역사의 발전단계에서도 한 부분을 이루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전체적인 자동차역사의 발전단계와 일치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포니의 차체 스타일은 패스트백(fast back) 스타일, 즉 빠른(fast) 느낌의 선으로 만들어진 뒷부분(back)의 형태이다. 그런데 패스트 백은 마치 해치백(hatch back)이라는 말과 혼동되어 사용되는데, 포니1은 패스트백 형태이지만, 트렁크 뚜껑만 열리는 형태이므로 해치백은 아니다. 이후 등장한 포니2가 뒷유리까지 같이 열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패스트백 형태이면서 해치백 구조를 가진 차이다. 아무튼 포니의 등장으로 세계적으로 포니와 같은 패스트백 형태의 소형 승용차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조랑말’ 이라는 의미의 이름 포니는 이 시기의 차량들이 말(馬)과 관련된 차량들의 개발의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미국 포드에서도 패스트 백형 소형 승용차 핀토(Pinto, 얼룩무늬 말)가 1970년대 후반에 나왔고, 다지(Dodge)에서도 패스트 백형의 소형승용차 「옴니(Omni, 복합기능의 의미)」가 역시 그 시기에 나오기도 했었다.

사실 이들은 포니와 이름과 디자인이 비슷하니, 포니가 이들의 등장을 이끌어낸 선구자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디자인의 세련된 정도는 역시 오리지널인 포니가 나중에 개발된 이들 두 차보다도 더 앞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니는 우리나라 분 아니라,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기록될 만한 차라고 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