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승용차의 디자인 룰은 무엇인가? - 1

이번에는 고급 승용차들의 디자인 룰이 무엇인지를 살펴자. 우선 앞으로 두 번에 걸쳐 렉서스와 인피니티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고급 승용차들의 디자인이란 것이 ‘거기서 거기’ 일수도 있지만, 후발 고급 승용차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두 브랜드는 20여 년 전에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기치를 내걸고, 거의 동시에 출발했지만, 오늘날의 모습은 서로 다르다. 이들을 통해 고급 승용차 디자인의 룰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렉서스
최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요타는 품질관리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그것은 도요타가 창안한 간판방식, 또는 린 생산방식이라고 불린 새로운 대량생산방식에 의한 것이었고, 이러한 도요타의 방식은 산업공학이나 경영,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도요타의 차들은 높은 신뢰성과 품질이라는 평판을 얻으며 다른 일본 제품들의 이미지까지 높이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런 평판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제품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내놓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고급 브랜드를 만들었던 것이고, 그 시작이 바로 렉서스 였다.

1989년에 미국시장을 위한 별도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Lexus)｣가 등장하고 7년간 개발한 대형 승용차 LS400이 시판되기 시작한다. 사실 도요타가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만들 것이라는 것에 대해 그때까지 경제적인 제품으로 받아들여지던 일본제 승용차가 고급 승용차로 받아들여질 것이냐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과는 달리, 초대 렉서스 LS400 승용차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미국의 고급차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다.

그때까지 미국이나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역사’나 ‘기술적 전통’이 없는 렉서스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소프트웨어’가 없었던 렉서스는 기존의 고급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 그리고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차체 디자인을 가지고 일거에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 낸다. 기존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믿고 있었던 ‘역사’나 ‘기술적 전통’이 없었던 렉서스의 성공은 사실 물리적인 품질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품질은 세대가 지나면서 렉서스의 상징처럼 되었다.

렉서스의 기함 LS의 차체 디자인은 1세대모델부터 고급 승용차 디자인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거기에 붙은 렉서스의 배지, 그리고 중립적인 이미지와 함께 육중한 부피감을 가진 세단형 차체가 그것이다. 이것은 1세대 LS 모델이 벤츠 S클래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말하자면 벤츠의 모방품이라는 식인 것이다.

그렇지만 4세대까지 바뀐 지금은 전혀 ‘벤츠 스럽지’ 않다. 사실 1세대 모델도 벤츠를 닮은 곳은 없었다. 다만 1세대 LS 모델이 따랐던 것은 벤츠의 스타일이 아니라, 고급 승용차의 디자인 공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급 승용차의 디자인 공식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것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다른 일본의 후발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에 대해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