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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토요타 시에나-벤치마킹 된 디자인과 미니밴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1-29 16:45:31

본문

토요타 시에나-벤치마킹 된 디자인과 미니밴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가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토요타 시에나는 1998년에 나왔던 모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모델이지만, 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됐었고, 우리나라에 수입돼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에 처음 나왔던 시에나의 차체 디자인은 곡선 형태이면서도 B 필러가 강조돼 있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마치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타운&컨트리와 포드의 미니밴 윈스타(Windstar)를 교배시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었다. 두 브랜드의 미니밴을 소위 ‘벤치마킹(benchmarking)’한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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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형 1세대 시에나

‘벤치마킹’이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타사의 경쟁상품을 분석해서 자사의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아마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 벤치마킹 기법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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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형 크라이슬러 타운&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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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형 포드 윈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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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형 포드 에어로스타

그런데 시에나에서 B 필러가 강조된 디자인은 이미 1985년에 포드에서 내놓았던 미니밴 에어로스타의 디자인 특징이기도 했었다. 사실 1세대 시에나의 느낌은 포드 에어로스타를 둥글둥글하게 만들어 놓은 느낌이 더 강했었다. 개발 시기를 따져본다면 토요타가 에어로스타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1세대 시에나의 차체 디자인의 이미지는 물론 에어로스타 보다는 둥글둥글하지만, 에어로스타와 비슷한 이미지를 더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토요타의 디자인과 스타일

그렇지만 2011년형으로 등장한 시에나는 보다 더 일본 차 같은 느낌으로 변화되었다. 과연 일본 차, 거기에서도 토요타 차 같은 느낌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필자는 그것을 ‘개성이 적은 개성’, 혹은 ‘스타일이 없는 스타일’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치 무슨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토요타의 차들의 차체 디자인이 저러한 성향, 즉 강한 개성보다는 무난한 성향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토요타를 비롯한 몇 종류의 글로벌 대중 브랜드의 차들은 브랜드 중심의 아이덴티티보다는 제품 중심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편으로 폭스바겐이나 포드와 같은 글로벌 메이저 대중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다. 즉 각 모델들의 개성이나 기능적 실용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되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 브랜드의 차량 디자인에서는 브랜드의 통일성보다 각 모델의 개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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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형 시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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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형 시에나

실제로 신형 시에나도 만약 토요타 엠블렘을 떼고 본다면, 이 차가 닛산인지 혼다인지, 토요타의 것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뒷모습은 얼핏 미쓰비시나 닛산의 차량과도 혼동이 될법한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이미지는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거기에 더해진 그다지 강하지 않은 개성은 이미 일본 자동차의 높은 품질에 익숙해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토요타의, 혹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전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최근에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 특히 현대/기아의 차들이 디자인의 완성도나 스타일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동안 계속해서 간결한 성향을 유지해 왔던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무덤덤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건지도 모른다.

오히려 과감한 실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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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형 시에나의 과감한 대시보드 디자인

그런데 시에나의 실내 디자인은 오히려 역동적인 선과 거의 흰색에 가까운 색채로 만들어진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의해 매우 전위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차량의 실내, 특히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밝은 색을 쓰는 것에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것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다.
그것은 청결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실제로 출고 후 2~3년 정도 지나면 실내의 천정이나 필러 트림 등등에서 밝은 색으로 만들어진 부품들에 거무스름한 때가 끼게 되고 잘 닦이지도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미지역,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신기하게도 그러한 실내의 오염이 거의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는 밝은 실내 색상의 차량들을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최근 차들은 차체 디자인은 매우 과감해졌지만, 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인 형태나 색상에서 상당히 보수적이고 틀에 박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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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형 시에나의 밝은 색상의 시트

한편 시에나는 3열 시트의 수납에서 나름대로 명쾌한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밴이나 SUV에서 시트 배치와 공간의 활용은 사실상 그 차의 가치를 결정해주는 요소의 하나이다. 간단히 수납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구조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지금까지 기본적인 품질과 디자인의 창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제 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자동차를 쓰는 사람들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통해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해야 할 때이다. 미니밴은 미국 메이커들이 개발하고 또 가장 미국적인 차종이었지만, 일본 메이커들은 그들을 따라잡고, 나아가서 미국에서 주류로 팔리는 차종을 그들이 개발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세세한 부분에까지 집중해서 개발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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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의 시트 수납 구조

스타일을 넘어서서 디자인으로
사실 한 대의 자동차에서 ‘디자인’은 단지 차체의 옆면에 만들어진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개성적 ‘스타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개성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 차의 실용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 최근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는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판매는 물론 일차적으로는 품질향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에 어필하는 창의적인 스타일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 대의 가치 있는 자동차는 역설적으로 단지 개성 있는 스타일만의 문제는 아닌 게 틀림없다. 얼핏 개성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의 시에나를 보며, 개성 있는 디자인만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개성 없는, 아니 모두가 부담 없이 선택하는 디자인을 하기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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