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들은 정말로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모양은 차체의 형태와 비례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인상(印象)과 체형(體形)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체형에 대해 먼저 살펴보면, 가령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 육상 선수와 씨름 선수는 전혀 다른 체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체형의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신체 각 부분의 비례(比例, proportion)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례의 차이에 의한 체형 변화는 자동차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람의 신체 각 부분 비례에 따라 전체 이미지가 달라지듯 세단형 승용차의 차체도 후드(hood), 캐빈(cabin), 트렁크(trunk)의 비례에 따라서 전체 차량의 이미지는 변화된다. 물론 강렬한 인상의 헤드램프나 날카로운 모서리의 캐릭터 라인 같은 요소들도 차체 이미지를 다르게 만들지만, 근본적 차이는 비례에 의해 만들어진다.

새로이 등장한 2세대 제네시스는 전체 차체 길이 100% 중에서 후드의 길이 비율이 29%로써 상당히 긴 비례를 가지고 있지만, 트렁크 비례는 10%로 매우 짧다. 한편으로 인피니티의 M모델 역시 동일한 비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1세대 제네시스는 27%의 후드 비례와 13%의 트렁크 비례를 가진 것을 볼 수 있는데, 2세대 에쿠스 역시 동일한 비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차량들의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는 상당히 다르다. 이것은 바로 또 다른 요소, 즉 인상이 전체의 감각적인 이미지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1세대 제네시스는 전반적으로 BMW 5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느낌이었는데, 그것은 제네시스가 벤치마킹했던 차가 BMW였을 것이고, 역시 그 차량과의 경쟁관계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BMW5시리즈의 역대 모델을 살펴보면 비례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1세대 제네시스와는 달리 긴 후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스타일 이미지는 닮은 듯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세대 제네시스로 오면서 차체 비례는 오히려 BMW와 유사해졌지만, 차체의 스타일 이미지는 BMW와는 다르게 유연한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후륜 구동 방식을 가진 BMW 승용차에서 5시리즈는 BMW의 특징을 대표하는 차체 비례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BMW의 차체 비례를 가지기 시작한 모델이었던 E39 5시리즈 모델의 후드 비례는 29%로써 직렬 6기통 엔진을 세로로 탑재한 차체 구조를 반영하는 고성능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트렁크의 비율도 후드 대비 2:1보다 짧은 비례로써 스포티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비례는 E60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편 F01 모델에서는 후드의 길이 비례는 29%로 유지되면서도 트렁크는 더욱 짧아져 거의 쿠페에 가까운 차체 비례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10% 초반 대의 짧은 트렁크 비례는 F10 플랫폼의7시리즈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차체 비례상의 특징으로만 본다면 승용차들의 디자인은 중형이나 대형 고급 승용차들도 점점 스포티해지는 비례로 변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다양한 모양의 차체 형태는 감성적인 효과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차체의 비례는 그 차량의 종합적인 성능이 어떠한가를 나타내는 형태 결정 요소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