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2시리즈는 소형 후륜 구동 2도어 쿠페이다. 2시리즈는 이미 1966년에 등장했던 BMW의 1600-2 모델이나 같은 시기에 나왔던 2002 모델 등 2라는 숫자를 쓴 쿠페 모델들과의 연관이 있으면서, 2도어 승용차라는 중의적(衆意的) 이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서의 2002나 1500 모델들은 모두 소형 쿠페 이면서도 BMW의 주행성능 중심의 특징, 이른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의 기능적 개성을 가진 모델들이다.
새로운 2시리즈의 차체 측면 캐릭터 라인은 뒤로 가면서 점점 폭이 넓어지다가 뒤 펜더에서는 뒷바퀴의 휠 아치 위쪽의 볼륨을 강조한 형태로 휘어져 올라가고 있다. 도어 패널의 아래쪽에 있는 웨이스트 라인(waist line) 역시 뒤 펜더의 볼륨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클래식 BMW 소형 쿠페 모델들의 뒤쪽 펜더의 휠 아치가 원형이 아닌 둥근 사각형의 이미지였던 디자인을 의식한 처리처럼 보인다. 그들과의 관계를 나타내려는 것일 게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새로운 2시리즈는 클래식 쿠페 모델들이 그러했듯이 당연히(?) 2도어 쿠페 모델만 존재한다.
전면의 인상은 우리가 지금까지 봐 왔던 BMW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한 급 위의 3시리즈가 이른바 ‘옆 트임’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채택해 변화를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2시리즈는 오히려 더 BMW다운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소형화 된 차체에 너무 많은 변화를 넣으면 BMW다운 느낌이 덜 할지도 모른다는 의도에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차체 디자인의 전체적인 인상은 최근의 BMW가 추구하는 디자인 요소를 고루 가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뒷모습에서 테일 램프는 약간 귀여운 인상이 들기도 한다. 마치 큰 눈동자를 가진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랄까? 앞 모습은 점잖은 느낌이지만, 헤드램프가 라디에이터 그릴 쪽으로 모아지는 부분에서 귀여운 인상이 스치기도 한다. 사실 디자이너들이 이런 부분들의 형태를 다루면서 단지 멋있게 한다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차 급에 알맞은 이미지, 가령 귀엽다든가 혹은 권위적이라든가 하는 인상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를테면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를 개발하는 디자이너들의 능력 같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운전석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 이미지는 귀여운 인상은 없이 BMW 다운, 말하자면 드라이빙 머신 같은 기능적이고 진지하면서 역동성을 강조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스티어링 휠의 에어백 커버가 다른 BMW 세단 모델들은 역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이지만, 2시리즈는 클래식 2002 모델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내기 위해서인지 원형으로 디자인 돼 있다.
사실 오늘날에 와서 자동차는 각종 첨단 전자장비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고도로 요구되는 초정밀 기계가 되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럴수록 더더욱 소프트웨어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건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그저 외형을 예쁘장하게 다듬는 정도의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의 디자인은 기계로 이루어진 사물에 감성을 매개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로 바뀌었다.
아무리 기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가졌을지라도, 소프트웨어적인 공감대가 없는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받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바로 오늘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2시리즈는 소프트웨어적인 공감대를 아날로그적 성격이 강했던 1960년대의 클래식 2002 모델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