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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아날로그 축음기와 아날로그 자동차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4-07-21 13:42:44

본문

필자는 얼마 전에 축음기(蓄音機, gramophone)을 하나 샀다. 축음기는 다른 말로는 유성기(留聲機)라고도 불리는데, 마치 나팔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확성기와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만들어진 픽업(pick-up) 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고, LP 또는 SP라고 불리는 아날로그 방식 레코드 판의 표면에 새겨진 굴곡을 바늘로 긁어서 소리를 재생하는 음향기기이다. 그런데 이제 국내에서는 LP 판을 만드는 곳도 없으며, 당연히 축음기를 만드는 곳도 없는 것인지, 필자가 구입한 축음기는 인도(India)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축음기의 물리적인 품질이나 만듦새는 사실 깔끔하지 못하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은 그럭저럭 잘 될뿐더러, 신기하게도 제법 큰 소리로 음향이 재생되었다.

필자가 이렇게 별안간 축음기를 구입하게 된 것은 웹 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축음기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곳을 방문해보고는 축음기의 아날로그적 특징에 이끌렸기 때문이었다. 축음기를 실제로 접하고 나서 정말로 신기했던 것은 아무런 전기장치도 연결돼 있지 않은 축음기를 작동시키니 정말로 큰 소리로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잡음이 있고, 태엽을 감아서 돌아가는 턴테이블은 회전속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소리가 늘어지기 일쑤였지만, 아무런 전기장치 없이 그렇게 큰 소리를 낸다는 게 정말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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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기기로써의 축음기는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1877년 11월 21일에 자신의 발명이라고 발표했다고 알려져 있다.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는 동(銅)으로 만든 파이프를 바늘로 긁어 홈을 파서 소리를 기록하고, 그것을 돌리면서 바늘로 다시 홈을 따라 읽는 원리의 것으로, 납작한 음반을 쓰는 방식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아날로그적인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원리는 같다.

덩치가 제법 큰 축음기를 분해해서 차에 싣고 집으로 와서는 먼지 투성이의 부품들을 조심스레 닦아서 다시 조립해 작동시켜 보니,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가득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리가 접하는 CD로 대표되는 디지털 오디오의 소리는 당연히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하지만, 어딘가 모르는 차가움이 있는 반면, 축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두터운 공기의 두께(?)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따뜻함도 있는 듯 했다. 게다가 인도에서 만든 축음기에 얹혀 있던 LP 음반 역시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연주돼 나오는 인도의 음악은 마치 영혼을 울리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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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엔가에 필자는 자동차 디자인 특강 때문에 인도에 간 일이 있었는데, 여전히 세습적인 사회적 계급인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주 발사체와 전략미사일을 자체 능력으로 개발하는 등 인도는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21세기가 공존하는 신기한 곳이었다. 그때 현지에서 라디오를 통해 상당 기간 동안 인도의 음악을 접해서인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인도의 음악이 그다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인류 역사에서 17~19세기에 이르는 근대(近代) 시대는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발명된 시기였다. 물론 인류 역사 전체가 발명의 역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지만, 근대에 발명된 수많은 도구들이 현대문명의 기반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축음기와 자동차는 역사의 궤(軌)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초의 축음기와 초기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동력을 쓰지 않은 완전한 아날로그 기술의 제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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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오늘날은 디지털 기술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이다. 음향기기는 물론이고, 자동차도 디지털 기술이 없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날의 자동차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전자장비를 가득 싣고 있다. 게다가 차량의 동력도 점차로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바뀌어 갈 것이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들이 만나는 자동차의 모습은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기술의 목표는 아날로그를 닮는 데 있다는 역설이 존재하듯이, 자동차 기술이 고도화되고, 디자인 감성이 디지털에 의한 변화를 맞는다고 해도, 그 근본은 아날로그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틀림 없으며, 첨단기술을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제품을 완성하는 것에 목표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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